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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 더 볼" … 슈틸리케, 한국 축구에 주문을 걸다

중앙일보 2015.01.02 00:06 종합 25면 지면보기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화끈한 공격 축구를 준비 중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진행 중인 대표팀 훈련 내내 “킵 더 볼”을 외치며 상대 지역에서 볼 점유율 향상을 주문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새해 첫날 아침식사로 제공된 떡국을 선수들에게 퍼주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축구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호주 시드니에서 새해를 맞았다. 9일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28일부터 시드니에서 대표팀의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그가 틈날 때 마다 외치는 말이 있다.

수비축구 말고 끊임없는 공격 요구
공 지키며 수비 뚫는 훈련 반복
떡국 먹은 뒤 "우승 소원 꼭 이룰 것"



“킵 더 볼(Keep the ball)!” 이다. 우리 말로 하면 ‘공을 지키라’는 뜻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새해 첫날 시드니 현지에서 ‘킵 더 볼’의 의미를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 말은 수비 축구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과감한 공격 축구를 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킵 더 볼’이다. 우리가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상대는 절대로 득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볼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는 과거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았던 감독뿐 아니라 각국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단순하게 공을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공격적이면서도 유의미한 점유율 축구를 지향했다. 그는 “볼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횡패스나 백패스를 남발하는 건 곤란하다. 내 말은 끊임없이 전진하면서 공격 기회를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0-0에서 지지 않는 축구를 추구해 승점 1점을 따는 것보다 점수를 뽑아내서 승점 3점을 획득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수도 최대한 오랜 시간동안 공을 소유하라고 말한다. 기존 감독들이 지향해왔던 점유율 축구와 가장 큰 차이다. 대표팀 수비수 장현수(23·광저우 부리)는 “감독님은 수비수도 공을 단순하게 걷어내지 말라고 한다. 훈련을 할 때도, 전술 회의를 할 때도 가장 강조하시는게 ‘킵 더 볼’”이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쉽게 빼앗기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K리그에서도 마찬가지 문제를 드러냈다”면서 “수비수도 무의미하게 옆으로 공을 돌릴 게 아니라 전방으로 정확하게 연결시키라고 했다. 수비도 볼 점유를 위한 적극적인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점유율 축구를 위해 대표팀은 호주에서 다양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10초’ ‘30초’ 등 주어진 시간을 외치면 그 시간 동안 공을 최대한 오랫동안 소유하면서 효율적인 패스로 상대 수비를 뚫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공격을 위해 기본 패스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하루 아침에 고쳐질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공을 점유하면서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는 확신이 든다면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10일 호주 캔버라에서 오만과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본이 현실적으로 유력한 아시안컵 우승후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질적으로 우수한 독일 분데스리가에 일본 선수 12명이 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은 새해 첫날 아침 식사로 떡국을 먹었다. 김형채 대표팀 조리장이 시드니에서 음식 재료를 구해 40인분의 떡국을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처음 떡국을 먹었지만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그는 “사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소원도 있지만 축구대표팀의 소원은 우리 힘으로 충분히 이룰 수 있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소원을 꼭 이루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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