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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사회경제학

온라인 중앙일보 2015.01.07 00:01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젤루스 기도를 하는 동안 한 신자가 아기예수상을 들고 있다. 교황은 성탄절 시즌에 들어가면서 아기예수상을 축복했다.


선진국에선 결혼하거나 아이를 갖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든다. 종교계와 가정옹호론자들은 그런 추세를 우려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11월 바티칸 회의에서 요즘 만연한 ‘임시의 문화’를 개탄하며 혼인 전통의 쇠퇴가 ‘영적인 황폐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혼인율과 출산율의 감소는 경제적으로도 폭넓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택 구입이나 은퇴를 위한 저축, 영구적인 것에 대한 투자를 미루기 때문이다.

[뉴스위크]수십 년에 걸친 사회의 변화로 혼인율이 감소하면서 영적·경제적 황폐화가 우려된다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 연구소 산하 아동·가족센터의 공동 책임자인 경제학자 이자벨 V 소힐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과거만큼 결혼중심적인 사회가 아니다. 그 결과 주택이나 가구 등 내구성 소비재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가족에 얽매이지 않고 자녀가 없는 성인들은 주택담보 대출과 자녀 학자금 저축대신 휴가, 외식, 아파트 임대 같은 단기적인 지출에 치중한다고 소힐은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혼인율은 거의 한 세기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11년 미국 성인중 기혼자는 50.3%였다(1960년 72.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녀 갖기를 미루는 것이 결혼을 미루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지표일지 모른다.




현재 유럽의 혼인율은 1970년보다 약 40%가 낮아졌다.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탯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혼인율은 1000명 당 4.8명이었다(40년 전에는 7.9명). 호주, 일본, 한국, 브라질, 멕시코 등 다른 선진국과 신흥국에서도 혼인율이 비슷하게 감소했다.



혼인율 감소는 대부분 수십 년에 걸친 사회 변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 근로 인력이 늘어나면서 경제적 안정에 필요한 배우자를 찾을 필요가 줄었다. 게다가 결혼식을 무시하고 별 거리낌 없이 미혼 상태로 동거하는 커플이 많아졌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많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같은 나라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혼인율이 감소한 것은 부분적으로 경기침체 때문이다. 세계 전역에서 실업률이 높아졌고 특히 미국의 경우 학자금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0~30대의 다수에겐 정착해서 가정을 꾸린다는 생각이 과거보다 매력적이지 않다. 유럽의 경우 경기침체로 부모의 집에 머무르는 젊은이가 많아졌다. 영국 신문 가디언이 인용한 EU 자료에 따르면 18~30세의 거의 절반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젊은 세대는 경제와 애정 관계, 직장이 아주 불확실하다고 느낀다”고 소힐이 말했다. “따라서 그들 사이에서 모험을 원치 않는 추세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 경제적 불확실성이 선진국의 출산율을 억누르고 있다. 물론 자녀보다 경력과 여가활동을 원하고, 더 작은 가족을 선호하기 때문에 출산율이 감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런던에 사는 그리스인 사진작가 알렉시아(28)는 언젠가는 자녀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자녀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직은 얽매이고 싶지 않다. 아기를 갖기 전에 여행을 하면서 내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은 지난 40년 동안 거의 40%가 감소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가임 연령 여성 1명 당 아기 1.7명이 태어났다(1970년에는 2.7명이었다).



뉴욕의 경제 전문가 에드워드 야드니는 자녀 없는 독신 성인이 늘어나면 경제의 일부 분야에서는 이로울 수도 있다. “셀피(보통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는 셀카를 의미하지만 여기선 야드니가 그런 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했다)는 융통성이 많다”고 야드니가 블룸버그 뉴스에 인용된 고객 보고서에서 말했다. “그들은 다양한 시장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과 산업이 신속히,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러나 독신은 경제적으로 불리한 면도 있다고 야드니는 덧붙였다. 단 하나의 소득원이나 건강보험에 의존하는 사람은 정리해고나 질병에 더 취약하다. 또 아이들이 적다는 것도 미래 납세자가 그만큼 적어진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야드니는 설명했다.



특히 미국에선 법적, 금융적 시스템이 기혼자에게 유리하다. 잡지 애틀랜틱의 2013년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법 1000가지 이상이 기혼자들에게 명시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건강, 생명, 주택 등의 보험료도 평균적으로 미혼자보다 기혼자가 더 적게 낸다.



