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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비 트렌드 '셀프 기프팅'

중앙일보 2014.12.30 00:00



평소 꼭 갖고 싶었던 패션 소품, 공연 티켓…내가 나에게 보낸다 "선물 받아도 괜찮아"

한 해 동안 수고한 자기 자신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선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셀프 기프팅(Self Gifting)이다. 갖고 싶었던 패션 소품이나 고대하던 해외 뮤지션의 내한공연 티켓 등 스스로에게 의미가 깊은 아이템을 골라 구입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소비는 바쁘고 고단한 현대사회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힐링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열심히 산 내게 연말 선물 명품백 가장 선호 코트·화장품·향수도 인기"



주부 한은영(39·서울 잠원동)씨는 지난주 백화점에서 구두 한 켤레를 샀다. 강렬한 자주색에 8㎝나 되는 섹시한 하이힐이었다. 포장 여부를 묻는 점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제품은 근사한 상자에 리본을 장식한 채 한씨에게 건네졌다. 집으로 돌아온 한씨는 포장을 풀어 구두를 꺼냈다. 거울을 보면서 “올 한 해 힘든 일도 많았는데 고생했어”라고 혼잣말을하며 구두를 신어 봤다. 한씨가 스스로에게 선물한 구두는 “사랑하는 나에게 작은 위로의 선물 하나”라는 제목을 달고 집으로 배송된 한 백화점의 판촉우편물(DM)에서 시작됐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땀 흘려 온 스스로를 위해 격려와 응원을 보내라는 판촉물 속 메시지가 한씨를 백화점으로 이끈 것이다.

 한씨처럼 자기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셀프 기프팅족’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22, 23일 양일간 20~60대 방문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신을 위한 연말 선물을 준비하겠느냐’는 질문에 95%가 ‘그렇다’고 답했다. 선호 품목은 명품 백이 21%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코트(19%), 화장품·향수(10%) 순이었다. 예상 지출 비용은 평균 35만원이었다.



스스로 응원·격려하며 힐링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활한다. 노력의 결과로 안정적인 생활을 얻을 수 있지만 왠지 허전한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원장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은 힐링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며 “셀프 기프팅은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심리적인 편안함과 만족감을 얻는 방식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프 기프팅족들은 특별한 의미나 가치 있는 제품을 주로 구입한다. 유명인사가 디자인해 한정품으로 판매되는 의류나 디자인 소품, 특별한 추억을 담아 맞춤 제작한 가방은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가치 있는 물건을 가질 만한 사람, 그게 바로 ‘나’인 것이다.



의미와 감동 담은 제품 찾아

셀프 기프팅은 감동과 설렘을 보다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을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면서도 마치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산 것처럼 예쁘게 포장해 오기도 한다. 열기 전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시크릿 박스(또는 럭키박스·럭키백)’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선물이 주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홍대에 이어 명동에도 문을 연 ‘럭키박스’는 연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람들은 똑같이 생긴 상자 중 하나를 골라 계산대로 들고 간다. 한 개에 1만원으로, 상자 속에는 1만원에서 5만원 상당의 주얼리가 들어 있다. 운이 좋으면 5만원짜리 제품을 1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가 한시적으로 시크릿 박스를 판매하기도 한다. 지드래곤이 모델로 활동하면서 일명 ‘지드래곤 향수’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제이에스티나의 향수 ‘쥬 퍼퓸’은 12월 한 달간 향수와 캔들로 구성된 ‘럭키홀릭박스’를 판매 중이다. 여덟 종의 향수가 임의로 담겨 있어 기대감을 줄 뿐만 아니라 10만~23만원 상당의 향수를 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격과 상관 없이 가치 있는 물건을 선물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셀프 기프트 아이템도 있다. 큐레이션 커머스(Curation Commerce, 특정 분야 전문가 등이 직접 제품을 골라 할인된 가격에 파는 상거래) 방식으로 판매되는 ‘큐레이션 박스’는 제품을 통해 전문가의 안목과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가 선택한 지갑과 팔찌, 장갑이 들어 있기도 하고 유명 여배우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고른 주얼리가 세트로 구성되기도 한다.



<글=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촬영 협조=황인자 포장연구소, 정소연웨딩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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