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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숙련된 장인 대신 '스시 로봇' 초밥 시대

중앙일보 2015.01.13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신임 한국경영정보학회장
“과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직업과 앞으로 새로 생길 수 있는 직업에 대해 조사해 보라.”



 국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급박한 속도로 변해가는 직업 생태계에 대한 조사를 통해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전도유망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화교환원·얼음장수·타자원·물장수·버스안내양 같은 직업들은 사라진 직업리스트에 포함됐고,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새로운 직업으로 인체 냉동사, 우주여행 가이드, 동물 장례식 관리사, 유전자 판매상 등과 같이 기발한 직종들이 제시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매년 발간하는 ‘한국직업사전’에는 2014년 말 기준으로 1만3605개의 직업이 수록돼 있다. 매년 해마다 수많은 직종이 소멸되거나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동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비디오 대여점은 사라지는 대신 웹디자이너, 모바일 프로그래머 등 정보기술(IT) 관련 새로운 직종들이 직업리스트에 추가됐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칼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고용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첨단 IT 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로 20년 이내에 현존하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와 로봇이 단순 노동직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LA타임즈의 ‘로봇기자’가 빠른 속도로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여 1분 만에 기사를 완성하고 8분 만에 온라인 신문에 게재하여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로봇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문장과 글의 구성이 전문기자가 작성한 것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완벽해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켰다. 일본의 회전초밥전문점인 ‘구라 스시’는 ‘스시 로봇’을 도입해 생선초밥의 가격을 크게 낮추고 있다. 시간당 3500~4000개의 초밥을 제작하는 ‘스시 로봇’은 숙련된 장인보다 시간당 5배나 많은 초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고도의 분석력을 필요로 하는 금융전문가도 인공 지능이 대신하고 있다. 미국 IT업체 ‘켄쇼’가 개발한 인공지능 ‘워렌’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면 어떤 분야에 투자하는게 유리할까?”와 같은 자연어로 된 질문에 유망 종목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한다. 고연봉을 받는 프라이빗 뱅커들이 인공 지능으로 인해 ‘기술적 실업’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사무직이나 일부 전문직종을 첨단과학기술이 대체하는 추세는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현재 교육 시스템은 지식암기와 규율체득 등과 같이 산업사회에 필요한 인재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분야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 현재의 교육제도는 미래 기술변화에 가장 취약한 인력들을 양산할 수도 있다. 이제는 기계와의 협업능력, 통찰력과 창의성과 같은 인간만의 고유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제도의 변화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할 때가 됐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신임 한국경영정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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