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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권 남자는 키 작은 범생이? 편견 버려요

중앙일보 2015.01.08 00:21 종합 25면 지면보기
‘아시안 보스’의 케이 이바라키(왼쪽)와 스티븐 박. 두 사람은 “유튜브를 통해 동양 사람에 대한 편견을 유쾌하게 극복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진 아시안 보스]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것 같아요.”

'아시안 보스'팀 스티븐·케이
한국·일본계 호주동포 의기투합
길거리 인터뷰로 유튜브서 인기
"남성미·재능 발휘할 기회 오겠죠"



 “수학을 잘한다? 여자 앞에서 수줍음을 많이 타요.”



 “왜소하고,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아요.”



 평소 동양 남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묻자 서양 여자들이 답한다. ‘왜소한 체격에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로 답이 모아진다. 호주에 사는 두 동양 남자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길 가는 서양 여자들을 붙잡고 ‘동양 남자’에 대해 온갖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들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모든 인터뷰 내용은 공유했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1년 새 2만 명을 넘어섰다.



 호주 한인 동포 스티븐 박(33)과 일본인 아버지·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케이 이바라키(34)는 1년 전 유튜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팀명은 ‘아시안 보스(Asian Boss)’. 동양 남자가 국제 ‘범생이’에서 벗어나 세계의 ‘보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스티븐은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 속 동양 남자의 이미지는 대부분 공부밖에 모르고 여자도 못 사귀는 범생이”라며 “그러다 보니 서양에서는 ‘동양 남자가 남자답지 못하고 매력 없다’는 편견이 박혀있다”고 말한다.





 스티븐과 케이는 1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단짝 친구다. 하지만 서로 가는 길은 달랐다. 스티븐은 대형 로펌에서 금융 전문 변호사로 일했고 건축학을 전공한 케이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했다. 스티븐은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목표를 이루고 나니 정작 내가 추구한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1년을 일하고 미련없이 회사를 나왔다. 옆을 보니 비슷한 처지인 케이가 있었다. 영락없는 ‘백수’ 신세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지금보다 좀 더 의미 있고 재미난 일을 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렇게 의기투합해 시작한 것이 ‘아시안 보스’였다.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등 서양 사회에서 아시아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고위직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가리키는 말이다. 스티븐과 케이는 이 ‘대나무 천장’이 동양 남자에 대한 고정관념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동양 남자의 취업과 커리어’를 주제로 할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너무 무거운 주제로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정한 것이 ‘연애’였다. ‘서양 여자들이 선호하는 머리 스타일’, ‘선탠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생각 차이’ 등 질문은 장난스러우면서도, 나름대로 진지함이 묻어난다.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 모이면 이들은 화면을 통해 어디선가 동영상을 보고 있을 동양 남자들에게 조언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다수의 서양 여성분들이 앞머리 올린 머리를 선호합니다. 그러니까 시원하게 앞머리를 넘기고 그 섹시한 이마를 보여주세요!”



 스티븐과 케이의 최종 목표는 아시아에 ‘할리우드 2.0’을 만드는 일이다. 동양 남성뿐 아니라 동양 청년들이 그동안 짊어져야 했던 고정관념을 깨고 각자의 매력과 재능을 세계 어디서든 키워나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두 사람은 호주의 거리 한복판에서 서양 사람들을 붙잡고 질문을 던진다. “동양 남자,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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