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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스포츠 이야기] 정답은 없지만

중앙일보 2015.01.06 00:05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종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콘텐트 본부장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 산비탈 마을에서 30여 년째 신문 배달을 하는 오광봉(82) 할아버지는 오른 손가락이 두 개밖에 없는 장애인이다. 30대에 공장에서 일하다 기계에 손이 끼었다고 한다. 오 할아버지는 조막손이 된 오른팔에 신문 뭉치를 끼고 미로 같은 골목을 달리며 다른 손으로 신문을 척척 꽂아 넣는다. 가족과 떨어져 30년째 신문 배달 등으로 생활하는 노인의 집에는 놀랍게도 장자와 플라톤 등 동서양 고전부터 시사 관련 서적까지 가득했다. 한 달 90만원을 벌어 20만원 이상 책을 사고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때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오 할아버지의 말씀 중 가슴을 울리는 한마디가 있었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나요.”



 얼마 전 야구인들과 강정호 선수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를 전망하는 자리가 있었다.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는데, 일부에선 그의 수비력을 걱정했다. 2000년대 중반 일본 최고 유격수이던 마쓰이 가즈오가 빅리그에서 실패한 사례가 나왔다. 마쓰이의 굴욕이 타구를 무조건 정면에서 처리하도록 배운 탓이 었고, 이어 지도자의 코칭법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마쓰이의 수비 방법이 미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데는 상황이나 조건과 관계없이 모든 선수를 똑같은 방식, 똑같은 훈련을 주입시키는 일본식 야구 코칭이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일본 야구에 정통한 한 야구인이 곧 종지부를 찍어 줬다. 그는 “나도 일본에서 ‘투수는 이렇게 던져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요즘 일본 야구도 바뀌고 있다. 선수마다 던지고 치고 받는 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더라. 그렇게 다른데 하나의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겠나. 야구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시즌을 마친 요즘 TV 다큐 프로그램이나 인기 드라마, 영화를 몰아보게 된다. ‘미생’이나 ‘국제시장’도 감동적이었다. 다양한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장그래도, 오 차장도, 마 부장도, 덕수도, 달구도 있다. 가족·사회·국가 속에서 생존과 희생, 도전과 성취를 향해 가는 사람의 군상을 보면 인생이나 스포츠나 정답이 없는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미생의 바둑 이야기처럼 인생이란 반상 위 수많은 전략과 전술 중에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것 같다. 바둑에서는 하나의 정답 대신 정석(定石)이라고 하지 않던가. 최선이라고 인정받는 일정한 방식 말이다. 그 출발은 우선 나만이 정답이란 오만과 독선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새해를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정석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이다.



김종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콘텐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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