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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꿈꾸면 다 이뤄진다고요?

중앙일보 2015.01.02 00:03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리처드 A 프리드먼
웨일 코넬 의대 교수·임상정신의학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복권 당첨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어떤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여러 해 동안 복권에 당첨될 수 있다는 간절한 환상에 젖어 있었지만 결과는 항상 ‘꽝’이었다. 참다 못해 하늘에 계신 신(神)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랬더니 하늘에서 충고의 말씀이 들려왔다. “일단 복권을 사야 당첨되지 않겠느냐?!”



 분명한 것은 이 꿈꾸는 듯한 눈을 가진 친구가 우리 중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처럼 구식 긍정적 사고(positive thinking)의 힘을 믿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여러분이 추구해야 할 꿈을 발견하라. 그 꿈을 소망하라. 그러면 성공은 온전히 여러분의 것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는 것이 가브리엘 오틴젠(Gabriele Oettingen) 박사가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그는 뉴욕대(NYU)와 함부르크대의 심리학 교수다. 오틴젠 교수는 이 조크를 인용하며 긍정적 사고의 힘이라는 통념의 한계를 드러낸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그의 『긍정적 사고의 재고(再考): 동기부여에 대한 새로운 과학 』은 스마트하고 명료한 책이다. 이 책에서 오틴젠 교수는 긍정적 사고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한다. 탄탄한 경험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동기부여에 대한 보다 균형 있고 쓸모 있는 이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통념에 따르면 꿈은 우리를 자극한다. 또 행동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준다. 과연 그런지 실제로 실험해보기 위해 오틴젠 교수는 대학생들을 모집해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에 내린 지침은 다음과 같다. 다음주에는 신나는 일만 일어날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라. 예컨대 높은 학점을 받게 되고 멋진 파티에 가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라. 두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는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다음주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몽상을 떠오르는 족족 그대로 기록하게 했다.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긍정적으로만 사고하라는 지침을 받은 학생들은 ‘중립적’인 환상을 가지라는 지침을 받은 학생들보다 자신들이 활기가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취감도 덜했다. 이 실험이 알려주는 것은 맹목적인 낙관주의가 결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을 현실에 느긋하게 안주하게 만든다. 왜 그럴까. 우리가 바라는 것에 대해 꿈꾸거나 환상하면, 우리들은 우리가 바라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착각하는 ‘속임’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생리학적인 근거가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어떤 소원에 대해 환상하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내려간다. 하지만 같은 소원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소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혈압이 올라간다. 공상을 하면 기분은 좋지만, 무기력해지고 자신이 취할 행동에 대해 덜 대비하게 된다.



 사람들이 실제 난관을 즉각 즉각 극복해 나감으로써 소원을 성취하도록 돕기 위해 오틴젠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정신적 대조(mental contrasting)’라는 기법을 개발했다.



 오틴젠 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대조’ 연습을 하게 했다. 영어 숙제를 끝내면 캔디를 상으로 받게 된다고 상상하게 했다. 동시에 상을 못 받게 만들 그들 자신의 여러 행동에 대해서도 상상하라고 했다.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상 받는 상상만 하라는 지침을 줬다. ‘정신적인 대조’를 한 학생들이 꿈만 꾼 학생들보다 성취도가 높았다.



 ‘하면 된다’는 태도가 문화적으로 팽배하다. 하지만 꿈뿐만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나 세상이 만든 난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오틴젠 교수에 따르면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꿈에 대해 생각해보시오’라는 말을 들은 사람 6명 중 1명만이 꿈과 난관을 즉각적으로 동시에 생각한다.



 오틴젠 교수는 사람들의 행동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경험적으로 입증된 정신 대조법을 확장해 간단하고도 효과가 신속한 대안을 제시했다. 대안의 이름은 ‘WOOP’다. WOOP는 ‘소원·결과·난관·계획(wish, outcome, obstacle, plan)’의 약자다. 오틴젠 교수는 WOOP라는 이름으로 무료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



 오틴젠 교수가 제시하는 예비적인 데이터에 따르면, 정신적 대조를 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식사와 운동, 음주 습관이 개선된다.



 그가 개발한 정신 대조법은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진 않을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인격장애 같은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오틴젠 교수의 학문적 호기심을 감안하면 그는 이미 WOOP의 적용 대상을 확장하는 연구에 착수했을 것 같다.



리처드 A 프리드먼 웨일 코넬 의대 교수·임상정신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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