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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문재인·박지원의 진짜 속셈은 …

중앙일보 2014.12.29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철호
논설실장
여의도 정치판에 두 가지 불가사의가 있다. 우선 죽을 쑤는 박근혜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의 지지율이 40%에서 버티는 괴력이다. 또 다른 수수께끼는 그런 반사이익에도 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20%대 초반에서 헤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월 8일 전당대회를 연다. 빅3(문재인·박지원·정세균)의 불출마를 요구해온 서명파 의원들의 내재적 분석을 통해 야당의 속살을 엿보자.



 -혁신위가 계파 활동을 전면 금지시켰는데.



 “낮에는 누구도 문-박 캠프에 얼씬하지 않는다. 해만 떨어지면 모두 계파활동에 돌입한다. 차기 공천이 걸렸으니 이판사판 뛰어야 할 운명이다.”



 -박지원의 ‘마이웨이’ 이유는 뭔가.



 “그도 절박하다. 충청권이 호남 유권자를 웃돌면서 당내 호남 우위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나이도 73세여서 마지막 기회다. 지난 5월 박지원·김한길파와 초·재선의원이 똘똘 뭉쳐 친노계를 제치고 박영선을 10표 차로 원내대표에 당선시켰다. 이번에도 호남-비노(非盧)가 손잡는 ‘어게인 5월’이 그의 희망사항이다.”



 -문재인은 대권가도에 흠집 나지 않을까.



 “그로서는 가능한 변수들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 당 대표로 공천권을 틀어쥐어야 한명숙 때 구축한 ‘친노 우위’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분당의 쓰나미가 닥쳐도 제1야당을 장악해야 대선 때 야권 후보 단일화에 유리하다. 박원순이 대중적 지지도에서 앞서고 안철수가 언제 경쟁자로 떠오를지 모른다. 문재인도 승부수를 띄워야 할, 포기할 수 없는 한 판이다.”



 -전당대회에 국민 반응이 시큰둥하다.



 “딜레마다. 야당의 시대적 가치는 ‘혁신과 통합’이다. 하지만 문재인이 이기면 ‘친노 패권주의’가 도드라지고, 박지원이 되면 시계추가 12년 전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제3지대의 당 대표를 물색한 이유도 야당의 외연 확장과 새 피 수혈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계파 챙기기로 야당의 물갈이는 새누리당에도 못 미쳤다.”



 -왜 문·박 양강구도에 반발하나.



 “둘 다 DJ·노무현의 비서실장을 지낸 가신이다. 자기 정치를 하려면 주군(主君)을 부정하고 그늘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들은 출마 선언 직후 DJ·노무현 묘소 참배, 이희호·권양숙 여사 면담의 정해진 코스를 돌 것이다. 이는 과거로 회귀하려는 풍경이다. 또한 이들은 막후에서 야당을 좌우해온 주인공이다. 대표가 되면 물밑에서 표면으로 올라올 뿐이다. 야당 실패의 책임자들이 반성은커녕 당권을 도모하는 우스운 꼴이 된다.“



 -대안이던 김부겸도 물 건너갔다.



 “처음엔 의원 80여 명이나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결국 눈치를 살피다 30명만 서명했다. 김부겸도 대구에 내려가 보니 ‘원래 목표가 지역구도 타파였지 않은가. 야당 대표가 되면 누가 찍어주겠는가’라는 싸늘한 분위기에 출마를 접었다.”



 -야당의 고질병은 무엇인가.



 “‘이기는 야당’이란 구호가 나올 만큼 패배주의에 젖어 있다. 2007년 이후 유리한 선거구도를 다 망쳤다. 뜬금없는 낙관주의도 문제다. 주로 운동권 출신들이 ‘새누리당은 썩었으니 몇 가지 네거티브 전략만 먹히면 언제든 이길 수 있다’는 함정에 빠져 있다. 이러니 매양 선거공학에만 매달린다.”



 -야당의 전망은 밝은가.



 “DJ·노무현 이후 야당엔 리더십이 증발됐다. 호남·친노 계보에 얹혀가는 웰빙체질로 변질됐다. 운동권 출신들은 이미 ‘생계형 정치꾼’이 됐다. 새로 충원되는 인물도 재야단체에서 얼마나 선명하게 투쟁했느냐가 잣대다. 이러니 비례대표와 초선들은 투쟁에 치우치고, 지역구 공천을 노려 행동대원으로 설쳐대는 구도다. 야당이 자꾸 좌클릭하는 악순환이다.”



 -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야당의 생명줄은 매력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대안정당이 돼야 한다. 역사를 거슬러 오르려는 전당대회 조짐부터 영 불길하다. 당 원로들이 불출마하고, 그 빈 공간에 중도 쪽의 합리적 인사들이 밀려 들어와야 하는데…. 큰일이다.”



이철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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