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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연 20% 넘는 수익 냈지만 단타 매매는 위험

중앙선데이 2014.12.28 01:29 407호 18면 지면보기
2012년 말 30년 만기 국고채를 10억원어치 샀던 사업가 박모(65·서울 종로)씨는 다섯 달 전쯤 가지고 있던 채권을 모두 처분했다. 30년 만기 국고채 가격이 최근 꽤 올라 조금 일찍 판 것이 다소 아쉽지만 손해 없이 약간의 이익이라도 남기고 판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가격이 많이 떨어졌을 때 평가금액이 상당히 줄어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다. 배종우 하나은행 평창동 골드클럽 프라이빗뱅킹(PB) 센터장은 “30년물 첫 발행 당시 저금리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매매차익을 바라고 상당수 자산가가 투자에 나섰는데 재미를 못 보고 떠난 사람들이 많다”며 “지금까지 가지고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실제 투자에선 그렇게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희비 쌍곡선 탄 30년 만기 국고채 투자

2012년 9월 11일 처음 발행된 국고채 30년물은 1만원당 한 해 300원(연 3.0%)의 이자를 지급한다. 당시 ‘잃어버린 20년’ 같은 일본식 장기 침체와 금리 하락을 예상한 거액자산가들이 많이 뛰어들어 첫 발행액 4000억원의 절반 가까이 가져갔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후 금리는 예상과 달리 오름세를 탔고, 금리가 오를수록 가격이 내리는 채권의 특성상 상당한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2012년 9월 발행 당시 3%대 초반이었던 30년물 수익률이 2013년 12월에는 4%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가격을 살펴보면 이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발행 당시 국고채 30년물의 1만원 기준 단가는 9991원이었다. 이게 지난해 12월 12일에는 8296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1월 말(마지막 거래일)에는 8437원, 올해 11월 말엔 1만317원, 24일 현재는 1만71원이다. 만일 발행 당시 30년물을 샀다가 지난해 12월 12일에 팔았다면 약 17%의 손해를 봤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가격이 떨어졌을 때 샀다가 24일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약 20%가 넘는 수익을 냈을 것이다(표면이자 등 기타 조건 무시).

보험·연기금 30년물 수요 증가세
올해 30년물의 투자 수익률이 좋았던 건 시장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채권 금리가 오름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다. 2012년 발행 당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채권에 투자했다가 금리가 올라 낭패를 본 경우와는 반대다. 채권은 지급능력이나 시장상황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나라에서 발행하는 국채에서 20% 내외의 가격 등락폭을 보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30년 국고채는 기관투자가용으로 적합하다. 30년물은 재정 측면에서는 재정수요 장기화에 따라 이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초장기 국채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나왔다. 수요 측면에서는 연기금·보험사 같은 기관투자가의 자산운용 장기화에 따른 수요에 대응한다는 의미가 있다. 경제 규모 확대, 고령화, 금융 부문 고도화 등에 맞춰 초장기 금융상품에 대한 지표(Benchmark) 금리를 제공하는 성격도 있다. 30년물의 발행은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에게 한국이 신흥시장 채권이 아닌 선진국 채권으로 인식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30년물 같은 장기채의 수요자는 연기금·보험사 같은 기관투자가가 대부분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장기물 발행이 줄면서 국내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들의 30년 채권 편입도 늘고 있다. 김도수 교보생명 투자사업본부장은 “보험사는 상품의 만기가 50~60년에 달해 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30년물 같은 장기채가 필요하다”며 “공급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30년물 발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발행량은 첫해인 2012년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9조원, 올해는 9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내년에는 전체 국고채 발행 예정 물량인 102조7000억원의 5~15% 범위에서 시장상황에 따라 발행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30년물 국고채 발행은 그간 시장의 장기채 수요에 적절히 부응했다고 본다”며 “다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비해서는 장기국채 선물을 비롯한 연관 상품 시장이 아직은 덜 발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개인은 확정이자 중심 투자해야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30년물 같은 장기채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30년 만기 국채는 저금리가 심화되면 금리가 떨어질 때 가격이 올라 중간에 팔아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고, 장기간 안정된 이자수익을 노릴 수 있다. 만기 10년 이상 채권의 이자(표면이자)에 대해선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어 이에 따른 절세효과도 있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큰데 30년물은 그런 면에서 다른 채권보다 위험도가 상당히 높다. KB투자증권 채권분석팀 김명실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인 방향에 자신이 있어도 단기간의 손익 변동을 견디지 못하면 30년물은 채권임에도 다소 위험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30년물의 20% 수익이 이야기되지만 매매차익을 노리는 단기 투자는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에셋증권 김현준 리테일채권팀장은 “저금리 기조이기는 하지만 금리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30년물은 단타 매매가 아닌 확정이자수익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개인들이 채권에 투자할 때는 가까운 증권사에 가서 거래를 위한 계좌를 트면 된다. 요즘엔 대부분 통합계좌이기 때문에 기존의 계좌로도 거래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개인은 10만원 이상 투자가 가능하다. 실제 현장에선 거액자산가들이 수천만~수억원 단위로 투자를 한다. 기관투자가들은 수십억~수백억원 단위로 거래한다.

채권을 살 때는 증권사가 제시하는 수익률이 ‘재투자수익률’인지 아닌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채권은 일정기간별로 이자를 주는 이표채가 많은데, 이자 나온 걸 그냥 받아 쓰는 것과 이를 다시 투자하는 것에는 수익률에서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투자 수익률이 좋아 보이게 하기 위해 재투자를 가정해 수익률을 안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국채와 국고채 국고채는 국채의 일종이다. 1998년 9월 기존의 ‘국채관리기금채권’이 ‘국고채권’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정부 재원조달을 목적으로 발행된다. 만기 3년, 5년, 10년, 20년, 30년짜리가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국고채 외 재정증권,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국민주택채권 등이 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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