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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내가 공직자가 된 사연

중앙일보 2015.01.15 00:05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2014년 5월 23일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일명 김영란법안) 국회 정무위 심사소위 회의 속기록 13∼14쪽에 담긴 발언 내용이다.



 ▶김기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언론 부분 (얘기)하시지요.



 ▶강석훈(새누리당) 의원=그 논리적인 연장선상에서 보면 단순히 KBS·EBS뿐만 아니라 관련 언론기관은 다 포함이 돼야 되는 게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요.(※필자 주: ‘논리적 연장선상’은 공립학교 교직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도 이 법안의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의원들이 앞서 합의한 것의 확장을 의미한다. 국민권익위가 낸 원래 법안에는 공기업인 KBS·EBS만 포함돼 있다.)



 ▶강기정(새정치연합) 의원=그럴 것 같은데요. 길게 논의하지 맙시다.



 ▶이상직(새정치연합) 의원=그래요.



 ▶김용태(새누리당) 법안심사소위 위원장=길게 논의하지 말자니 무슨 소리야?



 ▶강기정 의원=다 넣자.



 ▶김용태 위원장=여기서 언론은 또 어디까지….



 ▶강기정 의원=종편이고 뭐고 전부. 인터넷 신문, 종이 신문도 넣고.



 ▶강석훈 의원=언론사가 좌우간 전국에 수만 개가 있을 것 같은데.



 ▶이상직 의원=다 넣어야지요.



 ▶강기정 의원=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언론이 큰데 다 넣는 거지요.



 ▶박대동(새누리당) 의원=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다 넣어야지.



 이처럼 수분 만의 아름다운 여야 합의로 민간 신문사 직원인 나는 ‘김영란법’ 영역에서만큼은 공직자 신분이 됐다. 공적 영향력을 가진 존재라는 이유에서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전국의 9만여 언론계 종사자(행정직도 모두 포함)는 유치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대학병원 종사자(구내식당 직원까지도)와 더불어 직무연관성·대가성을 불문하고 타인에게서 100만원 또는 이에 상당하는 선물·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100만원 이하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직계가족이 받아도 마찬가지다. 수정된 법안의 직접 대상자가 179만 명. 가족까지 포함하면 전국민의 3분의 1이 넘는 1800만 명 안팎(권익위 추산)이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를 겨냥했던 이 법안은 이렇게 온갖 잡어까지 걸려드는 ‘저인망 그물’로 변했다. 국회의원,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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