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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교사부터 장학사까지 질문하는 교실 만들기

중앙일보 2015.01.09 00:38 종합 20면 지면보기
광주시 신가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양승현(41·국어) 교사의 수업 진행 방식은 독특하다. 학생들이 주연으로 나서 수업시간 대부분을 얘기하고, 교사는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 거드는 조연 역할에 그친다.


광주 '300교원 수업 나눔 운동'
학생들이 이끄는 수업 모델 개발
시범수업은 동영상 찍어 공개
중학교 자유학기제 88개교로 확대

 이를테면 신라시대의 가요인 향가 ‘헌화가’를 배우는 수업시간은 이렇다. 먼저 양 교사와 아이들은 함께 ‘자주 빛 바윗가에/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나를 아니 부끄러워 하시면/꽃을 꺾어 바치오리다’는 시와 배경설화를 읽는다.



 이어 학생들은 4명씩 9개의 모듬을 만들어 이 시를 주제로 10여 분간 토론을 펼친다. 특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표현이나 “왜 그럴까” 궁금증이 생기는 내용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각 모듬은 이들 질문을 각각 종이에 적어 칠판에 붙인다.



 종이에 적힌 질문 중 중복된 것을 정리해내는 것은 양 교사의 몫이다. 학생들은 이들 6~7개의 질문을 가지고 다시 모듬별로 15분간 자율토론을 이어간다. 생각이 정리되고 나름대로 해답을 찾은 학생들은 10~15분간 전체 아이들 앞에서 발표 시간을 갖는다.



 이처럼 학생들이 주인공인 수업시간에서는 기발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얘기들이 쏟아진다. ‘왜 바위가 회색이나 검은색이 아니고 자주빛일까’라는 질문에는 “사랑을 바위 색깔로 표현한 것”이라거나 “꽃을 따러 가다가 수많은 희생자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또 “노을이 질 무렵이라 바위가 자주빛”이라는 독특한 생각을 표현하는 학생도 있다.



 양 교사는 “학기 초에는 이런 수업 방식을 낯설어하면서 ‘선생님이 정리해주고 우리는 그냥 받아적기만 하는 게 편해요’라고 말하던 학생들이 점차 말문이 트이고 활발하게 토론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간다”며 “한 학기가 끝날 무렵이면 탐구력·사고력·표현력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새해 ‘300교원 수업 나눔 운동’에 발벗고 나선다. 장휘국 교육감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질문이 있는 교실’ 구현을 위한 현장 실천 운동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아이들의 입을 열게 하는 참여형 수업 모델 확산 운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교사위주의 가르침에서 학생 중심의 배움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업 나눔 운동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교사는 물론이고 교장·교감과 장학사·장학관도 참여시킬 계획이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월 1회 이상 시범 공개수업을 실시하고 동영상을 띄워 학생·학부모도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신가중의 경우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교육 모델 개발을 위해 ‘수업쑥, 혁신쑥’이란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교사 2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해 2~3주마다 연구모임을 갖는다. 학년별로 한 달에 한 번씩 공개수업도 한다.



 교육청은 참여형 수업 모델의 정착을 위해 평가 방식도 개선할 계획이다. 그동안 학생들이 치르던 사지선다형 필기시험을 서술형 평가로 바꾼다. 그동안 일부 중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자유학기제도는 88개교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중학교 1학년생들은 매주 8시간 이상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맞춤형 적성교육을 받거나 체험활동을 하게 된다.



 장 교육감은 “참여형 수업 모델을 확산시켜 아이들은 학교 생활이 행복하고 교사들은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는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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