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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구 19개 만든 김정은, 북한 개방에 자신감 남쪽이 환경 만들어 주면 정상회담 나올 것"

중앙일보 2015.01.07 01:00 종합 8면 지면보기
이종석(57·사진) 전 통일부 장관은 6일 “한계에 봉착한 한국 경제를 다시 한 번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휴전선을 뚫고 대륙으로 진출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때는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 2006년 통일부 장관 겸 NSC 상임위원장을 맡아 대북정책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다만 북한 핵실험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06년 12월 장관직에서 물러나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남북대화 불씨 살리자] ④ 이종석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
민간단체들이 날린 대북전단
남북 대화 분위기에 도움 안 돼

 -남북대화에 미국의 대북제재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제재 움직임이 있지만 북방정책을 추진한 노태우 정부 이후 가장 좋은 환경이다. 지금 당장은 미국과 북한이 각을 세우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를 결심하고 적극 추진한다면 반대하지 않을 거다. 미국·중국과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한 박근혜 대통령의 여건도 장점이다. NSC사무차장 때 개성공단 착공식(2003년 6월 30일)이 있었다. 당시 미국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착공식을 반대해 예정보다 일정이 연기됐다. 그래도 미국을 설득한 끝에 착공을 하고 나니 우리 기업들의 출구가 되지 않았나.”



 - NSC나 통일부 장관이 어떤 걸 해야 하나.



 “(남북 교류 및 대북 투자를 금지하는)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천안함 폭침 사건 직후 정부는 북한에 고통을 주기 위해 5·24조치를 단행했다. 그런데 북한에 고통을 줬나, 북핵 문제가 해결됐나. 오히려 우리 기업들만 고통받고 북한의 핵기술만 발전했다. 청와대 차원에서 말을 꺼내지 못하면 통일부가 나서 파열음이라도 내야 한다. 5·24조치를 해제하지 않더라도 기업인들의 방북이나 경협은 시작해야 한다. 5·24조치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부가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그것도 엄밀한 의미에서 5·24조치 위반이다. 그것이 있는 한 아무것도 못한다. 그러니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건부이긴 하지만 정상회담 가능성을 암시했다.



 “조건부지만 큰 변화다. 김 제1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르다. 김정일은 개방을 했을 경우 통제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두 발 개방하고, 한 발 후퇴해 통제하고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김정은은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19개 특구를 만들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회담에 임할 거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점진적 접근방식을 말해놓고 갑자기 통일대박론을 얘기하며 급진적으로 나가고 있다. 전략과 목표가 왔다 갔다 해서 그런 거다. 일관성이 필요하다.”



 -남북 정상회담은 성사될 가능성이 있나.



 “올해가 지나면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쉽지 않다. 청와대가 나서 고위급회담도 열었지만 별반 진전이 없다. 통일부와 통일전선부의 ‘통통’ 라인은 없어졌다. 밑에서 안 되니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끼리 만나 합의를 하고 풀어 나가야 한다.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유라시아 익스프레스 실크로드’를 위해선 남북 철도 연결이 필수적인데 이것 역시 정상끼리 풀어야 할 문제다. 문제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가 만들고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은 “민간단체들이 5일 날린 대북전단 등은 결코 한반도 평화분위기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부터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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