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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키워드로 보는 2014 영화계 결산① 이만하면 더할 나위 없었다!

중앙일보 2014.12.30 05:00



[매거진M] 2014 키워드 '이순신', '주연의 발견', '웃는 남자, 우는 남자', '에로영화'

2014 키워드 '이순신'



장군에게는 1761만 관객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스크린 출격은 국내 극장가의 거의 모든 흥행 기록을 갈아치 웠다. ‘명량’(7월 30일 개봉, 김한민 감독)은 역대 최고 오프닝 관객 수(68만명), 평일 최고 관객 수(98만 명), 일일 최다 관객 수(125만명) 등을 줄줄이 갱신했다. 최종 관객 수는 국내 극장가 사상 최고치인 1761만 명. 직전까지 최고 흥행작이었던 ‘아바타’(2009,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1362만 명을 크게 뛰어 넘으며 역대 열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됐다. 그

사이 100만 단위로 관객이 불어나는 속도 역시 각각 최단 기간을 기록했다.



지금껏 1000만 영화는 20~30대 관객이 흥행에 불을 붙이고, 여기에 중장년 관객이 가세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명량’은 달랐다. 개봉 첫 주부터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노년층까지 극장에 쏟아졌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이라는 점은 흥행에 불리한 요소로도 예상됐지만, 개봉 직후부터는 여러 세대를 고루 불러모은 배경으로 풀이됐다.



‘명량’의 배급사 CJ E&M의 윤인호 팀장은 “기존에 이순신을 다룬 소설이나 TV 드라마가 일대기를 그렸다면, ‘명량’은 명량 대첩이란 극적인 사건 하나에 집중한 점이 폭 넓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15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해상 전투 장면을 장장 61분간 펼친 전략적 선택 역시 돋보였다.



특히 열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이순신의 모습은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열망과 맞물렸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향해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대사는 지난해 연말 개봉한 ‘변호인’(양우석 감독)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못지않은 울림을 낳았다.



‘명량’의 흥행과 함께 올해 8월의 관객 수는 역대 월별 최고치인 3221만 명까지 치솟았다. 그중 절반 가량인 1553만 명을 ‘명량’이 모았다. 퓨전 사극 ‘해적:바다로 간 산적’(8월 6일 개봉, 이석훈 감독, 이하 ‘해적’) 역시 8월 관객 702만 명, 최종 관객 866만 명의 큰 성공을 거뒀다. 두 편 이상의 영화가 동반 흥행하는 쌍끌이 흥행은 최근 여름 시장에서 반복된 현상인데, 한달 관객 수가 30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올해 8월이 처음이다.



올여름은 이른바 빅4로 불리는 대형 투자·배급사 네 곳이 모두 흥행 대결을 벌인 점도 특기할 만하다. CJ E&M의 ‘명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 쇼박스의 ‘군도:민란의 시대’(7월 23일 개봉, 윤종빈감독, 총 477만 명), NEW의 ‘해무’(8월 13일 개봉, 심성보감독, 총 147만 명)가 그 주역이다. 이 중 ‘해무’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다른 세 편이 12·15세 관람가의 액션 블록버스터 사극인 데 반해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악마성을 그린 ‘해무’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박우성 평론가는 “청소년 관객의 방학 시즌인 8월에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관객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월별 관객 수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연간 관객 수는 지난해(약 2억1335만

명)에 이어 무난히 2년 연속 2억 명을 돌파했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20대 배우의 바람이 분다



2014 키워드 '주연의 발견'



20대 배우 가뭄에 시달리던 영화계에 모처럼 단비가 한껏 내렸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아울러 20대 주연 배우들의 활약이 여럿 번득였다. ‘수상한 그녀’(1월 22일 개봉, 황동혁 감독)의 심은경(20)과 ‘해무’(8월 13일 개봉, 심성보 감독)의 박유천(28)을 비롯해 독립영화에서는 ‘한공주’(4월 17일 개봉, 이수진 감독)의 천우희(27), ‘족구왕’(8월 21일 개봉, 우문기 감독)의 안재홍(28), ‘거인’(11월 13일 개봉, 김태용 감독)의 최우식(24)이 주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줬다. 지난 몇 년간 20대 배우가 첫 주연을 맡아 활약한 사례가 드물었던 것과 대조된다.



