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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의 High-End Europe]
벨 에포크의 낭만이 서린 모나코와 3대 아르누보 호텔

온라인 중앙일보 2015.01.07 10:15
남부 프랑스 최고의 휴양지 모나코



백여 년 전 프랑스에는 ‘벨 에포크(Belle Epoch)’라 불리던 시대가 있었다. 1890년부터 1914년까지, 후기 인상파 화가들이 프랑스의 전역을 누비며 아름다운 색채로 그림을 그리고, 마르셀 푸르스트(Marcel Proust)의 소설이 명성을 떨치며, 파리에 세계 박람회가 열려 구스타프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이 에펠탑을 건설하던 시기였다.



문화에 대한 프랑스인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르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던 말 그대로 아름다운 시절, 문화와 예술의 나라 프랑스가 만들어지던 시기였다. 이 아름다운 시절, 전 세계의 수많은 명사들이 공연과 예술, 최고의 음식을 즐기며, 그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낭만을 만끽하려고 프랑스를 찾았다. 파리의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에 세계적인 명사가 모여 시대를 찬양하며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옷차림으로 그 화려함을 더했다.



프랑스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에너지는 파리에 머무르지 않고 남부 프랑스 최고의 휴양지, 프렌치 리비에라(French Riviera)의 그림 같은 도시들로도 뻗어나갔다. 스페인에서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리비에라 해안, 그 중에서도 ‘프렌치 리비에라’는 ‘코트 다쥬르(Cote d'Azur)’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해변과 지중해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모나코 항구
프렌치 리비에라에서도 벨 에포크의 절정을 이루었던 곳은 세기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와 레니에 3세 대공(Rainier Louis Henri Maxence Bertrand Grimaldi)의 낭만적인 로맨스로도 유명한 모나코 공국이었다. 유럽의 독립국가 중에서 바티칸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이지만 밝은 태양과 푸른 바다, 수없이 늘어선 해안의 대 저택과 새하얀 요트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나라이다.



이 모나코의 중심에는 이 나라의 주요 수입원이기도 한 그랜드 카지노가 있다. 파리의 오페라 극장을 만든 샤를 가르니에(Charles Garnier)가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위해 설계한 곳으로 보석으로 화려하게 꾸민 세계적인 스타, 롱드레스로 차려입은 왕족들, 운전기사 딸린 롤스로이스로 방문하는 아랍의 부호 등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모나코의 모든 사치스러움과 낭만, 로맨스가 모여 있는 그랜드 카지노 광장, 그리고 그 특별함은 광장을 둘러싼 세 개의 특별한 호텔로 완성된다.



호텔 드 파리




호텔 드 파리(Hotel de Paris)는 1864년 문을 열었다. 카지노 광장의 중심, 세 호텔 중에서도 첫 손 꼽히는 곳으로 그동안 이 호텔을 방문한 세계적인 명사의 이름은 책으로 정리해도 모자를 정도이다. 카지노를 방문하기 전 그날의 행운을 바라는 사람들은 이 호텔 로비에 있는 청동 루이 14세 말 동상의 왼쪽 무릎을 문지르며 행운을 빌어보기도 한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루이 15세'


백여 년 전 그 시대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화려한 아르누보(Art Nouveau) 스타일의 건물에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셰프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루이 15세(LOUIS XV)’도 있다. 현대의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지만 루이 15세 시대의 양식으로 꾸며져 바카라 크리스털(Baccarat Crystal)과 클래식한 다마스크 리넨(Damask Linen), 금장 도자기와 식기로 장식되어 있다. 호텔 내 개인 와인 셀러에서 레니에 공과 그레이스 켈리 왕비가 결혼 20주년 기념일을 축하하기도 했다.



에르미타쥬


1890년 문을 연 에르미타쥬(Hermitage) 호텔은 햇살이 비추는 테라스에서 모나코 항과 지중해를 바라보며 하얀 셔츠에 검은 재킷으로 정중하게 차려입은 숙련된 직원들로부터 아침식사부터 격식 있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겨울 정원(Winter Garden)’이라고 불리는 로비는 파리의 에펠탑을 건설한 구스타프 에펠의 작품으로 그의 장기인 철제 구조물에 화려한 유리 돔으로 이루어진 아르누보 스타일의 명작이다. 여전히 그때 그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늦게 지어진 메트로폴(Metropole) 호텔은 구시대의 화려함에 현대적인 디자인이 가미된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슐랭 스타를 받은 또 하나의 대표 프렌치 셰프 조엘 로부숑(Joel Robuchon)이 운영하는 세 개의 레스토랑도 있다. 이 세 호텔들은 모두 세계적으로 그 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의 회원사이기도 하다.



메트로폴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영화에 우디 알렌(Woody Allen)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가 있다. 이 영화는 벨 에포크 시대를 동경하던 소설가가 파리에서의 우연한 시간 여행으로 그 시대로 돌아가 수많은 예술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나코의 카지노 광장에 들어선 순간, 우리도 그 영화 속 주인공처럼 벨 에포크 시대의 한 장면에 들어선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만일 이 세 호텔이 부담스럽다면 광장 한 모서리의 카페 드 파리(Cafe de Paris)에서 백 년 전 영국 황태자의 로맨스가 만들어낸 크레페 수제트(crepe suzette)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오렌지 향이 가득한 그 크림을 한 입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 여행이 가능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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