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걸음걸이 때문에…'팔자걸음' 고급 빌라 절도범 구속

중앙일보 2014.12.28 16:25




서울 시내 고급 주택가를 돌며 금품을 훔쳐 온 절도범이 특이한 걸음걸이 때문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종로구 평창동과 강남구 논현동 등 고급 주택가 밀집 지역에서 1억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 등을 훔친(상습절도) 혐의로 박모(47)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달 17일 평창동의 한 고급 빌라 가스배관을 타고 빈집에 들어가 밍크코트와 각종 보석을 훔치는 등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13회에 걸쳐 1억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주로 고급 빌라의 욕실이나 주방, 거실 창문을 뜯고 침입하거나 가스 배관을 타고 집 안에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박씨는 보석 감별기 등 귀금속 감별 도구를 직접 가지고 다니며 진품 귀금속만 훔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폰을 항상 집에 두고 나오고 택시도 현금으로만 탑승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훔친 돈은 대부분 생활비와 유흥비로 탕진했다.



경찰은 범행현장 인근 CCTV에서 용의자의 모습을 포착한 뒤 범행 수법과 족적 등이 비슷한 전과자 1200여 명과 대조하며 포위망을 좁혔다. 경찰은 최근 1년 간 벌어진 같은 수법의 범행 용의자가 모두 걸음걸이가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걸음걸이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범행은 모두 동일범의 소행이었다.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에서 같은 걸음걸이 패턴을 보이는 비슷한 인상착의의 용의자 박씨를 발견하고 박씨의 연고지에서 잠복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걸음걸이 분석 기법(gait analysis)은 2000년 영국 런던메디컬센터(LMC) 헤이든 켈리 박사가 처음 개발한 과학수사 기법으로 현재 영국을 비롯해 미국·캐나다 등에선 보편적인 수사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자택 화염병 투척 사건 당시 용의자의 걸음걸이 분석 결과가 최초로 법정 증거로 활용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각각의 범행현장 CCTV 10여 개를 분석하다가 용의자가 모두 ‘팔자 걸음’으로 걷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던 것”이라며 “앞으로 걸음걸이뿐 아니라 장문 분석 같은 과학수사기법을 적극 활용해 범죄 예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고석승 기자 gokoh@joongang.co.kr

[영상= 종로경찰서]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