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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 지난해 64세 취준생, 올해는 65세 연구원

중앙일보 2015.01.07 00:01 강남통신 15면 지면보기

길을 가다 돌을 만나면 약자는 걸림돌이라고 하지만 강자는 디딤돌이라고 한다.


승구씨 7번 도전 끝에 출근합니다

-영국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1795~1881).



육전칠기(六顚七起). 그렇게 재취업한 황승구씨는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39년 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보다 더 설렌다”고 말한다. 그는 가끔씩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단다. 한국 기계연구원에서 과장으로 일할 때 모습(두번째)과 2006년 국민포장증 수여식 사진(세번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만큼 요즘 전보다 책도 더 열심히 읽는다.


하루 1~2시간 채용 공고 사이트 접속하기.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준비생(취준생) 얘기가 아니다. 올해 65세인 황승구씨가 지난 한 해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일이다. 그는 2012년 12월 31일을 끝으로 34년 몸담았던 한국기계연구원을 떠났다. 2011년 말 경영기획본부장 자리에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인생 2막에 대한 준비는 전혀 없었다. 아니, 필요 없었다. 형식적으로는 정년퇴임을 했지만 3년 계약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후 그는 스스로 물러났다. 후배들 앞길을 가로 막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다. 외환위기 당시 직원 200명을 감축할 때도 끄떡없던 그는 그렇게 재(再) 취준생이 됐다.



처음 한 해는 마음이 편했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기에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고, 친구도 실컷 만나면서 하루하루를 지냈다. 하지만 그렇게 1년을 보내니 무력감이 엄습했다. 소속감의 부재도 견디기 어려웠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바로 미국 비자 발급이다.



“여동생 있는 미국에 가려고 비자 신청 인터뷰를 갔더니 왜 가는지, 경비는 어떻게 충당할 건지 꼬치꼬치 캐묻는 거예요. 마땅한 직업이 없어서 그랬던 거죠. 직장 있을 땐 미국 비자 받기 이렇게 어려운 줄 정말 몰랐어요.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는지 모릅니다.”



불규칙한 생활 탓에 점점 나태해진 스스로를 보는 것도 싫었다. 인생을 이렇게 허비하고 싶지 않았고, 취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당시 63세. 신체 나이는 비록 60세를 넘었지만 두뇌회전은 37년 전 처음 일을 시작했던 때와 다르지 않다고 자신했다. 아니, 오히려 36년 동안 익힌 노하우 덕분에 업무 능력은 더 향상됐다고 느꼈다. 이후 채용 공고가 날 때마다 지원을 했다. 6번을 내리 낙방하고는 실망하기도 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주일에 2번씩 국립중앙과학관 해설사로 일하며 계속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결국 바람을 이뤘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UST) 연구위원으로 채용된 거다.



첫 출근하는 2015년 1월 12일은 그의 인생 2막이 열리는 날이다. UST 계약학과 입학생을 산업체·연구원 등에 연결해 주는 게 그의 업무다. 학생과 기업에 모두 윈-윈 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벌써 가슴이 벅차 오른다. 1년 계약직, 게다가 한국기계연구원에서 받았던 월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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