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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느린 공격 … 백이 머리를 내밀다

중앙일보 2015.01.02 00:59 경제 7면 지면보기
<8강 토너먼트>

○·박정환 9단 ●·저우루이양 9단



제10보(82~90)=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1920~2010)의 걸작이 있다. 『坂田の碁』 6권 시리즈인데, 우리나라에는 ‘사카다의 묘’ 시리즈로 60년대 말 번역된 적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공격의 묘』. 걸작이다. 얼마나 묘한 수법을 다루었던지 책을 덮을 때엔 정신이 얼얼했다. 70~80년대 한국 바둑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 바둑이라면 실전 83 대신 사카다는 ‘참고도’를 추천했을 것만 같다. 1은 한 발이라도 더 우변을 덮어씌우자는 의도이고 하변 5는 소위 기대기전술이다. 백a는 흑b 패로 버티고 하변 백c는 흑d 가만히 늘어 우변 백을 압박한다.



 물론 백이 살자면 잡을 수는 없다. 바둑에서 잡는 것은 상대가 잡혀줄 때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공격의 여파는 있고 과실(果實)은 떨어지기 마련이라 공격하다가 적당한 때 - 이 바둑 같으면 - 좌하 e를 흑이 점거하면 흑도 둘 만할 것이다.



 실전은 흑이 한 발 늦었다. 중앙으로 백이 머리를 내밀었다. 우변 백은 보기보다 연결이 잘 되어 있다. 백A, 흑B가 백의 선수인 까닭이다.



 자, 백이 머리를 내밀었다. 전고(典故)를 쓰면 조롱 속의 새가 새장을 벗어난 형국이다. 높은 언덕에 선 것과 같다. ‘참고도’ 1과 실전 83은 한 줄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여파는 천양지차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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