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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절벽 하프돔에 눈 번쩍, 파랑새 노래에 귀 쫑긋

중앙일보 2015.01.02 00:01 Week& 2면 지면보기



[중앙일보·미국관광청 공동기획] -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 ① 요세미티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은 해마다 약 400만 명이 찾는 명소다. 지난해에는 미국 국립공원 중에서 그레이트스모키산·그랜드캐니언 다음으로 인기가 많았다. 4~10월에 방문자 대부분이 몰린다. 겨울에 가는 건 쉽지 않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들어선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눈이 많이 내려 도로 곳곳이 폐쇄되기 일쑤여서다. 그러나 가장 극적인 풍광을 만나려면 겨울에 가야 한다. 인파도 적어 겨울 숲에서 안온한 휴식을 누리기에도 좋다. 100% 자연설에서 즐기는 스키도 놓칠 수 없다.





# 눈 천지 겨울 요세미티에 안기다



지난달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중남부의 프레스노에서 41번 도로를 타고 요세미티로 향했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어느새 뽀송뽀송한 눈으로 바뀌었다. 타닥타닥 나무에 쌓인 눈이 녹으며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적막한 숲을 깨웠다. 해발 고도 2000m를 넘자 설경을 향한 경탄은 공포감으로 바뀌었다. 혹여 모를 안전사고 때문이었다. 공원 입구 상점으로 들어가 공원 안쪽 상황을 물었다. “글쎄, 눈이 더 올 수도 있으니 체인을 사가는 게 안전할 것 같은데요.” 절대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라며 65달러짜리 체인을 트렁크에 실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마리포사 숲이었다. 키가 100m에 달하는 자이언트세쿼이아 군락지다. 여기서 자라는 자이언트세콰이아의 수령은 3000년이 넘는다. 한데 나무 앞까지 이어진 도로가 폐쇄됐단다. 공원 안내원이 “눈을 헤치고 왕복 6마일(9.6㎞)은 걸어야 할 텐데 괜찮겠냐”며 걱정스런 눈길로 말했다. 겨울 요세미티는 매력적이지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려 해발 고도가 낮은 요세미티 밸리 쪽으로 향했다.



꾸불꾸불 오르락내리락 1시간을 달려 터널을 통과하니 비로소 익숙했던 풍경이 펼쳐졌다. 돔(dome)을 반으로 잘라놓은 듯한 모양의 바위 하프돔, 표고차만 1095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화강암 덩어리 산 앨캐피탄, 그리고 신부 면사포를 닮은 브라이들베일 폭포까지 웅장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백만 년 전 빙하가 훑고 간 길이 고스란히 보이는 듯했다. 구름의 흐름과 빛의 각도에 따라 풍광이 달라졌다. 숨이 멎을 듯했다.



요세미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 존 뮤어(1838~1914, 작가ㆍ환경운동가)도 이 풍광에 반했을 것이다. 그래서 요세미티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의회에 청원했을 것이다. 공원 곳곳에서는 그가 살던 흔적, 그를 기념하는 유적도 볼 수 있었다. 벌목공 시절에 살던 집터,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함께 야영했던 자리 등이 대표적이다.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든 ‘존 뮤어 트레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요세미티 밸리 목초지에서 젊은 커플이 하프돔을 보며 한가로이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겨울에 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이렇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서울 5배 크기…트레일만 1350㎞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면적은 3026㎢다. 서울의 5배, 한국 국립공원 중 가장 큰 지리산 국립공원보다 약 7배 크다. 물론 대부분은 일반인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야생 보호 구역이다. 하나 걸을 수 있는 트레일만 해도 1350㎞에 달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길은 세계 3대 트레일로 꼽히는 존 뮤어 트레일이다. 존 뮤어가 만든 환경보호단체 시에라 클럽이 1915년 뮤어를 기리기 위해 만든 트레일이다. 트레일 길이는 자그마치 340㎞. 요세미티·킹스 캐니언·세쿼이아 국립공원을 관통하고 휘트니 산(4418m)을 걷는다. 트레일을 종주하려면 약 20일간 짐을 짊어지고 야영을 해야하기에 아무나 도전할 수는 없다. 또 한 해 입장객을 500~6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허가증은 6개월 전부터 신청할 수 있는데 . 그럼에도 생애 한번은 이 길을 걷겠다며 전세계에서 사람이 몰린다.



