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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자가품질검사 안전성 위주로 재편될 듯

중앙일보 2014.12.30 16:39
식품업체의 자가품질검사에서 식중독 등 식품의 안전성과는 무관한 대장균군ㆍ대장균이 검출되더라도 이를 의무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등 자가품질검사제도가 품질보다는 안전성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대장균군은 의무 보고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자가품질검사 안전성 위주로 재편될 듯
HACCP 인증 받은 업체에 대해선 자가품질검사 면제 방안도 검토 중
자가품질검사 부적합 보고 의무화 놓고 학계ㆍ업계ㆍ소비자단체ㆍ식약처 이견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주최로 2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가품질검사제도의 합리적인 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홍헌우 식품정책조정과장은 설령 자가품질검사에서 대장균군ㆍ대장균이 검출되더라도 이는 식약처 의무 보고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장균군ㆍ대장균ㆍ일반세균은 최근 국내 과자에서 검출돼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하지만 대장균ㆍ대장균군ㆍ일반세균은 위생의 지표 세균(얼마나 위생적으로 제조됐는지를 판정하는 잣대)일뿐 실제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과장은 “자가품질검사에서 대장균군ㆍ대장균 등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 이를 신고 의무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학계ㆍ식품업계 등과 잘 조율해 합리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과장은 또 “HACCP(해썹, 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은 업체들에 대해선 자가품질검사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들 사이에서도 (위생) 수준 차이가 있는 것이 (HACCP 인증업체의 자가품질검사 면제에 앞서서) 먼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1986년에 제정된 자가품질검사 제도는 현재 전 세계에서 국내에서만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선 대개 HACCP 인증을 통해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선 식약처가 지난 10월 발표한 자가품질검사 제도 개선안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자가품질검사의 검사주기를 1개월로 통일하려는 식약처 대책에 대해선 이날 패널로 참석한 6명 중 5명이‘비용은 높아지지만 실효성(식품의 품질ㆍ안전성 확보)은 담보하기 힘들다’, ‘행정편의적 발상’ 등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는 자가품질검사를 6개월(58%)ㆍ3개월(9%)ㆍ1개월(33%)마다 제품마다 차등 실시하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중앙대 식품공학과 정명섭 교수는 “검사주기가 1개월로 통일되면 위탁(현재 자체로 자가품질검사를 하기 힘든 중소 식품업체는 위탁에 의존) 검사건수가 현재 약 150만건에서 600만∼700만건으로 4∼5배 증가가 예상된다”며 “신선편의식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1개 품목만 생산해도 검사비용이 연 78만원에서 469만원으로 높아지며 이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처 홍 과장도 “식품업체당 자가품질검사 검사비용이 평균 10만∼12만원에서 60만원 정도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이 정도 비용 상승은 자사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위해 식품업체가 감수해야 할 비용이란 의견도 많다”고 강조했다.



자가품질검사 부적합은 물론 식품기업들이 수시로 하는 자체 품질 검사 결과에서 부적합이 나온 경우에도 무조건 식약처에 의무 보고하도록 한 ‘식약처 개선안’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됐다.



정 교수는 “기업 자체 품질검사와 자가품질검사 결과를 식약처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의무는 폐지하고 정부가 지정한 유해물질이 검출될 경우에만 보고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건강기능식품연구센터 박영식 교수는 “반(半)제품이나 공정 도중 부적합이 나오면 해당 업체에서 자체 처리하고, 자가품질검사에서 부적합이 나왔더라도 안전성과 무관한 것이라면 신고 의무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이 나왔는데 이를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가하겠다는 식약처의 처벌 강화안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펼쳐졌다.



소비자시민모인 황선옥 부회장은 “(식약처 보고 의무를 어긴 사람에 대한 사법적 처벌 조항을 신설하더라도) 실제 재판에선 ‘약하게’ 판결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형량 하한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카이법률사무소 김태민 변호사는 “사법 처리 조항 신설은 전과자를 양산할 뿐 비(非)위생적인 식품 방지를 위한 대책이 되지 못 한다”며 “과징금 제도를 합리화하는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홍 과장은 “사법적 처벌 조항 신설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며 “현재 과징금이 2억 원 한도인데 이를 10억 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대기업과 영세업체 간 과징금 부과 정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자가품질검사제도에서 사용되는 일부 용어들이 모호해 정부와 기업간 불필요한 해석상의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박영식 교수는 “자가품질검사에 대한 범위와 ‘위해항목’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기업이나 공무원의 자율적 판단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정리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과장은 “내년 연구 사업을 통해 문제로 지적된 자가품질검사 범위와 모호한 용어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개선해나갈 생각”이며 “앞으로 업계ㆍ학계와 잘 협의해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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