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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음식, 저염도 식단 … 복지관 식당의 건강한 도전

중앙일보 2015.01.13 00:34 종합 20면 지면보기
12일 일산노인복지관 내 북카페레스토랑에서 노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선 매주 두세 차례씩 토속음식을 제공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신인섭 기자]


호수레스토랑, 북카페레스토랑, 음악레스토랑…. 분위기 있는 유명 호텔 레스토랑의 이름이 아니다.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에 위치한 일산노인복지관의 경로식당 이름들이다. 12일 오전 11시30분 음악레스토랑에선 보니엠의 ‘sunny(써니)’가 흘러나왔다. 10여 개의 식탁에선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3~4명씩 모여앉아 음악을 들으며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한 끼 2200원 경로식당 밥의 변신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식단 자문
어르신들이 직접 식재료 검사도
"맛 좋다" 소문에 하루 1200명 북적



바로 옆 북카페레스토랑에선 책 한 권을 식탁에 올려놓고 식사하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2층 호수레스토랑과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1층 식당도 노인들로 북적였다. 이날 점심시간에 이곳을 다녀간 노인은 1200여 명에 달한다.



 수도권 지역의 복지관 경로식당들이 노인들이 즐겨찾는 친화적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값싸게 끼니만 때우던 곳에서 음악과 책을 즐기며 건강식단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면서다. 어르신들도 “맘에 쏙 드는 경로식당 덕분에 딴 동네로 이사갈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굳이 일반 식당에 갈 필요성도 못 느낀다”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이들 경로식당의 공통점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식단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 일산노인복지관 경로식당은 한 끼에 2200원을 받는다. 그렇다고 음식이 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이날 점심메뉴로는 잡곡밥과 순두부계란국·조기구이·우거지된장지짐·오징어무생채 등이 나왔다.



의왕시 아름채노인복지관을 찾은 노인들이 점심식사에 쓰이는 식재료들을 직접 검사하고 있다.
이중 메인 메뉴인 우거지된장지짐은 배추 우거지를 삶은 뒤 둥근 냄비에 된장과 들기름을 넣어 볶으면서 국물을 졸이는 토속음식이다. 이곳에선 1주일에 2~3일은 한 가지 이상의 토속음식을 식단에 포함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 경로식당을 새로 지으면서 노인들만의 문화공간으로 꾸몄고, 이후 하루 800~900명이던 방문객이 1200여 명으로 늘어났다. 2층 호수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소원태(82)씨는 “맛있다는 얘기가 퍼져 원당에서 전철을 타고 오는 친구들도 있다. 나도 점심은 늘 복지관에서만 먹는다”고 말했다.



 2007년 개관한 의왕시 아름채노인복지관도 마찬가지. 하루 평균 800여 명의 노인들이 모이는 이곳은 노인들이 직접 식재료를 검사하고 손질하는 게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영양사와 조리사는 물론 납품업체들도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재료도 천연재료만 사용하고 수시로 노인들의 선호도를 조사해 식단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안양노인복지회관 경로식당은 저염도 식단으로 노인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에 위치한 연성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들에게 조언을 받아 식재료를 선정하고 있다. 야채 샐러드 소스로 유자를 이용하는 게 대표적 사례. 찌개 염도도 국내 평균치보다 낮게 유지하고 있다. 강미수 영양사는 “저염도 식단을 제공하자 처음엔 어르신들이 잘 적응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다른 곳에 가면 음식이 너무 짜서 못 먹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범재 의왕시 시민서비스국장은 “어르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먹거리인데 하루에 한두 끼만 드시는 분들이 적잖다”며 “한 끼라도 건강에 좋은 음식을 드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경로식당 업그레이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글=전익진·임명수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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