하프돔 등반에 도전하는 사람도 많다. 해발 2695m의 암벽 꼭대기에 오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요세미티 밸리에서 출발해 꼭대기까지 왕복 거리는 약 24㎞, 미스트 트레일을 거치면 약 12시간 걸린다. 하프돔 아래쪽에 있는 서브돔까지는 보통 등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데 마지막 100m가 하이라이트다. 바위에 걸린 두가닥 쇠줄을 잡고 엉금엉금 올라가야 한다. 물론 정상에 서면 공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진다. 하프돔 등반은 5~10월에만 가능하고, 하루 입장객을 300명으로 제한한다. 그것도 추첨으로 등반자를 뽑으니 운에 맡겨야 한다.



눈이 쌓이는 계절이어서 존 뮤어 트레일 종주와 하프돔 등반에 도전할 수는 없었다. 대신 가벼운 하이킹과 겨울 스포츠를 즐겼다. 겨울에 걸을 만한 트레일은 해발 1200m, 요세미티 밸리에 많았다. 요세미티 밸리는 전체 공원 면적의 3%에 불과하지만, 박물관·갤러리 등 볼거리가 많고 숙소, 식당 등 편의시설이 몰려 있어 방문객이 많았다. 방문객 대부분은 머세드강 주변에서 산책을 즐기며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1 밸리 안에는 겨울에도 걸을 만한 트레일이 많다. 특히 요세미티 폭포 주변으로 난 길이 아름답다. 2 요세미티에서는 야생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숙소 앞에 파랑새 ‘블루제이’가 나타났다. 3 이른 아침, 안개 낀 머세드강에 거대한 암산이 비친 모습.


# 야생동물과 함께하는 트레킹



낙차가 729m에 이르는 북미 최대의 폭포 ‘요세미티 폭포’를 따라 난 트레일을 걸었다. 완공을 앞둔 높이 555m의 롯데월드타워보다도 높은 곳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숲에는 쓰러진 고목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불에 탄 나무도 많았다. 가끔은 일부러 불을 지르기도 한단다. 불이 나야만 숲이 더 건강해져서란다. 죽은 나무는 장작으로 쓸 법도 한데 공원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캐리 콥 요세미티 국립공원 홍보담당의 설명이다.



“쓰러진 나무가 땅에 영양분을 주고, 곤충의 먹이 공급처도 되지요. 무엇보다 곰이 숨어지낼 수 있는 공간도 되고요.” 곰이라고?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더니 지금은 다 겨울잠에 들었단다.



트레일에 사슴이 출몰했다. 녀석들은 사람을 경계하는 법이 없었다. 한 놈은 코앞까지 다가와 풀을 뜯어 먹었다. 어루만지고 싶었으나 공원 곳곳에 붙은 경고문 ‘Keep wildlife wild’ 문구가 생각나 손을 거뒀다. 야생동물이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먹이를 주지도, 만지지도 말라는 경고였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요세미티에서 사슴은 개체 수를 파악하지도 않을 만큼 많단다. 동화에서나 봤던 파랑새 ‘블루제이’도 숙소 앞을 수시로 날아다녔다.



공원에서 유일하게 개체 수를 파악하는 야생동물은 원주민 말로 ‘요세미티’, 즉 흑곰이다. 그마저도 300~500마리로 추산하는 정도다. 인위적으로 번식하거나 보호 구역을 정하지 않는다. 그저 곰이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매년 약 20마리가 차에 치여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며 주의를 당부할 뿐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자연을 보존하는 방식은 이런 식이다. 자연은 그대로 내버려두자면서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은근히 설득한다. 공원 내 숙소에서는 투숙객에게 1박에 1달러씩 기부금을 받는다. 강제적인 것 같지만 며칠간 공원에 머물고 나면 기꺼이 주머니를 열게 된다. 누구라도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이 잘 보존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다. 지난 해에는 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를 살리기 위한 예산을 3600만 달러로 책정하고, 2000만 달러는 기부로 충당했다.



