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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새로운 교육개혁, 시민교육에서 찾자

중앙일보 2015.01.02 00:03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윤석만
사회부문 기자
‘5·31 교육개혁’은 한국 교육의 설계도 역할을 했다. 올해 5월이면 20주년을 맞는다. 그간 ‘5·31’은 한국 교육의 근본을 바꿨다.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라는 말도 이때 처음 나왔다. 당시 ‘5·31’을 입안하고 구체화했던 안병영·이명현·문용린 교수는 모두 장관이 됐고 연구진의 막내 연구원이었던 이주호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실천에 옮기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5·31’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학생들만 힘들어졌죠. 학교는 학원이 됐고요.” 서울의 한 중학교장 A씨(59)는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의 빗장을 풀면서 경쟁만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5·31’의 산물 중엔 자율형사립고 설립과 특목고 확대가 있긴 하다. 부실 대학 양산의 빌미를 제공한 ‘대학설립준칙주의’도 마찬가지다. ‘5·31’엔 공도 있지만 과도 함께 있다는 것에 교육부도 동의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기자들과의 저녁자리에서 “‘5·31 교육개혁’은 이제 한 세대가 지났다. 새로운 교육철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지금까지 경쟁과 자율이 교육의 가장 큰 목표였다면 앞으론 인성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혀왔다. 마침 지난해 12월 29일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으로 황 부총리의 뜻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까지 마련됐다.



 하지만 인성교육도 ‘5·31’ 개혁안에 포함돼 있었다. 다만 구체적 대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그간 흐지부지됐을 뿐이다. 황 부총리 말대로 인성교육이 중요한 목표로 되더라도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 교육은 달라질 게 없다. 이를 위해 먼저 현 시대에 맞게 개념부터 정립해야 한다. 과거처럼 인성교육을 개인의 내면적 수양에 초점을 둔 도덕 교육으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 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공동체 생활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바로 시민교육에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의 목적(1조)처럼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착한 학생을 키우는 것처럼 도덕적 가치 지향점만 강조해선 교육이 겉돌 수 있다. 협동과 배려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구체적 실천 역량을 가르치는 방식이어야 한다. 전 세계 학생들의 수학·과학 등 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실시해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부터 ‘협동을 통한 문제 해결력’을 새롭게 도입하는 등 시민성 교육은 전 세계적 추세다.



 올 5월엔 유네스코가 15년 만에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이 한국에서 열린다. 인성교육이 세계적 테마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올해 어젠다가 ‘이젠 시민이다’인 것처럼 교육철학의 토대 역시 시민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글=윤석만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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