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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진 1명 첫 에볼라 의심, 독일로 긴급 후송

중앙일보 2015.01.02 17:37
[SBS 캡처]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출혈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돌보던 한국인 의료진 한 명이 감염환자의 채혈용 주사기 바늘에 살갗이 닿는 바람에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2일(한국시간) 긴급후송됐다. 의료진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말 파견한 에볼라 긴급구호대 소속이다. 감염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바이러스 잠복기간(최대 21일)이 지나야 최종 확인된다.

보건복지부ㆍ외교부ㆍ국방부는 이날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감염 위험에 노출된 해당 구호대원은 파견된 10명 중 한 명이며, 아직까지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다.

후송된 대원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진료 중 에볼라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왼손 검지 첫 번째 마디 피부에 바늘이 닿는 사고를 당했다. 세 겹의 보호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환자가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환자를 잡고 있던 왼손에 주사기 바늘이 스쳐 장갑이 찢겨졌다. 그 대원은 "(피부에) 스친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사고 발생 직후 이 대원은 훈련받은 대로 5% 염소 소독약에 30분 이상 손가락을 담그는 등의 응급조치를 취했다.

채혈한 시에라리온 환자는 이후 병세가 심해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호대 파견 업무를 담당하는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권준욱 국장은 “해당 대원은 바늘에 찔리거나 긁힌 것이 아니라 스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외관상으로도 긁히거나 찔린 흔적이 전혀 없고, 발열이나 구토 등의 에볼라 감염 증상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호대는 지난달 13일 출국해 영국 우스터 에볼라 대응 훈련소에서 일주일 간 적응 교육을 거쳐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 인근 가더리치 에볼라치료소(ETC)에 배치돼 현지 적응 훈련을 했다. 본격 환자 진료에 들어간 건 사건 발생 사흘 전인 지난달 27일이다.

◇감염 여부·향후 조치=대한감염학회 김우주(고려대 의대) 이사장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만든 바이러스 노출 위험도로 봤을 때 환자의 체액에 피부나 점막이 직접 노출된 경우라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노출됐다해도 감염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고위험군이라서 꼭 에볼라에 감염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말에는 한 미국 의사가 시에라리온에서 채혈 도중 주사기에 찔렸지만 발병하지 않았다.
사고를 당한 대원이 귀국하지 않고 독일로 가는 건 구호대 파견 전 만든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사전에 민간항공기를 활용해 유럽 지역으로 환자를 후송하는 'EU 패키지'를 사용하기로 EU측과 합의했다.

오영주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한국 후송도 염두에 뒀으나, 에어 앰뷸런스가 중간 급유를 하지 않고는 시에라리온 현지에서 한국까지 올 수가 없기 때문에 의료적으로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원들도 감염시에 한국보다는 유럽등 제3국행을 희망했다. 오 국장은 유럽 국가 가운데 독일 병원을 고른데 대해서는 "국제적인 프로토콜(외교 의전)대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이미 에볼라 확진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는 최상위 수준의 병원이기 때문에 감염됐을 경우에도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선 치료제로 쓰이는 지맵(ZMapp)이나 에볼라 완치 환자의 혈청을 신속하게 투약받을 수 있다. 지난해 에볼라에 감염된 국제 파견 의료진 가운데 3명이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사고 대원은 미국 민간항공사 ‘피닉스 에어’ 그룹이 보유한 에볼라 맞춤형 ‘에어 앰뷸런스’로 후송된다. 걸프스트림Ⅲ 기종의 이 수송기에는 5.4㎥의 이동식 격리 병실이 통째로 들어간다. 독일에 도착하면 주 독일대사관에서 병원 이송 등의 업무를 맡는다. 이후 병원 격리 병실에서 최장 잠복 기간인 21을 보낸다. 이 기간 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귀국한다. 만에 하나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이 병원에서 완치될 때까지 치료받는다.

긴급구호대 1진은 24일 임무를 마친다. 구호대 2진은 5일 국내 훈련을 시작해 시에라리온으로 떠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과 상관없이 구호대 파견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스더ㆍ정종훈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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