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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통합진보당 해산 헌재 결정

중앙일보 2014.12.30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12월 20일자 38면>

통진당 해산, 분단 상황 고려하면 불가피했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헌법재판소가 어제 국내 헌정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 해산과 해당 정당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 해산은 세계적으로도 이번이 다섯 번째일 만큼 흔치 않은 사례여서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킨 결정이었다. 통진당 해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분명하고 단호했다. 재판관 9명 중 8명이 통진당의 위해성을 받아들여 정당해산 인용 의견을 냈고, 한 명만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 진보와 중도 성향의 재판관까지도 해산에 찬성했다.



헌재의 판단은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고심 어린 결정이었다. 폭력적 방법으로 체제 전복을 모의했던 RO 모임이 적발된 후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숨은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법무부는 통진당의 활동이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헌재에 요청한 것이다. 헌재는 통진당의 주도세력이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주장하는 민족해방(NL) 계열로 무력행사 등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헌법 체제에서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통진당이 추구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과 맥을 같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통진당이 노선이나 강령만 북한을 추종했다고 보지 않았다. 통진당의 실제적인 활동이 우리 사회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석기를 포함한 RO 모임 참석자들이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의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고 무기제조 및 탈취 등 폭력수단을 실행하기 위해 회합한 점 등을 중요한 정당해산 사유로 본 것이다. RO의 행위가 정상적인 정당 활동의 범위를 넘어서 스스로 법과 질서를 훼손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정당 해산이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된 만큼 해당 정당의 국회의원의 대표성도 인정할 수 없다”며 통진당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 상실도 결정했다. 이는 국회의원이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도 정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첫 사례다. 이들 중에는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뽑은 지역구 의원 3명도 포함됐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국민의 선거권이 헌법기관에 의해 제한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충분한 설명과 신중한 처리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헌재 결정이 냉엄한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에 무거운 숙제를 안겨주고 있음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정당 해산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하는 정당에 대해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극단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민주적 기본 질서란 다수뿐 아니라 소수를 배려하고, 다원적 가치를 포용하는 것을 대전제로 한다. 따라서 나와 다른 세계관을 포용해야 한다. 통진당 문제는 표현과 결사의 자유라는 보편성과, 남북이 대치한 예외적 상황에서 민주질서 수호라는 특수성의 측면이 충돌하는 경계 지점에서 일어났다. 국제앰네스티가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국제사회 일각의 비판적 관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결정은 폭력을 통한 체제전복 시도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양하고 비폭력적인 진보 가치의 표현과 활동이 위축돼서는 곤란하다. 민주사회란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며, 다원성을 존중하고, 소수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모든 가치는 도전과 비판을 받는 가운데 발전한다. 도전과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는 반문명적이며, 퇴행적인 사회다. 그런 차원에서 기각 의견을 제시한 김이수 재판관의 견해도 경청해야 할 것이다. 그는 “RO 모임의 참석자들이 통진당 전체를 장악한 것이 아니고, 이 모임에서 논의한 구체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모임에서 논의된 민주질서 위배 사안을 정당 전체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보수단체가 소수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인신공격을 가하는 것은 스스로 헌재 결정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비민주적 행위다.



통진당 해산은 법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모든 정당활동은 헌정 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민주질서 수호의 과제는 이제 시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결정 이후 벌써부터 보수와 진보 세력 간에 갈등의 조짐이 보이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통진당 해산 결정을 민주질서와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겨레 <2014년 12월 20일자 1면>

민주주의의 죽음, 헌재의 죽음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소속 의원들의 국회의원직도 박탈했다. 그런 결정에는 제대로 된 증명도 확실한 근거도 없다. 다수에 거스른다고 소수 정당에 함부로 사형 선고를 내린 꼴이다.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는 이로써 송두리째 부인됐다. 지금 여기, 해산과 해체의 위험에 처한 것은 수십년 간 힘겹게 일궈온 한국의 민주주의다.



 헌재 결정은 사법사에 남을 큰 오점이다. 법의 칼을 빌린 정치 탄압은 수십년 전부터 있었다. 1974년 박정희 정권의 인혁당 인사 사형이 그러했고, 1959년 이승만 정권이 진보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조봉암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한 일도 있다. 당시 진보당은 정부 부처의 등록취소로 해산됐지만, 1958년의 대법원은 ‘진보당의 정강·정책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적어도 이번처럼 정당의 주요 인사와 정당 자체를 억지로 동일시하지는 않았다. 1960년 헌법에 정당해산 제도가 도입된 것도 ‘민주주의의 적에 대한 방어’보다는 행정부에 의한 등록취소 따위로부터 정당의 존속을 보장하고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정신은 지금 헌법에 오롯이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통합진보당 등이 대의민주체제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생각과 주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수자를 배척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전체주의와 권위주의에서 해방된, 민주주의의 징표다. 진보 소수세력에 대한 축출 선언인 이번 결정은 그런 역사의 시계를 되돌린 것이다.



