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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귀여운 아들이 태어났는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

중앙일보 2015.01.02 00:03 종합 28면 지면보기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지난달 귀여운 아들이 태어나면서 새 식구가 늘었다. 불과 1년 전까지 혼자였던 내가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어느덧 세 식구를 꾸리게 됐다. 알콩달콩한 25평 신혼 전셋집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저귀·우주복·배냇저고리·모빌·욕조·간이침대…. 온갖 유아용품 탓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아기만 낳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가장에겐 ‘내 집 물색’이란 미션이 추가됐다. 지금 집에 그대로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끝 모를 전세난 속에 갱신기간 2년이 지나면 4000만~5000만원은 그냥 오르는 판국이다. 맞벌이 부부라고 하지만 너무 버겁다. 그렇다고 새 전셋집을 구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사실 지금의 전셋집을 구할 때도 마음고생이 많았다. 퇴근하고 계약하겠다며 부동산에 신신당부해도 10분 뒤 ‘묻지마 계약’으로 누군가 채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큰 결심을 했다. 그럴 바엔 아예 새집을 갖자고. 입주자 모집공고마다 밑줄을 치고, 부동산 책과 인터넷 카페를 죽어라 파면서 감을 익혔다. 아파트 청약 초짜에겐 신혼부부 특별공급부터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결혼 5년 이하에 가족이 3명 이상이니까 우리도 해당된다”고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다. ‘맞벌이하는 3인 가족의 경우 월평균 소득이 552만7459원 이하’라는 기준에 걸려 넘어졌다. 외벌이 가구는 460만원이 기준이라 “차라리 한 명이 그만둘까”라는 농반진반의 대화도 오고 갔다.



 서울에서 작은 면적의 아파트도 분양받으려면 최소 4억원을 넘는 현실. 아무리 맞벌이 부부라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수억원의 은행 빚더미에 앉는 것 외엔 답이 없다. 우리는 별수 없이 일반분양으로 돌아섰지만 수십대 1의 경쟁률에 연거푸 무릎을 꿇었다.



 정부는 젊은 부부들에게 내 집 장만을 권하지만 실제 현실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지원인 듯, 지원 아닌, 지원 같은’ 당근책이 있지만 보기에만 그럴듯하지 먹을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사 가는 신혼부부들이 정작 원해서 가는 경우는 얼마나 될는지….



 지금 ‘순진한 가장’이 기댈 것은 남은 전세기간 10개월과 아내가 12년간 묵혀 둔 청약통장뿐. 나는 언제쯤 귀여운 아들이 뛰어놀기에 충분한 방을 마련해 줄 수 있을까. 요즘처럼 집을 가진 위 세대가 위대해 보인 적이 없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늦게 태어난 게 죄”라는 푸념을 안주 삼는 풍경이 늘어났다. 집의 개념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뀐다고 하지만 솔직히 ‘거주’보다 ‘소유’하고 싶다. 아빠가 되면서 속물이 돼 가는 걸까.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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