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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기쁨에 중독됐어요" 11년째 기부로 새해 맞는 가족

중앙일보 2015.01.07 00:27 종합 21면 지면보기
새해를 기부로 시작한 강충걸(오른쪽)·박영희씨 부부가 2009년 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할 때 찍은 가족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매년 새해를 기부로 시작하는 가족이 있다. 벌써 11년째다. 지난 2일에도 어김없이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사무실을 찾아 1년 동안 생활비 등을 절약해 모은 200만원을 기부했다.


강충걸씨 평소 절약한 돈 모아
2005년부터 총 5000만원 성금

 강충걸(64)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사무총장 가족 얘기다. 그는 “기부할 때 느끼는 기쁨에 중독됐다”고 말했다. 4일 부산 동래구의 한 카페에서 강 총장 부부를 만나 기부의 즐거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 총장 가족의 기부는 2005년 시작됐다. 그는 광고회사(파나엠엔아이) 사장이면서 협의회 사무총장을 맡아 장애인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으니 기부를 해보자”며 가족에게 얘기를 꺼냈다. 의외로 아내 박영희(57)씨 뿐 아니라 외아들 예성(35)씨도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기부금 마련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양복을 살 때 신상품 대신 이월상품을 사서 돈을 아끼거나 물품 등을 사고 남은 동전을 꾸준히 모았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물건을 살 때는 백화점이나 마트의 할인행사를 적극 이용했다.



 기부금액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경제 상황이 나을 때는 기부금을 많이 내고 어려울 때는 기부액을 줄였다. 기부가 가정경제에 부담이 되면 꾸준히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모은 돈은 매년 새해 시작과 함께 사랑의 열매에 기부해왔다. 11년간 강 총장 가족의 총 기부액은 5000만원에 육박한다.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가족 단위 기부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꾸준히 기부를 하다 보니 나름의 원칙도 생겼다. 평소 절약한 금액을 모으는 것을 넘어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기부금을 따로 모으는 습관이 생겼다. 예성씨는 2005년 대학생 때 전국 대학생 모의 유엔대회에서 받은 최우수상 장학금 100만원을 내놓았다. 그의 기부는 취직 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LG화학 폴란드 법인으로 발령이 나면서 200만원을 기부했다.



 강 총장 자택에는 ‘낮게 살고 높게 생각하자’는 글귀가 걸려 있다. 욕심을 채우는 대신 주변을 돌아보며 살자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 지체장애인복지회, 91년 국제장애인협의회 등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장애인협의회에서는 운전과 컴퓨터,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초량동 건물에 작은 도서관을 열기도 했다.



 강 총장 부부에게 기부 이유를 물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부부는 “기부를 하다 보니 절약하는 습관이 생겼고, 집안에 좋은 일이 꾸준히 생기는 것 같다”며 “기부 문화가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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