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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사에게 길을 묻다 ⑫ 최문순 강원지사

중앙일보 2014.12.29 01:07 종합 8면 지면보기
“북한에 답이 있다.”


"철원 백마고지 옆에 제2의 개성공단 만들자"

 일부러 그에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해법을 물은 것은 아니었다. 강원도 얘기를 하다 보니 요즘 강원도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말이 나왔고, 중국의 추격에 고전하는 한국 경제·산업으로 화제가 이어졌을 뿐이다. 거기까지 얘기가 넘어갔을 때 최문순(58) 강원도지사가 말했다. “현 경제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북한에 있다.”



 논리는 이랬다. “기술은 (중국에) 거의 따라잡혔다. 결국은 (수출품) 가격이다. 극복할 방법은 북한 말고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을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중국과 신흥시장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누를 수 있다.” 이런 최 지사의 생각을 들은 인터뷰는 지난 8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최문순 지사(오른쪽 셋째)가 지난해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열린 국제알몸마라톤대회에서 강원도청 직원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마라톤이자 2012년 대선 때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율이 72%를 넘으면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한 약속에 따른 것이었다. [사진 강원도]


 -이미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훨씬 큰 규모의 협력이 필요하다.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인근에 제2의 개성공단을 지을 것을 제안한다.”



 -왜 철원 백마고지 쪽인가.



 “입지가 좋다. 공업용수가 충분하고, 도로도 갖춰졌다. 북한 근로자가 출퇴근할 인프라도 있다. 내금강·원산으로 이어지는 옛 경원선 철도가 거기를 지나간다. 분단으로 끊어진 부분을 잇기만 하면 된다. ‘철원평화공단’을 만들자고 서명운동을 준비하는 중소기업인들도 있다.”



 - 공장이 돌아가다가 남북 관계가 경색돼 북한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으면 타격을 받는다.



 “이쪽에서 긴급히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개성공단처럼 저쪽이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차단할 염려는 없다. 개성공단만큼 우리가 북한에 끌려다니지는 않게 될 거다.”



 -강원도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북한과 만나 추진해야 할 과제다. 잘될까.



 “경제와 정치를 분리해 생각했으면 한다. 얼마 전 대만과 경계를 맞댄 중국 푸젠(福建)성에 다녀왔다. 거기는 철저히 ‘선경후정(先經後政)’이다. 경제가 먼저, 정치는 나중이다. 경제 부문에서 협력해 대만과 푸젠성 양쪽 다 실익을 올렸다. 우리도 경제에 정치에 이것저것 묶지 말고 따로따로 생각했으면 한다.”



 다음 화제는 강원도 최대 현안인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분산 개최를 요청해 시끌시끌했던 이슈이기도 하다.



 -분산 개최 논란은 정리됐나.



 “박근혜 대통령께서 그런 것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올림픽조직위원회나 강원도 입장도 같다.”



 -걱정하는 건 엄청난 경기장 건설비용이다.



 “건설비용을 최소로 줄였다. 13개 경기장이 필요한데 7곳은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봅슬레이 같은 경기를 치르는 슬라이딩 경기장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등 6곳만 새로 짓는다. 주변 도로 건설비용까지 합친 게 1조2500억원 정도다. 전에 러시아 소치는 55조원이 들었다. 오히려 너무 왜소하고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올림픽조직위원장도 바뀌었는데 건설 및 준비 과정에서 정부와 갈등은 없었나.



 “없지는 않았다. 전임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협의가 끝났는데, 김종 차관이 들어오면서 스피드스케이팅장 규모를 줄이라고 했다. 착공 전날이었는데 그랬다. 최대한 받아들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몇몇 겨울올림픽 개최지는 대회가 끝난 뒤 시설이 활용되지 않아 폐허로 남아 있다.



 “새로 짓는 경기장 6곳 중 5곳은 거의 해결됐다. 슬라이딩센터는 한국체육대가 가져가고, 쇼트트랙·피겨는 강릉시가 시민체육시설로 쓰기로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장이 문제인데, 최근에 민간업체가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혀와 접촉 중이다. 만일에 대비해 스피드스케이팅장은 헐기 쉽게 짓고 있다. 사실 경기장 말고 개·폐막식장도 있다. 활용방안을 확실히 마련하지 못했다. 서울대와 항노화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추가 설치를 강력히 주장했다. 환경단체 반발이 거세다.



 “환경 선진국인 유럽에는 약 2400개의 산악 케이블카가 있다. 그에 대해 환경 파괴 주장은 그리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다. 강원도는 82%가 산이다. 알프스처럼 여기에도 산악철도나 산악 케이블카를 깔아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 관련 규제를 풀어가며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라는데, 강원도도 만만찮다. 환경에 군사·상수원 보호까지 겹규제에 둘러싸여 있다. 공장 하나 짓기 힘들다. 청정 공장은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청정 공장이라면 어떤 건가.



 “지금 강원도가 추진하는 의료기기산업 같은 것이다. 사실 강원도는 반도체처럼 깨끗한 공기가 필요한 공장이 들어오기에 제격이다. 공기 정화비용이 적게 든다.”



 -최근 인사부서 공무원들만 주로 국·과장에 승진했다는 내부 논란이 일었다.



 “국·과장 승진에 직원 다면평가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승진 대상자를 놓고 하위직 직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다면평가를 해 그 결과를 반영했다. 도지사 마음대로 결정하는 시스템을 바꾸려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왔다. 하위직 공무원들이 인사 쪽 눈치를 보느라 그쪽에 좋은 점수를 준 것 같다. 인사제도를 관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중립적 인사방안을 도출해 내겠다.”



 -도의회가 불만을 표한다. 인사도 그렇고, 사업에 관해서도 직접 와서 설명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시간과 노력을 전부 밖으로 나가는 데 쓰고 있다. 겨울올림픽과 기업 유치를 위해서다. 정부·국회·기업인 등을 만나는 데 최대한 시간을 배치하다 보니 도의회를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와 달라는 행사에도 제대로 가보지 못했다. 의회로부터 그런 불만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어느 정도 투자 유치 성과가 나오면 달라질 거다.”



 -투자 유치에 나서고는 있는데 결과는 아직 미진하다.



 “솔직히 그렇다. 캐나다 개발회사인 던디그룹과 강릉·동해시 일대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개발협약을 맺은 정도다. 사실 인프라가 부족한데도 강원도 땅값이 충북 등에 비해 싸지 않다. 제일 큰 문제다. 여하튼 조금씩 조금씩 추진해 나가겠다.”



춘천 =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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