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실패학회장 하타무라 교수
쌓아둔 실패로 지식체계 만들면
결정적 순간에 더 좋은 선택 가능
실패는 배움의 기회라 생각해야
-최근 기업이 실패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첫째 이유는 같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패에서 배우면 창조적인 방식으로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실수를 거친 지식으로 무장된 중요한 순간에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제품 서비스 운영과 관련해 이 같은 실패 경험으로 지식체계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실수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지식화할 수 있다.
-사람은 왜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나.
“과거에는 실패나 실수가 드러나면, 사람들이 처벌을 받거나 승진에서 탈락을 했다. 지금도 일본 기업에서는 그런 경향이 여전하다. 한국 기업에서도 상황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사람들은 체면을 잃고 연봉이 깎이거나 인사에 불이익을 받는 걸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 일부 기업들이 실패학을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곳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포스코, 에버랜드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종업원들이 겪은 실수를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데까지 와 있다.”
-최근 경제환경에서 보면, 실패는 기업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시장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흐름을 따라가고 경쟁자보다 앞서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실수가 없다면, 새로운 진전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실패는 잘 하려다 발생한 작은 실패를 감추고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실패가 교훈이 되고 비약적 발전으로 연결되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나.
“실패에 직면하면, 그걸 뭔가 배우는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따지거나 손가락질을 하는 건 생산적이지 않다. 정작 해야 할 일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런 실패를 회피하려면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 활동이 쌓여서 훗날 성공에 이르는 것이다. ‘이달의 창조적 실패상’ 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돋울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도전하게 만들려면 그냥 ‘이달의 실패상’을 줘야 실패 용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창조적이란 말을 붙여놓으면 사람들이 비창조적(uncreative) 실패는 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하는 거여서 도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있나.
“실패학이 전파된 이후 많은 기업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요 기업은 물론이고 상당수가 실패를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지식화하고 있다. 내가 회장으로 있는 실패학회에는 36개 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하타무라숙(塾)에도 많은 기업들이 실패학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실패학회에는 히타치, 도시바, 미쓰비시, NEC 같은 굴지의 전기전자·중공업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실패를 가치 있는 일로 바꾸려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능동적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너 자신의 눈으로 직접 문제를 봐라. 둘째 너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라. 셋째 스스로 결정하라. 넷째 직접 행동하라. 네 눈으로 직접 보라는 건 현장에 가라는 의미다. 그래야 생생한 실물에 부닥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거기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3R’(real·생생한)만 기억해도 좋다. 이는 생생한 현장, 생생한 대상, 생생한 사람을 의미한다.”
김동호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