그동안 2011년 ‘완득이’(이한 감독)의 유아인(28), 2012년 ‘늑대소년’(조성희 감독)의 송중기(29)와 ‘은교’(정지우 감독)의 김고은(23), 2013년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 감독)의 김수현(26)과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홍상수 감독)의 정은채(28)가 명맥을 이었다.



첫 주연 영화로 올해 두각을 나타낸 20대배우들은 상복도 푸짐하게 누렸다. ‘수상한 그녀’에서 몸은 20대 처녀이지만 마음은 70대 할머니인 오두리를 열연한 심은경은 백상예술대상 여자최우수연기상을, ‘한공주’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17세 여고생의 내면을 서늘하게 그려낸 천우희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해무’에서 어선 전진호의 막내 선원 동식 역을 맡아 뚜렷한 존재감과 안정적 연기력을 보여준 박유천은 대종상 신인남자배우상을 받았다. 또 ‘거인’의 최우식은 TV 드라마에서 보여준 밝고 명랑한 이미지와 달리, 기댈 곳 없이 자란 청소년 영재를 인상적으로 연기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신설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이들의 활약은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천우희는 ‘카트’(11월 13일 개봉, 부지영 감독)에서 대형 마트의 20대 비정규직으로 등장한 데 이어, 2015년 개봉할 ‘곡성’(나홍진감독)과 ‘손님’(김광태 감독)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족구왕’에서 족구를 사랑하는 복학생을 연기한 안재홍 역시 2015년 기대작인 시대극 ‘도리화가’(이종필 감독)에 출연한다.



올해 이같은 수확을 두고 황진미 평론가는 “한동안 영화 창작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던 20대가 원톱 주연으로 여럿 등장해 영화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말했다. ‘수상한 그녀’의 임지영 프로듀서는 “20대가 주연하는 젊은 기운의 영화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기회를 얻은 신인들이 성장하여 중견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이 곧 한국영화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knjesus@joongang.co.kr











2014 키워드 웃는 남자, 우는 남자



희비 엇갈린 남자 영화



이른바 남자 영화, 남성성 강한 캐릭터를 앞세운 액션·누아르·스릴러·드라마 등은 최근 한국 영화의 주요한 흐름이다. 올해도 역시 흥행의 명암은 작품마다 갈렸다. 먼저 봄에는 ‘끝까지간다’(김성훈 감독)와 ‘표적’(창감독)이 장르 성격에 제법 충실한 완성도로 연이어 흥행 안타를 쳤다. 두 편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점도 흥행에 호재로 작용했다. ‘표적’을 배급한 CJ E&M 한응수 과장은 “호쾌한 액션과 악을 응징하는 이야기에 관객이 호응했다”고, ‘끝까지 간다’를 홍보한 퍼스트룩 신보영 팀장은 “촘촘한 이야기와 흡인력 높은 연출이 흥행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어 여름에는 ‘신의 한 수’(조범구 감독)가 바둑과 액션을 조합한 독특한 구성으로 주연 배우 정우성의 흥행력을 다시 확인시켰다. 가을에는 전형적인 남자 영화는 아니지만 박해일·유연석을 투 톱으로 내세운 ‘제보자’(임순례 감독)가 관객을 모았다. 황우석 사태라는 실화를, 탄탄한 드라마와 스릴러적 구성으로 풀어내 비수기 극장가에서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반면 초여름에는 제작비나 화제성에 비해 저조한 흥행 성적에 그친 남자 영화가 여럿 나왔다. 이 중 ‘우는 남자’(이정범 감독)와 ‘황제를 위하여’(박상준 감독)를 두고 황진미 평론가는 “서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감정이 과잉됐다”고 패인을 지적한다. 여성성을 지향하는 남자의 액션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한 ‘하이힐’(장진 감독)도 흥행 고배를 마셨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액션은 강렬했지만 과도한 플래시백 때문에 속도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가을에 개봉한 ‘나의 독재자’(이해준 감독)는 김일성의 대역 배우라는 극적인 소재로 부자 관계의 애증을 그렸지만 역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젊은 세대는 김일성을 모르고, 중장년층 세대는 김일성에 대한 원천적인 거부감이 있다”면서 “김일성을 따라하는 아버지라는 소재에 공감할 관객층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2014 키워드 '에로영화'