 헌재가 이번 결정을 정당화한 논리와 명분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당해산은 최후의 수단으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할 제도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 헌재는 당 강령 등에선 그런 위험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진정한 목적’이나 ‘숨은 목적’을 추정해보면 그런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숨은 목적’이야말로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하는데도, 헌재는 구체적 증거도 없이 이들의 주장이 북한의 그것과 유사하므로 북한 동조가 통합진보당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권위주의 시절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검찰이 펴던 막무가내식 논리 그대로다.



 시간에 쫓기듯 1년도 안 돼 결론을 서두른 점도 의아하다. 이석기 그룹의 활동이 잘못이더라도 이를 10만명의 당원을 지닌 통합진보당 전체의 행동과 곧바로 같이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헌재는 이들이 ‘주도세력’이므로 정당의 활동이라고 곧바로 선언했다. 그들이 실제로 당 전체를 장악했는지, 당 전체가 그 의도대로 움직였는지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단정했다. 그러고선 이들 주도세력의 성향과 활동 등에 비춰보면 ‘실질적 위험’이 있다는 비약적 논리를 폈다. 형사재판에서 ‘아르오’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았고 내란음모에 무죄가 선고된 상태에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바로 그런 혐의를 이유로 앞질러 한 정당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데도 의원직 상실까지 선고했으니, 헌법적 판단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월권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입을 피해는 막대하다. 정당의 강제해산으로 민주체제의 중요 요소인 정당의 자유, 정치적 결사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한될 것이다. 진보 논리에 찬성했던 많은 이들의 정치적 의사는 위헌이나 종북 따위로 왜곡되고 제도권 밖으로 내쳐질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빚어질 갈등과 대립은 또 얼마나 심할 것인가. 지금은 통합진보당이 쫓겨나지만, 다음은 누가 당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1987년 헌법의 산물인 헌재가 87년 체제의 핵심인 관용과 상대성의 민주주의 정신을 스스로 부정한 상처도 오래 남을 것이다. 8대 1이라는 헌재 재판관의 의견 분포가 우리 사회의 의견 지형을 반영한 것인지를 묻는 헌재 구성의 문제도 불거질 것이니와, 헌재의 존립 근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될 것이다. 헌재가 자신을 자해하면서 한국 민주주의를 저격한 결과다.





[논리 vs 논리] “자유민주주의 지키려는 결정” vs "다원성 부정 … 사법사 큰 오점”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헌법재판소가 12월 19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 찬성이라는 압도적 다수의 의결이었다. 정당 해산은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물고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면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해산 결정이 난 이후 이번 결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해산 결정 전후 최대 관심사였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비롯한 다른 어떤 사회적 쟁점까지도 모두 빨아들이는 강력한 논제로 등장했다.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하나의 사안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펼쳐있는 수많은 관련 문제들에 대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안보를 위한 법적 조치와 효력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비롯해 정당 활동의 자유와 책임 문제,이념 논쟁의 실체와 범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갈등적 쟁점들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중앙>과 <한겨레>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확연한 시각차를 나타낸다. ‘통진당 해산, 분단 상황 고려하면 불가피했다’(중앙)와 ‘민주주의의 죽음, 헌재의 죽음’(한겨레)에서 나타나듯이 <중앙>은 이번 해산 결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입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거부하는 입장이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헌재의 판단을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고심어린 결정’이었다고 규정했다. 동시에 폭력적 방법으로 체제 전복을 모의했던 RO모임이 적발된 후 통진당이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숨은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진당이 추구하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고 판단한 헌재의 입장을 논리 전개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이번 헌재 결정을 ‘사법사에 남을 큰 오점’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면적인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제대로 된 증명도, 확실한 근거도 없이 ‘다수에 거스른다고 소수 정당에 함부로 사형 선고를 내린 결정’이었다는 논리다.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번 해산 판결은 결국 수십년간 힘겹게 일궈온 ‘한국 민주주의 자체의 해산과 위험’을 의미하는 결정이었다는 주장이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이번 판결에 대해 <중앙>은 냉엄한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당해산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하는 정당에 대해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극단적 조치’라는 점, 다수뿐 아니라 소수를 배려하고 다원적 가치를 포용하는 대전제를 지닌 만큼 우리 사회에 무거운 숙제를 안겨주었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이번 결정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폭력을 통한 체제전복 시도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점도 덧붙이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이번 판결이 1974년 박정희 정권의 인혁당 인사 처형 때부터 시작된 ‘법의 칼을 빌린 정치 탄압’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수 진보세력에 대한 축출 선언인 이번 결정을 역사의 시계를 되돌린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검찰이 펴던 막무가내식 논리를 그대로 반복한 헌재의 이번 결정은 논리와 명분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중앙>은 통진당 해산 결정이 법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졌고 모든 정당활동은 헌정 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면서 결정 이후 보수와 진보 세력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민주질서 수호의 과제는 이제 시민들의 몫으로 남았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정당해산으로 민주체제의 중요 요소인 정당의 자유, 정치적 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는 등 이번 판결로 인해 우리 사회가 입을 피해가 막대하다고 보고 있다. 진보 논리에 찬성했던 많은 이들의 정치적 의사는 위헌이나 종북 따위로 왜곡되고 제도권 밖으로 내쳐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다음 주 논점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논란 1월 6일자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국어교사의 비교 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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