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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구토, 어른은 설사 … 겨울 장염 비상

중앙일보 2015.01.02 01:04 종합 10면 지면보기
7세 딸과 4세 아들을 둔 김미진(32·경기도 안양시)씨는 새해 첫날을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맞았다. 아들이 39도가 넘는 고열을 보이고 전날 저녁부터 스무 차례나 구토를 해 응급실로 달려갔는데, 탈수 증세가 심각해 바로 입원을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의사가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며 “집에 있는 딸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로 노로바이러스 감염 탓
전염성 강하고 겨울에 심해
냉장고 속 음식도 과신 금물
지하수 그냥 마시지 말아야

 1일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에 달할 정도로 한파가 몰려온 가운데 ‘겨울 장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말연시에 때아닌 복통과 고열, 구토를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엔 지난해 12월 31일 밤에만 이런 환자 5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보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겨울철에 주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장염 환자가 빈발하고 있다”며 “하루이틀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구토, 설사와 복통 증상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는 구토 증세를, 어른은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장염은 날씨가 추워지면 더 창궐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 감염환자 가운데 약 40%가 12~2월 사이에 발생한다.



 식중독이 흔히 발생할 것 같은 여름보다 겨울에 장염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은 노로바이러스의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영하의 기온에서도 잘 생존하는 데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 환자의 대변이나 구토물에 오염된 음식 등을 통해 퍼지는데, 전염성이 매우 강해 차가운 기온 속에서도 잘 전파된다. 더운 여름엔 각별히 신경을 쓰다가 추운 겨울엔 상하지 않겠거니 하고 음식물 관리에 소홀한 것도 장염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 3~4일 증상이 지속되다 자연 치유된다”면서도 “다른 질환 등을 앓아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증상이 오래 가고 탈수나 심한 복통으로 이어져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나 노약자가 탈수 증상을 보이면 입원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감염자가 만진 물건을 다른 사람이 만지면 전염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선 개인 위생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손을 철저히 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냉동실에서도 버티는 바이러스여서 냉장고 속 음식도 과신해선 안 된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음식이나 물은 완전히 익히거나 끓여서 먹고 겨울철엔 지하수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며“특히 겨울에 제철인 굴이나 생선회 등을 먹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설사나 복통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남과 함께 먹는 음식 조리를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이에스더 기자



◆노로 바이러스(Norovirus)=사람에게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1968년 처음 발견됐다. 얼음이 얼 정도의 추운 날씨에도 오래 견뎌낸다. 아직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은 없다. 회복 후에도 길게는 2주까지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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