VOD 주름 잡은 ‘젊은 엄마’





에로영화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올해(12월 21일 기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224편 중 에로영화는 45편이나 된다. 2011년 6편, 2012년 8편은 물론이고 지난해 37편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최근 2년 연속 에로영화 개봉 편수가 부쩍 늘어난 배경에는 IPTV·디지털케이블TV를 비롯한 부가 판권 시장의 급성장이 자리한다. IPTV는 운영사마다 작품 선정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극장 개봉이 조건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대부분의 에로영화는 형식적이나마 극장 개봉을 거치는데, 부가 판권 시장의 흥행 수입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부가 판권 시장에서 인기를 누린 ‘젊은 엄마’가 좋은 예다. 이 영화는 지난해 8월 한 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5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IPTV·디지털케이블 TV 영화 VOD 시장에서는 올해 1~9월 사이 총 8만여 건 이상의 이용 횟수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매월 집계하는 IPTV·디지털케이블TV 영화 VOD 이용 순위에 서도 9월 기준으로 12위까지 올랐다.



에로영화는 부가 판권 시장 중 모바일 VOD에서 더욱 강세다. 모바일 IPTV 업계 중 최다 실시간 채널(80여 개)과 최다 콘텐트(7만여 편)를 보유한 올레tv모바일(유료 가입자 130만여 명)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비스한 영화 가운데 매출 10위권에 오른 에로영화가 두 편이나 된다. ‘맛’(무삭제판, IPTV 2월 개봉, 경석호 감독)은 당당히 4위에, ‘밀애’(7월 24일 개봉, 김인규·김민준 감독)는 7위에 올랐다.

참고로 극장가 화제작 ‘겨울왕국’(1월 16일 개봉,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이 1위를, ‘인간중독’(5월 14일 개봉, 김대우 감독)과 ‘황제를 위하 여’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올레tv를 운영하는 KT 문지형 과장은 “전체 영화 매출에서 에로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레tv에선 5% 미만이지만, 올레tv 모바일에서는 10%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주요 시청자 층도 흥미롭다. 올레tv모바일에서 주로 에로영화가 포함된 ‘19금 성인영화’ 카테고리의 시청자층을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이 63%로 앞서지만 여성도 37%나 된다. 세대별·연령별로 세분하면 40대 남성(23%)과 30대 남성(20%)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30대 여성(18%)과 40대 여성(11%)이 차지했다. 이어 50대 남성(10%), 20대 남성(6%), 20대 여성(5%) 순으로 나타났다. 영진위 국내진흥부 양소은 연구원은 “TV보다 모바일에서 에로영화 이용 건수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콘텐트 접근이 쉽고 개인적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에로영화의 제작 편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제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젊은 엄마’의 연출자이자 제작사 밀크픽처스 대표인 공자관 감독은 “주로 6㎜ 캠코더로 촬영했던 2000년대 중반과는 달리, 최근엔 고가의 렌즈나 카메라를 사용해 제법 영화적 느낌을 살린 에로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순제작비가 보통 1억원 규모인데, 요즘은 2억원 이상 투입되는 작품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초 ‘전망 좋은 집’(2012, 이수성 감독)이 IPTV·디지털케이블 TV에서 큰 수익을 올린 게 에로영화의 부가 판권 시장 형성에 큰 자극이 됐다”고 설명했다.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전망 좋은 집’은 2013년 한 해 15만7000여 건의 이용 건수를 기록, 지난해 IPTV·디지털케이블TV 영화 VOD 이용 순위 중 60위를 차지했다. 에로영화로는 유일하게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인기작이다. 최광희 평론가는 “비디오 대여점 시장이 붕괴된 뒤 한동안 활로를 찾지 못하던 에로영화가 IPTV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며 “최근 에로영화가 많이 만들어 지면서 시장이 과열된 상태이지만 꾸준한 수요 때문에 시장 자체는 서서히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석희 기자 mulderfo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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