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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인터넷이 푸틴을 무릎 꿇릴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5.01.07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에밀리 파커
전 뉴욕타임스 에디터
지난달 30일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는 모스크바 법원에서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1년여 동안 가택연금 상태였던 나발니는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동생 올레크는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발니가 반부패 운동을 이끌며 푸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반체제 인사인 만큼 집행유예는 그를 순교자로 만들지 않으면서 벌을 주려는 정부의 악의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판결에 분노한 나발니는 모스크바 마네슈 광장에서 가두시위를 촉구했다. 그는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가택연금을 어기는 바람에 곧바로 연행돼 자택에 구금됐다. 판결이 선고되기 전부터 나발니 지지 시위에 참석하겠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러시아인은 1만 명을 넘었다. 실제 참가자 수는 이보다 훨씬 적었지만 수천 명의 러시아인은 신년 연휴와 경찰의 체포 위협, 살을 에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로 나섰다.



 21세기 러시아의 대표적 반정부 운동가인 나발니는 푸틴 정권에 새로운 유형의 위협이다. 그는 정치 저항 수단으로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최초의 반체제 인사다. 나발니와 그의 추종자들은 러시아 야권 운동가들이 단순히 ‘가상’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두시위를 조직할 힘이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에 일어났다. 오랜 기간 러시아에서 인터넷은 별다른 존재감을 가지지 못했다. 적어도 야권의 무기로는 활용되지 못했다. 필자가 모스크바에 거주했던 2010년만 해도 인터넷은 대체로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크렘린은 인터넷에 대해 정치적 불만이나 우스갯소리가 올라오더라도 실제 위협 행위로는 이어지지 않는 가상 놀이터로 여겼다. 인터넷 역할은 그저 현실의 거울일 뿐이었다.



 러시아 국민 대부분은 자신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거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반정부 시위 참가자는 적었고, 경찰 연행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이 단순히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전체 상황을 바꿀 수는 없었다. 이때 나발니가 등장했다. 그는 무의미한 가두시위에 지친 러시아 국민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에게 집에서도 편안히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나발니는 2010년 필자와 인터뷰에서 “정부에 저항하는 손쉬운 방법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거창한 봉기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냥 인터넷에 민원을 제기하라고 했을 뿐이다. 성공이 이어지자 무관심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년간 이 정치운동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힘을 합치면 일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크렘린은 2011년 말, 2012년 초까지도 온라인 정치활동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된 반정부 거리 시위에 수만 명이 참석하면서 푸틴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수천 명이 참석하는 시위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소련 붕괴 이후 최대의 반정부 시위가 조직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나 VK(러시아판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사이트는 단순히 어디서 집결하라고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강력한 심리적 영향을 일으키는 기제가 됐다. 이제 사람들은 수만 명이 가두시위에 참여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리로 나가면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



 2012년 이후 시위 참가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정부가 반체제 인사를 탄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터넷은 아직 많은 러시아 국민이 정보를 얻는 TV 보도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러시아 당국은 미성년자를 유해 콘텐트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했다. 파워블로거들은 정부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블로그 방문자 정보를 국내 서버에 저장해야 한다는 법이 제정됐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완전히 차단될 수 있다. 푸틴은 가두시위를 처벌하는 법을 새로 제정하기도 했다.



 이런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다수가 지난 연말의 화요일 시위에 참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당국은 예상대로 엄청난 진압 요원을 보냈고 수많은 사람이 연행됐다. 야권은 힘든 싸움에 직면하고 있다. 나발니는 인터넷의 힘이 단순히 가상 공간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운동에도 한계는 있다. 권위주의 정부의 가장 큰 보호막인 대중의 무관심은 앞으로도 야권을 방해하는 주요 장애물로 남을 것이다. 인터넷만으로는 이를 극복하기 힘들다.



 그러나 가능한 다른 변수가 있다. 요동치기 시작한 러시아 경제다. 석유 수익 감소와 서구의 경제 제재,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푸틴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민중 봉기를 촉발할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발니와 지지세력은 혁명적 상황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쥔 셈이다. 현재 나발니는 행동하지 않는 침묵은 결코 선택이 될 수 없다고 지지자를 설득하고 있다. 그는 한때 “당신밖에 없다”고 블로그에 썼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이 바로 저항군”이라고.



에밀리 파커 전 뉴욕타임스 에디터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 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지난해 12월30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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