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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박사와 함께하는 ‘어린이 프로파일러 설록의 사건 일지’ 〈6〉 이무중 검사 살인 사건

온라인 중앙일보 2014.12.28 00:10
“잠깐 !”


‘사라진 보물’ 단서 쥔 검사, 갑작스런 죽음의 진실은

갑자기 김 형사가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깜짝 놀라 김 형사를 쳐다봤다.



“고려 초조대장경이라…. 몇 년 전에 우리가 문화재 불법 매매범들을 검거해서 검찰에 넘겼는데, 그때 압수했던 물품 중 초조대장경이 있었던 것 같아.”



설록이 날카로운 눈매로 쏘아보며 물었다. “확실히 있었나요, 아니면 있었던 것 같은가요?”



양미간을 모으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애쓰던 김 형사가 드디어 확신을 얻은 것 같았다.



“확실해, 분명히 초조대장경이야. 당시에 형사들하고 초조대장경이 뭐냐, 초조하고 불안할 때 마음 달래는 불경이냐 뭐 이런 농담하던 기억이 나.”



설록이 스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전화 좀 써도 되냐고 묻는 설록에게 스님은 양 눈썹을 치켜 올렸다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사님, 저 설록이에요.”



[일러스트=오은우]


중단된 템플스테이



설록은 표 박사와 상당히 오랫동안 통화 후 스님에게 전화기를 넘겨줬다. 전화를 이어받은 스님은 표 박사로부터 템플스테이를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스님이 확인을 위해 맨 처음 템플스테이를 요청하고 비용을 보내주었던 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는 안내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설록이 김 형사에게 물었다.



“김 형사님, 그 사건기록을 제가 좀 볼 수 있을까요?”



김 형사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다, 내 기억으론 당시에 수사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검찰에서 사건 일체를 즉시 송치하라고 했어. 강력사건도 아니고, 검찰이 알아서 한다기에 수사기록이랑 압수물품 모두 다 급하게 검찰로 보낸 기억이 난다.”



설록이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님이 누군지 알아봐 주실 수는 있죠?”



김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문과 놀라움에 사로잡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홍주가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설록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박사님께서는, 너희들은 예정대로 템플스테이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하셔. 부모님하고 보육원에 템플스테이를 하겠다고 허락을 받은 것이니까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이야.”



세 친구의 얼굴이 굳었다. 특히 홍주의 반발이 거셌다.



“같이 시작했으면 끝까지 같이 가야지, 우린 놔두고 설록 너 혼자만 간다는 건 말도 안 돼!”



대홍이도 동조했다.



“맞아, 허락 받으면 되잖아. 우리도 집에 전화하자.”



힘들게 허락을 얻어낸 세 친구와 설록은 스님께 감사와 작별 인사를 드린 후 김 형사의 차를 타고 상주경찰서로 왔다. 김 형사는 검찰청에 여러 차례 전화를 한 끝에 ‘상주 문화재 불법 매매 사건’ 당시 담당 검사 이름은 ‘이무중’으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을 거쳐 지금은 제주지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얘들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일단 너희들이 말한 ‘사라진 보물’은 도난신고도 안 됐고, 우리 관내에서 발생한 사건도 아니라서 내가 수사를 할 수 없어. 상주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것이 확실한 훈민정음 해례본 수사가 더 급하기도 하고. 당연히 이무중 검사를 만나러 제주도에 갈 수도 없지.”



당시 사건 담당 이무중 검사를 만나라



설록은 김 형사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다.



“김 형사님, 지금까지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무중 검사님께 전화 드려서 저희를 만나 달라고만 해 주시면, 그 다음부턴 저희들 스스로 해 나가겠습니다.”



김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제주지검에 전화를 해서 이무중 검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대화를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



“검사님이 너희들을 만나 주겠다고 하신다. 내일 모레가 1월 1일, 휴일이니 2일 이후에 제주검찰청으로 오라고 하시네.”



설록과 친구들은 상주 터미널에서 김 형사와 작별을 하고 대구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이미 연구소에서는 설록과 친구들의 제주행 항공권을 예매하고, 항공사의 어린이 보호서비스도 신청해 두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니 경찰관인 홍주 어머니의 후배 고도심 순경이 마중 나와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사로잡혔다. 멀리 보이는 한라산은 새하얀 눈에 덮여 신비로운 기운을 물씬 풍겼고, 검은색 화산석들이 조각상처럼 서있는 해안 풍경도 신기했다. 길가에 늘어선 돌담은 마치 동화 속 마을의 그것인양 아기자기했다. 죽비를 맞으며 새벽부터 저녁까지 힘들게 보냈던 템플스테이의 피로와 ‘사라진 보물’ 사건이 주는 긴장, ‘M’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 처음 타본 비행기의 흥분 등으로 지쳐 있던 아이들은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인 1월 1일, 일어나보니 고 순경은 출근을 한 뒤였다. 고 순경 어머니가 차려준 새해 첫 아침 식사는 정말 맛있어서 네 어린이 모두 떡국과 밥을 한그릇씩 뚝딱 비웠다. 대홍이는 떡국도 두 그릇 먹었다. 아침 식사 후에는 마을회관으로 갔는데, 마을 어른들이 모두 한 자리에 앉아 있고 젊은 사람들이 차례로 찾아와 절을 하며 새해 첫 인사를 드리는 모습이 신기했다. 오후에는 고 순경의 친구가 민속촌·박물관·식물원·조랑말 농장 등 관광명소를 구경시켜 줬다. 즐거운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공해 하나 없는 제주도의 저녁 노을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분홍빛이었다. 하지만 설록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내일 이무중 검사를 만나 ‘국보 제284호, 초조대장경’ 절도사건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설렘과 흥분이 가슴 벅차게 피어 올랐다. 다음날인 1월 2일 아침, 준비를 마친 아이들은 고 순경이 당직 근무를 끝내고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고 순경의 어머니가 설록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하셨다.



