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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문건에 '기업인·연예인 동거설' … 사찰 논란

중앙일보 2015.01.07 01:09 종합 6면 지면보기



박관천, 박지만 측에 건넨 17건 중
3개 기업체 관련 문건 4건 포함
청와대 "민간인 사찰 아니다" 해명
"친·인척과 친분 사칭자에 대한 것"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2013년 6월~2014년 초 유출된 문건에 기업인들의 불륜 의혹 등 사생활을 다룬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민간인 사찰 논란이 일고 있다. 문건에는 기업 비리 첩보까지 담겨 있다.



 6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박관천(49·구속 기소) 경정이 조응천(53·불구속 기소)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박지만(57) EG 회장 측에 건넨 문건 17건 중에는 기업 3곳과 관련된 문건 4건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한 문건에 모 레저업체 대표가 여러 명의 여성과 사실혼관계이고 최근 유명 연예인과 동거하는 등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문건에도 모 호텔 회장이 여직원과 불륜관계인 데다 환각제까지 복용했다고 적혀 있다.



 유출된 문건에는 기업인들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도 담겨 있다. 2013년 6월께 작성된 ‘H사 P△△’ 제목의 보고서에는 “수입 금액 누락 등을 통한 자금 세탁 및 비자금 조성 비리 의혹”과 “공무원에게 뇌물 준 뒤 약점 잡아 협박한 의혹”이 담겨 있다. 또 ‘K사 L□□’ 제목의 보고서에는 “공천 알선 명목 수억원 수수 등 다수 관계자로부터 공천 관련 금품 수수 의혹”이라고 적혀 있다. ‘I사 O▽▽’ 문건에는 “차명주식 취득 등 탈세 의혹, 공사 수주 대가로 수억원 공여 혐의” 등이 적시돼 있다.



 현행 대통령령의 대통령비서실 직제(7조)는 ‘비서실은 특별감찰반을 두고 공직자와 공공기관 단체 임원뿐 아니라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에 대해서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인사가 아닌 기업인 사생활까지 보고서에 담은 것은 불법 사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이들 문건에 기업 비리 첩보 등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부분도 포함된 ‘찌라시’성 첩보일 뿐이어서 범죄 첩보로서 가치가 낮다”며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문건은 친·인척 관리 차원에서 친·인척과의 친분을 사칭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며 “대상자들에 대한 여론 동향을 수집 보고한 내용이어서 민간인 사찰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윤회 동향’ 문건과 ‘박지만 미행설’ 제보자들의 말이 언론 인터뷰와 검찰 조사를 거치며 확연히 달라진 점도 주목거리다. 박 회장의 먼 친척인 김모(62)씨는 ‘정윤회 동향’ 문건에 “정윤회를 만나 부탁을 하려면 7억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당사자로 제시돼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7억원은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농담한 것”이라고 말했으나 검찰 조사에선 “그 자리에서 ‘정윤회가 인사를 다 해 먹는다’는 말이 나와 맞장구쳤을 뿐”이라고 한발 뺐다. 김씨는 미행설을 박 회장에게 최초로 알린 사람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선 “‘정윤회가 미행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만 했다”고 진술했다.



 시사저널에 미행설을 제보한 K사 L회장도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미행설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박동열(62)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십상시(十常侍) 모임’ 제보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십상시가 정기적으로 모인다고 말한 적이 없고 정윤회와 관련된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한편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 김종호)에 배당됐다.



김백기·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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