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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발 시대의 거품을 걷어라

중앙일보 2015.01.15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 교수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에 정점을 이루고,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즉 경제 측면에서 2015·2016년은 고령화에 대응하는 준비 기간으로서 그야말로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한국 경제가 이 중요한 역사적 시간을 허비하면 어떤 결과가 도래할 것인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4.5%였다. 그러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성장률은 3%를 약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어떻게 될까. 현재 추세대로라면 3%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 경제는 2015년을 정점으로 2016년부터 조정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대신할 만큼 유럽연합(EU)과 개도국들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세계 경제는 2016년부터 그야말로 해법이 없는 이른바 ‘장기 저성장 국면(secular stagnation)’에 진입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편 2000년대 들어 세계화를 통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던 세계 무역은 2012년부터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 이전의 고성장 기조를 회복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전망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즉 수출 주도를 통한 고성장 시대는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4년 한국 경제는 대미국 수출의 호조로 대중국 수출 감소의 충격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16년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대미 수출 증가세가 후퇴하게 되면 대중국 수출 감소에 따른 충격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중국 수출 감소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서비스업이 아니라 제조업의 부진이다. 이미 2013년 광공업조사에서 제조업의 총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제조업의 매출 부진은 우리 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적자인 기업의 비중(2013년 기준)은 대기업의 19%, 중소기업의 23%에 이르고 있다. 바로 수출 부진이 이미 제조업의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 효과는 고사하고 성장신화의 버팀목인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환율 지원에 힘입은 수출로 경기 부양과 경제 성장을 도모하던 시대는 끝났다.



 내수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저부가가치-저생산성-저임금-과당 경쟁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대대적인 구조 개혁을 하지 않는 한 일시적인 ‘마중물’ 효과만으로는 내수 시장을 살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대응해 2015년도에 준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선결과제는 고성장·고수익 시대의 산물로 저성장·저수익 시대에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과거의 거품들을 청산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은 고성장 개발 시대에 설계된 저부담-고보상 구조를 정부가 이제는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여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개발시대의 거품이자 불편한 진실들은 군인연금, 사학연금, 단일호봉제도, 정규직 과보호 등 정부와 기업마다 도처에 널려 있다.



 구조 개혁의 과제는 바로 이 ‘불편한 진실’들의 ‘민낯’을 드러내고 이대로 갈 수 없다는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2015년을 구조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은 타당하다. 문제는 거두절미하고 불쑥 나온 ‘말씀’ 한마디로 구조 개혁을 하겠다는 정부의 오만하고도 공허한 태도에 있다. 구조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정권을 내놓는 일이 있더라도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역사적 소명을 다하겠다는 결단 말이다.



 2003년 당시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슈뢰더 총리는 재정-복지-노동시장 전반에 걸친 개혁안(Agenda 2010)을 발표하고 의회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은 2004년 총선에서 졌다. 그러나 후임자인 메르켈 총리는 슈뢰더 개혁안을 승계해 일관되게 추진한 결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도 독일 경제를 재생시켰다.



 ‘개발 시대의 거품’을 걷어 내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성장률 2%대의 장기 저성장 국면과 더불어 고령화 시대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2015년은 그야말로 금쪽같은 절체절명의 역사적 시점으로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구조 개혁으로 개발 시대의 거품을 걷어 내고 다가오는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대비할 것인지, 아니면 그럭저럭 갈 데까지 가서 ‘잃어버린 시간’을 후회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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