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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도찐개찐'은 '도긴 개긴'

중앙일보 2014.12.30 00:56 경제 11면 지면보기
중독성 있는 재담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도찐개찐’ 코너에서 류근일은 이렇게 외친다. “저렴한 전셋집과 허니버터칩은 ‘도찐개찐’이다. 구하기가 힘들어서다!” 화제의 과자와 서민들의 전세난을 절묘하게 접목시킨 이 뼈 있는 한마디에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냈다.



 우리 사회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연결시켜 재치 있게 풍자하는 프로그램 ‘도찐개찐’은 무슨 뜻일까?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론 별 차이가 없음을 이르는 말인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와 비슷한 의미라고 보면 된다. ‘도진개진’ 또는 이를 경음화·격음화해 ‘도찐개찐’ ‘도친개친’으로 표현하지만 ‘진’은 ‘긴’의 충청도 방언이다. ‘도길개길’ ‘도낄개낄’도 잘못된 말이다. ‘도긴개긴’으로 바루어야 한다.



 ‘도긴개긴’은 윷판에서 나온 말이다. 윷놀이를 할 때 도, 개, 걸, 윷, 모의 끗수에 따라 말을 한 끗에서 다섯 끗까지 움직이게 되는데 ‘긴’은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나타낸다. ‘도긴개긴’은 ‘도’로 상대편의 말을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상대편의 말을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나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 끗을 앞서거나 두 끗을 앞서거나 대세엔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사소한 차이란 의미다.



 ‘도긴개긴’을 표기할 때 편의상 붙이는 경우가 많지만 ‘도 긴 개 긴’으로 띄어 써야 한다. 아직 사전에 한 낱말로 올라 있지 않아서다. 다만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때에는 붙일 수 있도록 한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라 ‘도긴 개긴’으로 붙여 쓸 수 있다. 기록하기도 불편하고 시각적인 부담을 가중시켜 읽기도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라면이 설익었다며 기내에서 행패를 부린 포스코의 ‘라면 상무’나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탑승구로 돌리게 한 ‘땅콩 회항’ 사건의 장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나 도긴 개긴이다” “모자란 사람을 넘치는 자리에 앉히려는 쪽이나 준다고 염치없이 덥석 받으려는 쪽이나 도긴 개긴이다”처럼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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