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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99%의 실패에서 나오는 1%의 성취

중앙일보 2014.12.29 00:43 경제 2면 지면보기
‘2014 재도전 컴백 캠프’의 일환으로 지난달 21일 경기도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우수 창업 이이템 경진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15개팀 70여 명이 참가했다. [사진 미래창조과학부]


실패를 성공의 디딤돌로 삼아 앞으로 전진하는 인류의 노력은 오랜 발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엔 군사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시작됐다. 미사일, 잠수함, 스텔스전투기 같은 무기의 성능은 오작동을 줄여 정확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는 민간 항공·우주산업이 본격화하면서 미 우주항공국(NASA)을 중심으로 발사 오차(실패) 가능성을 치밀하게 분석하면서 실패학의 범위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실패를 성공으로 만든 사례들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발사 기술 완성도 높이는 계기
일본 국가 차원서 ‘실패 DB’ 구축
성수대교·대구지하철 사고도 활용



 이후 이공계에서는 잠재적인 실패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 예방하는 노력이 체계화되면서 ‘고장형태 영향분석’(FMEA·failure mode and effect analysis)같은 ‘실패분석(failure analysis) 공학’이 본격화됐다. 이는 기계·장치·시스템 개발의 필수요소가 되면서 제품의 결함을 줄이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제조업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실패학은 80년대부터는 경영관리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응용되기 시작했다. 제조업에서 품질관리(QC·quality control)가 중시되면서 등장한 전사적 품질관리(TQM), 6시그마 같은 결점 줄이기 노력이 구체적인 결과물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하거나 품질을 개선할 때 실패분석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이유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찾아내면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제품이나 시스템의 신뢰도를 향상시켜 안전·생산·비용·소비자 만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문제점을 미리 걸러내는 장치가 된다.



 기업의 연구·개발(R&D)은 ‘예상되는 실패’를 줄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신차 개발에 수천억원이 든다는 얘기는 완전히 새로운 차량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에 따른 거액의 자금이 소모되는 탓이다. 미국·일본 기업들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R&D 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뒤집어 얘기하면 이 같은 실패 위험을 무릅쓴 비용을 과감하게 지출하고 있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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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 분야에서는 실패가 더욱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20~30년이 걸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역시 실패와의 싸움에서 승부가 난다. 최종 결과물 가운데 제대로 된 제품 비율을 나타내는 수율(收率·yield rate)이 높아야 원가를 낮추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서다. 기업들이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패는 피할 수 없다. 첨단 기술도 하루 아침에 개발되는 게 아니라 실패를 거듭하면서 탄생한다. 도중에 안 된다거나 어렵다고 포기하면 진짜 실패로 끝난다.



 ‘실패에서 배우자’는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업 창업자들 가운데는 실패를 뛰어넘어선 도전을 강조한 사람들이 많았다. 스티브 잡스 자서전과 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에는 애플 컴퓨터 개발 초기 상황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잡스는 자신이 구상하는 컴퓨터를 만들라고 요구하면서 개발자들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개발자들은 좀처럼 잡스의 요구를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잡스는 좌절하지 않고 집요하게 목표를 향해 돌진했다. 그 과정에서 막히면 계속 새로운 길을 찾았고 그게 애플이 비약적 도약(브레이크쓰루)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혼다자동차를 창업한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는 “나에게 성공이란 99%의 실패에서 나온 1%의 성취”라는 말을 남겼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얘기다. 그래서 혼다는 매년 가장 큰 실패를 한 연구원에게 100만엔의 상금을 주는 ‘실패왕’ 제도를 운영해 혼다의 철학을 계승했다. 이런 도전 정신이 작은 오토바이 회사로 출발한 혼다의 발전 비결이 됐을 수도 있다. 혼다는 이제 굴지의 자동차회사를 넘어서 세계 최초의 달리는 로봇 ‘아시모’와 제트기를 만드는 회사로 커가고 있다.



 지금은 경쟁력이 약화돼 있지만 1980~90년대 글로벌 전자제품 시장을 주도했던 소니 역시 실패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정상의 자리로 도약할 수 있었다. 소니 창업자였던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개발해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초기에는 실수와 실패 투성이었다. 56년 모리타는 자신이 개발한 라디오를 갖고 뉴욕의 대형 판매상을 찾아가 계약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때까지 보기 어려웠던 소형 라디오를 가져왔지만 패전국의 무명 기업인이 들고온 제품의 가치를 알아봐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실패는 그의 마케팅 전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돈을 아끼려고 뒷골목 작은 호텔에 자고 옷도 평소대로 허름하게 입었다. 덕택에 잡상인 취급을 당했던 것이다. 이를 교훈으로 모리타는 뉴욕을 방문하면 고급 호텔에 투숙하고 현지 통역사를 내세워 세련된 사업가로 변신했다. 초기 마케팅 실패를 바로 만회한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80년대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던 워크맨을 개발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기업이 된 삼성그룹도 초기에는 실패의 연속이었다.1953년 시작된 제일제당의 설탕 제조는 당시 기술로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일본에서 제당기를 들여와 처음 기계를 돌리자 설탕 대신 물엿같은 액상 밀당(蜜糖)이 나왔다.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실패의 원인을 파악한 끝에 설탕의 원료인 원당(原糖)을 너무 많이 부어서 그렇게 됐다는 걸 알게 되면서 국산 설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듬해 출범한 제일모직도 첫 제품은 실패작이었다. 그러나 실패 원인이 기계의 압착 강도 부족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정상적인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실패에 굴하지 않고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2009년 말 아이폰을 개발해 치고나가자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기술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기술 격차가 컸다. 첫 작품으로 나온 옴니아는 버그(불량)가 잦아 이용자들 사이에 실패작이라는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고 더 나아가 대형 화면의 노트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주도자가 되기 시작했다. 실패의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고 거듭 성능을 향상시키고 화면 크기를 다양화해 제품을 다양화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결과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늘 실패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사장단 회의에서 “실패를 완전히 분석한 뒤 자산화해야 한다. 정보의 공유, 실패사례의 기록화가 안되니까 과거의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다. 실패 경험을 좌우상하로 공유하면 굉장한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2년 신년사에서도 재차 강조됐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계열사는 에버랜드 정도로 꼽힌다. 96년부터 ‘실패파티’를 해오고 있는 에버랜드는 고객 서비스 과정에서 실수나 실패가 발견되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개선에 나선다. 그간 쌓인 노하우와 교훈을 온라인 데이터 베이스화해 직원들이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올해부터 ‘성공파티’로 이름을 바꿨다.



 김연아가 엉덩방아 찧기를 두려워 했다면 피겨 여왕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단기 성과에 쫓겨 안전 위주로만 경영해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이 우주강국이 된 것 역시 끊임없이 실패의 원인들을 제거한 결과다. 86년 1월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는 발사 73초 만에 공중폭발해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했다. 추운 날씨로 고무패킹 한 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게 원인으로 확인됐는데 미국은 이 때의 경험을 살려 발사 기술의 완성도를 높였다.



 일본도 지금은 우주강국의 대열에 올라 있지만 90년대 중반까지 번번이 로켓 발사에 실패했다. 이는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실패지식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실패지식 데이터 베이스에는 사고 원인과 개선책까지 철저히 분석돼 있다. 94년 서울 성수대교 붕괴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의 경우도 활용되고 있다. 일본은 남의 나라 실패 사례까지 연구해 살아 있는 위기관리 능력과 경영지식을 얻고 있는 것이다.



김동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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