80년 역사의 뱃저패스 스키장.


# 80년 묵은 스키장



국가 사적지로 등록된 아와니 호텔.
셋째 날에는 스키장 ‘뱃저패스’로 향했다. 처음엔 인공을 최대한 배제하는 요세미티에 웬 스키장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1932년 로스앤젤레스(LA)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만든 것이란다. 한데 LA는 뉴욕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멀쩡한 스키장을 놀릴 수 없는 노릇이어서 공원 측은 도로를 정비하고 시설을 보강했다. 캘리포니아 최초의 스키장은 호황을 이뤘다. 이후 레이크타호, 맘모스 등지에 수준 높은 스키장이 생겼지만, 설질만큼은 뒤지지 않아 뱃저패스의 인기는 여전하다.



요세미티 밸리에서 32㎞, 다시 자동차를 몰고 해발 2200m까지 올랐다. 스키장은 크지 않았다. 리프트 5개, 슬로프는 10개가 전부였다. 초급 슬로프에서 몸을 풀었다. 한참을 타도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황제 스키였다. 다음은 중급 슬로프. 역시 사람이 없었다. 눈이 가루처럼 날리는 파우더 스노(Powder Snow)여서 조금만 힘 조절을 잘못하면 무릎까지 잠기거나 눈 바닥에 뒹굴었다. 그래도 즐거웠다. 특히 슬로프 사이로 난 샛길, 거대한 침염수를 끼고 도는 재미가 남달랐다.



최고령 파크 레인저 줄리아 파커.
스키를 마치고 밸리로 내려오니 아와니 호텔에서 브레이스브릿지 행사가 열렸다. 중세 유럽풍 옷을 입은 수백 명이 라이브 음악을 즐기며 7가지 코스의 음식을 즐겼다. 국가 사적지로 등록된 호텔답게 1927년부터 이어온 행사란다. 요세미티는 자연뿐 아니라 행사도 ‘원형 그대로’를 강조했다. 국립공원 직원인 파크레인저가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그렇다. 사진 강습, 별 관측, 동식물 강의 같은 프로그램은 몇 년째 변치 않는 레퍼토리다.



박물관에서 최고령 파크 레인저 줄리아 파커(88)를 만났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그녀는 17세 때 공원 내 숙소에서 메이드로 일을 시작했고, 33세에 국립공원 정식 직원으로 채용돼 전통 바구니를 만들고 방문객에게 원주민 역사를 들려주는 일을 했다. 파커의 사연을 듣고 원주민의 아픈 역사와 미국 사회의 모순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작 그녀는 “국립공원에서 일을 하는 덕분에 증손녀까지 바구니를 만들며 전통을 지킬 수 있다”며 만족해 했다.





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여행정보=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비롯한 미국 국립공원 정보는 국립공원관리청 홈페이지(nps.gov)에서 구할 수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장료는 개인 자동차로 입장하면 인원에 상관 없이 1대에 20달러만 내면 된다. 최대 7일까지 유효하다. 국립공원 안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 숙소는 수준에 맞춰 고르면 된다. 하루 최저 5달러인 캠핑장부터 럭셔리 호텔 아와니(1박 약 500달러)까지 다양하다.



week&은 요세미티 폭포 앞의 로지를 이용했다. 1박 약 100달러. 공원 숙소를 운영하는 DNC 홈페이지(yosemitepark.com)에서 예약할 수 있다. 뱃저패스 스키장 리프트권은 어른 종일 기준 48.5달러. 자세한 여행 정보는 미국관광청(discoveramerica.co.kr), 캘리포니아관광청(visitcalifornia.co.kr) 홈페이지 참고.



유나이티드항공(united.com)이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운행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세미티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 거리다. 요세미티 관문 도시 프레스노까지 국내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 유나이티드항공 한국사무소 02-751-0300. 렌터카는 알라모(alamo.co.kr)를 추천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뒤 현장에서 직접 차를 고른다. 스탠더드 SUV 차량에 한국어 GPS와 보험이 포함된 골드패키지 1일 이용료 151달러, 5~7일 이용료는 587달러.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어 통역 서비스도 해준다. 알라모렌터카 한국사무소 02-739-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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