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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녀 살해' 가장 "5억 대출했지만 1억만 남아. 생활고에…"

중앙일보 2015.01.07 00:52 종합 12면 지면보기



아내와 두 딸 살해 서초동 40대 가장
범행 신고 후 도주, 6시간 만에 잡혀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가장이 범행 신고 후 도주했다가 6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6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강모(48)씨는 3년째 무직 상태였다. 그러나 재취업도 쉽지 않아 최근 1년간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의 고시원으로 출퇴근했다고 한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직장을 그만둔 2012년에 5억원을 대출받았지만 현재 1억3000만원 정도만 남았다”고 진술했다. 아내에게 매달 400만원씩 생활비로 줬고, 용돈으로 1억원을 썼으며 나머지 금액은 주식에 투자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일단 경제난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자괴감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강씨는 “돈이 없으니 아이들 눈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며 “처음에는 나 혼자 죽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애들이 고생할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앞서 강씨는 가족이 잠든 이날 오전 3시~4시30분 사이 차례로 목 졸라 살해했다. 아내 이모(43)씨, 작은딸(8), 큰딸(13) 순이었다. 강씨는 오전 5시쯤 집을 나서 차를 몰고 무작정 달렸다고 한다. 약 1시간30분 뒤, 충북 청주에 도착한 강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스스로 신고했다. “아내와 딸을 죽였다. 서초동 아파트로 가면 시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서초경찰서장과 형사들이 신고 3분 후 현장에 도착했지만, 세 모녀가 숨진 지 2~3시간이 지난 뒤였다. 방에서는 목을 조를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머플러 2개가 발견됐다. “처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지옥에서 죗값을 치르겠다”는 메모도 나왔다.



 경찰은 강씨를 살해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신고 6시간 뒤인 낮 12시28분쯤 강씨를 체포했다.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도로를 지나던 그를 검문검색에서 적발했다. 체포 직전 강씨는 1㎞ 정도 도주를 시도했다. 체포되자 “나도 죽으려고 문경까지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7일 살인 혐의로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는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아내와 두 딸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한영익·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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