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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월요일] 미리 보는 2015 패션 트렌드

중앙일보 2015.01.05 00:25 종합 19면 지면보기
새해를 맞아 각 분야에서 올해 전망이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패션·뷰티 등 스타일 분야는 예측에 민감하다.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철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쇼는 제철 옷보다 1년쯤 먼저, 유행 색채 전망은 그보다 1년 먼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스타일 분야에서 올해 주목할 만한 것을 추렸다.


1. 빛깔=어떤 빛깔이 대세를 이룰지는 유행을 점칠 때 가장 먼저 파악할 대상이다. 인물이나 제품의 첫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 ‘팬턴’은 ‘먹빛이 감도는 와인색’을 올해의 트렌드 색상으로 꼽았다. 정확히는 ‘마르살라(Marsala)’라고 불리는 색이다. 본래 마르살라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서부 도시의 이름으로 여기서 생산하는 ‘마르살라 와인’이 유명하다. 15~20도로 보통 와인보다 도수가 높다. 팬턴연구소 집행이사인 레아트리스 아이즈만은 “따뜻하고 감각적인 색이어서 패션·뷰티를 비롯, 산업 디자인과 가구나 인테리어 전반에까지 폭넓게 쓰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디올’은 지난해 가을부터 눈·입술 화장에 쓰는 색조 제품에 마르살라 계열 색상을 다양하게 적용 중이다. 붉은빛을 띠는 마르살라가 여성의 색이라면 남성의 그것은 또 다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크레용 색깔의 여러 가지 조합’이 남성 패션에 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랜드 ‘버버리 프로섬’의 봄·여름용 남성복은 크레용처럼 옅은 빛으로 형형색색 물들어 있다. 이 신문은 “빛 바랜 주황색만 피하라”고 조언했다. 영미권에선 죄수복에 쓰는 색이라서다.

2. 실루엣=남녀를 불문하고 의상을 고를 땐 ‘실루엣(silhouette)’을 잘 살펴야 한다. 윤곽·형태를 뜻하는 실루엣은 옷을 입은 사람의 전체적인 형상을 결정한다. 어떤 실루엣의 옷을 걸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실루엣에 대한 전망에서 눈에 띄는 건 여성용 바지 ‘킬로트(culottes)’다. 유행 분석기관 WGSN과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킬로트가 유행할 것이라고 했다. WGSN의 여성복 분야 선임 에디터인 재클린 존스는 “바지도 아니고 치마도 아니며, 길지도 짧지도 않은 데다 통이 좁지도 넓지도 않은 게 킬로트”라며 “2015 여성복 바지의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어인 킬로트는 본래 17~18세기 유럽 귀족 남성이 입던 바지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바지는 품이 넉넉해 한복 바지처럼 풍성했다. 킬로트를 입은 남성 귀족은 무릎 아래에 종아리 전체를 덮는 양말을 신는 게 보통이었다. ‘2015 킬로트’는 여성복에서 더 각광받는다. 특히 올 봄·여름엔 셀린·지방시 등의 브랜드가 이런 바지를 많이 내놨다. 중세 귀족의 킬로트를 기본으로 해 길이·소재·품 등을 다양하게 변주한 디자인이다.

3. 소재=패션 디자이너에게 소재는 늘 걱정거리다. 디자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현실로 보여줄 만한 마땅한 소재가 없다면 화가에게 물감과 캔버스가 없는 꼴이기 때문이다. 2015년을 주도할 소재로는 ‘데님’이 꼽혔다. 국내외 전문가와 분석기관 대부분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만큼 확연한 의견 일치는 거의 없었을 정도다. 올 봄·여름 패션쇼만 봐도 그렇다. 루이비통·구찌·프라다 등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는 대형 브랜드가 하나같이 데님으로 만든 각종 의상을 선보였다.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를 이끄는 패션 디자이너 미우차 프라다는 남성·여성 컬렉션 모두에 데님 소재 의상을 내놓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WGSN은 “1970년대 분위기의 복고풍이 패션계 전반에 큰 흐름을 이루고 있어 이 시대를 상징하는 데님 소재가 더욱 각광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님(denim) 하면 일반적으로 ‘청바지 소재’를 떠올린다. 하지만 발전한 방직 기술 덕분에 색상 구현에도 제한이 없고 천 표면도 실크처럼 빛이 나는 것부터 벨벳처럼 따뜻하고 고운 것까지 다양하다.

4. 무늬=‘프린트 차밍(Prints Charming)’.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칭한 올해의 유행 키워드다. ‘동화 속 왕자님’을 일컬을 때 쓰는 대표적 영어 표현 ‘프린스 차밍(Prince Charming)’에서 따왔다. 이만큼 프린트가 올해 패션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점 요소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대중에게 패션 세계의 단면을 극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영화에는 세계 패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 패션 잡지 편집장인 ‘미란다 프리스틀리’가 등장한다. 그는 회의에서 “봄 패션에 꽃무늬? 그런 당연한 것 말고 뭔가 경천동지할 아이디어를 내라”고 편집진을 다그친다. 꽃무늬 프린트 정도는 패션 디자인에서 흔해 빠진 요소라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주목할 것은 꽃무늬에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 ‘알렉산더매퀸’에서 낸 정성껏 재단한 남성 재킷에는 언뜻 보면 꽃무늬와 닮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추상화를 연상케 하는 무늬가 그려져 있다. ‘돌체가바나’ 여성 드레스엔 우아하고 매혹적인 로코코 문양이 자리 잡고 있다. 수년 전부터 유행한 ‘스웨트 셔츠’도 프린트 유행에 기여했다. 대개 스웨트 셔츠는 옷 표면이 매끈하게 처리돼 있어 큼지막한 브랜드 로고나 다양한 무늬를 새기기 좋기 때문이다.

5. 옷가지=색상·실루엣·소재·무늬를 살폈다면 어떤 종류의 옷을 입을지 결정할 차례다. 자신이 평소 시도하지 않아 관심도 없고 흔하게 보이지도 않던 옷가지가 어느 날 갑자기 타인의 차림새에서 눈에 띈다면. 그게 올해 유행하기 때문이다. 패션 디렉터 박만현(피알라인) 이사는 “몸에 꼭 맞는 옷이 한동안 유행이더니 거기에 지친 사람들이 많은지 허리춤에 고무줄이 들어가 편한 의상이 사랑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조깅 스타일’이다. 패션잡지 글래머 미국판, 허핑턴포스트, 영국 일간 가디언 등도 마찬가지로 예측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15년 전망’ 보고서 스타일 분야에서 ‘편안함’을 특징으로 꼽았다. 글래머는 “당장에라도 피트니스 센터에 운동하러 갈 것 같은 차림이지만 결코 운동하지 않는 사람도 입는 패션”이라고 전했다. ‘주목할 무늬’에서 언급한 스웨트 셔츠 유행이나 ‘주목할 소재’에 등장한 데님 트렌드도 편한 스타일과 궤를 같이한다. 허핑턴포스트는 이런 경향이 “특정 세대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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