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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라쉬의 비정상의 눈] 우유 한 잔으로 배운 자연과 노동의 가치

중앙일보 2015.01.15 00:05 종합 28면 지면보기
타일러 라쉬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교육이라고 하면 학교 교실과 책부터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우유 한 잔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본다. 어릴 때부터 우유를 좋아했던 나는 아침마다 어머니가 차려준 시리얼이나 달걀 프라이와 함께 늘 한두 잔의 우유를 맛있게 마셨다. 어머니와 수퍼마켓에 갈 때마다 커다란 우유를 두 통이나 샀다. 나 때문에 우리 가족이 소비하는 우유 양이 많아졌다. 장보러 갈 때마다 어머니는 “이번 주도 우유를 많이 마실 거야?”라고 물어봤다. 내 대답은 언제나 “많이 마실 거예요”였다.



 변화가 생긴 것은 고교 때다. 당시 새벽마다 학교에 딸린 목장에서 일했다. 1935년 개교할 당시 학교가 위치한 미국 버몬트주는 낙농이 주요 산업이었기 때문에 생긴 전통이다. 지금은 예술로 학교의 중심이 옮아갔지만 여전히 이 전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졸업을 하려면 잠을 떨치고 찬 공기를 마시며 새벽 5시30분까지 목장에 가야 했다.



 목장에 들어서면 35마리의 소가 “음매~ 음매~” 하며 나를 환영했다. 먹이인 풀을 나눠주고 나선 우리 예쁜 젖소들이 전날 밤 쌓아 놓은 쇠똥을 치웠다. 소들이 먹는 것에 집중하면서 음매 소리가 그쳤고, 무거운 쇠똥을 운반용 외바퀴에 옮겨 싣는 착착 소리만 들렸다. 갑자기 소들이 다시 “음매~”거리며 나를 불렀다. 꽉 찬 젖통이 아프니 얼른 우유를 짜내 달라고 외치는 소리다. 두 마리씩 옮겨서 젖통을 씻고 우유를 짠 뒤 젖통에 약을 바르고 다시 옮기는 작업을 꼬박 한 시간 동안 반복했다. 그제야 아침 7시가 되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목장 일은 고교 시절의 좋은 추억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목장 일을 하면서 우유를 덜 먹게 됐다는 점이다. 우유 한 잔에 들판 몇 ㎡, 풀 몇 ㎏, 쇠똥 치우는 몇 시간, 젖통을 보물처럼 다루는 손 몇 개 등 얼마나 많은 자원과 노동이 들어갔는지 잘 알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젖소를 돌보고 우유를 짜면서 일과 농산물의 가치를 배운 셈이다. 우유 덕분에 다른 것의 진정한 가치도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예로 부추 하나가 얼마나 작은 씨에서 나왔는지도, 양털이 얼마나 깎기 힘든지도 알게 됐다.



 공부를 좋아하지만 이를 통해 알거나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책을 읽는 것만 교육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다. 체험으로 교육을 받은 덕분에 오늘 마시는 우유는 어릴 때 들이켜던 그것보다 훨씬 맛있다.



타일러 라쉬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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