그러나 마리아 테레사 카스트로-마르틴은 사람들이 자녀 갖기를 미루는 것이 결혼을 미루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의 인구학 전문 연구교수다. “결혼 여부보다는 자녀가 있느냐 없느냐가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라고 카스트로-마르틴은 말했다.



그녀는 스페인이나 다른 선진국에선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갖는 커플이 더 많아지는 현상을 지적했다. 그래서 결혼증명서가 없어도 주택을 구입하고 더 나은 차를 사고 저축을 하는 등 장기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인 사진작가인 알렉시아도 가정을 꾸리는 데는 반드시 결혼이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녀를 갖게 되면 결혼하지 않고도 똑같이 커플의 유대감이 생긴다. 결혼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2012년 스페인 아기의 약 36%가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1980년에는 그 비율이 4%에 불과했다고 카스트로-마르틴은 지적했다. “그들은 청소년 미혼모나 독신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기가 아니다. 단지 결혼하지 않은 커플의 자녀일 뿐이다. 스페인 같은 전통적인 사회에서도 사회가 크게 변했다.”



퓨 리서치 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유럽 전체로 볼 때 결혼하지 않은 커플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는 평균적으로 전체의 약 39%다(미국의 경우 41%).



카스트로-마르틴은 경제가 나아져도 젊은 성인 사이의 그런 태도 변화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용 시장의 사정이 호전되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려는 커플이 많아질 수 있지만 혼인율과 출산율이 197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전반적인 추세가 그렇다. 과거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웨딩산업의 판도 변화

밀레니엄 세대가 결혼을 미루면서 나이 든 고객들로 초점 옮겨가

18~34세의 미국인 중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약 66%다. 2000년보다 13.4%포인트 증가했다.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남편과 아내라는 지위에 관심이 없는 신세대가 많아지면서 웨딩업계에 종사하는 요리사, 그래픽 디자이너 등 수십만 명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숨을 죽이며 주시하고 있다. 5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웨딩산업은 수십 년 동안 젊고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기대왔지만 밀레니엄 세대가 그런 추세를 바꿔놓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젊은이 10명 중 3명만이 결혼했다. 18~34세의 미국인 중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약 66%다. 2000년보다 13.4%포인트 증가했다. 그들이 앞으로도 결혼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웨딩기획 전문가들은 고객 연령층에서 전반적인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수입에 큰 변화가 없다고 코네티컷주 뉴밀퍼드의 ‘어소시에이션 오브 브라이들 컨설턴츠’ 대표 데이비드 우드가 말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들은 결국 결혼한다. 결혼 시기가 늦어졌을 뿐이다.”



2010년의 인구통계 자료는 초혼의 평균 나이가 1950년대 이후 계속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은 대다수 남자의 초혼 나이가 약 29세이며 대다수 여성의 경우는 약 27세다. 50년 전에는 남자가 23세, 여자가 21세였다.



요즘 사람들은 단지 결혼을 서두르지 않을 뿐이다. “좋든 나쁘든 동거의 금기가 깨진 건 사실”이라고 우드가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력과 경제적인 능력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체적인 결혼 건수가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다. 혼인율이 2000년 1000명 당 8.2명에서 2005년에는 7.6명, 2011년에는 6.8명으로 떨어졌다. 웨딩산업으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의 클라크 카운티는 2013년 결혼허가증 발급 건수가 전년도 대비 약 6000건 줄었다.



인디애나주 에번스빌의 ‘플래닝 포에버 이벤츠’ 대표 손드라 해들리는 지역에 따라 추세가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 중서부의 경우 그녀 고객의 다수는 30대다. 대학을 졸업했고 몇 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으며 결혼을 위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다.



나이 많은 고객은 좀 더 자리가 잡혔기 때문에 결혼식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해들리는 말했다. “오래 기다린 사람일수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안다. 그들은 규모가 작은 결혼식을 원하면서도 피로연 음식과 결혼식장 장식, 선물은 더 좋은 것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2013년 미국인의 결혼 비용은 평균 2만9858달러(약 3290만 원)였다. 결혼정보 전문업체 theknot.com에 따르면 연간 조사 중 최고치라고 말했다. 나이 많은 커플은 결혼 비용을 부모에게 떠맡기지 않고 각자가 나눠 부담하는 경향이 있다. 밀레니엄 세대가 영원히 싱글로 머무르진 않을 것이라고 해들리가 예측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결혼을 계속 미루면 어느 시점에선 부모가 ‘도대체 뭘 하고 있니?’라고 채근하게 된다.”



글=줄리아 글룸, 마리아 갈루치 뉴스위크 기자,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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