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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교육부터 하자" 회초리 든 김봉곤

중앙일보 2014.12.30 00:33 종합 20면 지면보기
충북 진천군 평사마을의 선촌서당에서 김봉곤 훈장(왼쪽)이 예절 교육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전통예절과 고전을 가르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수(恭手).” “예(禮)~.” “아버지! 어머니!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진천 평사마을에 문 연 '선촌서당'
인사하기·존댓말 쓰기 등 예절 교육
"양반 고을 충청도서 유교 정신 전승"



 지난 28일 오전 충북 진천군 평사마을 선촌서당. 경북 청송에서 온 김주연(8·여)양이 훈장의 ‘공수(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웃어른에게 예를 표하는 모양새)’ 소리에 맞춰 허리를 90도로 굽힌 뒤 엄마 아빠를 향해 인사를 했다. 이날은 7박8일간 서당에서 먹고 자며 전통예절 교육을 마친 아이들이 퇴소식을 겸해 부모들 앞에서 그동안 배운 것을 선뵈는 자리였다.



 “아버지 날 낳으시게 하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김양 등 30여 명의 초등학생들이 찬 방바닥에 앉아 『사자소학』의 글귀를 줄줄이 읊어댔다. 산골바람에 양 볼이 빨개진 채 연신 코를 훌쩍였다. 부모들 표정엔 안쓰러움과 기특함이 교차했다. 마무리로 큰 절을 받을 땐 “오~냐”하며 화답했다. 김양은 “아버지, 저는 훈장님한테 회초리 한 대도 안맞았어요. 잘했죠?”라고 자랑했다.



 경남 하동 출신의 ‘지리산 청학동 훈장’ 김봉곤(47)씨가 충북 진천에 서당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선촌(仙村) 서당. 2011년 2월 평사마을에 터를 잡을 때 충청도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매료돼 ‘신선이 살 만한 마을’이란 뜻으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 선촌서당은 연중 전통 예절을 배우기 위해 서당을 오가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김씨는 청학동에서처럼 조선시대 훈장들이 입던 흰색 심의(深衣)와 검은색 유건을 차려 입고 싸리나무로 만든 회초리를 든다.



 선촌서당에 입소한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인사법이다. 도시에 살며 아파트나 학교에서 어른들을 보고 홱 돌아서던 아이들도 이곳에서 하루만 지나면 달라진다. 아랫배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히며 “안녕하십니까”라는 유교식 인사법을 익힌다. 서당의 하루도 오전 6시40분 다 함께 모여 훈장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김씨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윤리의식과 예절이고, 그중 예의 근본은 웃어른에 대한 공경의 표시”라며 “인사하는 방법이며 밥상머리 교육 같은 생활예절만 잘 배워도 아동·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촌서당은 전통예절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명심보감·사서삼경 등 고전 배우기와 명상·선비체조 등 조선시대 서당식 교육을 고스란히 옮겼다. 계절에 맞춰 장작불에 고구마·감자를 구워먹고 얼음썰매 타기, 연날리기, 새총으로 과녁 맞추기 등 시골 체험도 하고 있다.



 서당하면 생각나는 회초리 문화도 볼 수 있다. 존댓말 쓰기, 음식 남기지 않기, 친구 괴롭히지 않기 등 서당 내 규율을 바로잡는 것도 회초리를 통해서다.



 퇴교식에서 만난 김혜진(35·여·부산시 대연동)씨는 “아들 태양이가 3일째 되는 날 전화로 ‘어머니 감사합니다’라고 했을 땐 정말 뭉클했다” 고 말했다.



 김씨는 “양반 고을로 대표되는 충청도에서 생의 마지막까지 유교 정신을 전승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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