“설록, 고 순경 누나야. 놀라지 말고 잘 들어….”



난데없는 검사 살인사건



고 순경이 전한 이야기는 너무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아이들과 만나기로 한 이무중 검사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집인 오피스텔에서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 마침 이 검사의 오피스텔이 고 순경이 근무하는 제주서부경찰서 연동지구대 관할에 있고, 고 순경이 근처를 순찰 중이었기에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했다고 한다. 지금은 제주경찰서 과학수사대, CSI가 사건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을 하는 중이었다. 고 순경은 현장을 보존한 뒤 형사들과 과학수사대가 도착하자 지구대로 돌아와 보고서를 쓰는 중이라고 했다. 설록과 친구들은 고 순경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에 설록은 전화로 표 박사와 사건과 상황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눴다. 다른 아이들은 집과 보육원에 전화해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저녁이 되어서야 퇴근한 고 순경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다음날 새벽, 고 순경이 잠에서 깨어나자 아이들은 언제 일어났는지 미리 마루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고 순경이 들려준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다.



1월 2일 오전 9시 27분, 제주지검 404호 이무중 검사실 여직원 이효실이 112로 전화를 했다. 평소 8시 20분이면 출근을 하던 이 검사가 9시가 넘어도 나오지 않아 집과 휴대전화로 계속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걱정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순찰차로 인근을 순찰 중이던 부용남 경사와 고도심 순경이 이 검사의 집인 제주시 연북로 ‘코디 오피스텔’ 404호로 출동해 9시 34분에 도착했다. 전화와 인터폰으로 계속 연락을 해도 응답이 없자 경비원과 함께 열쇠수리공을 불러 문을 연 뒤 들어갔더니 거실 바닥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고 주변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부 경사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남자에게 다가가 코에 손을 대고 가슴에 귀를 대 보고는 이미 사망했음을 확인했다. 곧 무전으로 지구대와 경찰서에 시신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즉시 집 안에 범인이나 다른 부상자가 있는 지 세심하게 살펴봤지만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두 경찰관은 바로 오피스텔 입구에 폴리스라인을 쳐 현장을 보존했고, 곧이어 강력계 형사들과 과학수사대 CSI가 도착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



어지럽게 찍힌 피 묻은 양말 자국



설록이 고 순경에게 물었다.



“베란다 문과 창문 중 열려 있던 곳은 없었나요?”



“열려 있던 건 없었고, 베란다 미닫이 문은 잠금 장치는 잠기지 않은 채였어.”



“시신 주변은 어떤 상태였죠?”



“시신 옆에 의자가 넘어져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탁자가 있는데 그 위에 피자 박스, 콜라 페트병, 컵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단다.”



“시신의 모습은 어땠나요?”



“하늘을 보고 반듯하게 누워 있었고, 머리·얼굴·가슴·팔 여기저기에 상처가 많이 있었단다. 특히 팔에 깊이 베인 상처가 치명상인 것 같았어. 동맥이 절단되었는지, 피가 분출돼 벽에 많이 튀어 있었어.”



“시신은 부드럽고 따뜻했나요, 아니면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나요?”



“검안은 부 경사님이 하셨는데, 이미 사후경직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고 차갑다고 하시더구나.”



“바닥에 발자국은요?”



“피 묻은 양말 발자국 같은 게 아주 많이 어지럽게 찍혀있었지. 그리고 흐릿해서 잘 모르겠지만 베란다에서 현관까지 뭔가 묻은 건지 찍힌 건지 자국이 이어졌고.”



“그 자국들은 피가 묻은 자국인가요, 아니면 흙이나 먼지자국인가요?”



“피는 아니야. 흐릿했지만, 피 색깔은 아니었어.”



“그 밖에 다른 특별한 점은 없었나요?”



“음… 맞다, 수화기가 이탈돼 바닥에 떨어져 있었지.”



“통화기록이나 CCTV화면 분석은 오래 걸리겠죠?”



“그렇지. 그런데 너 웬만한 경찰관보다 범죄수사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다. 대단한데?”



하지만 설록은 고 순경의 칭찬을 못 들었는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 순경이 해 준 이야기를 적은 노트를 내려다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홍주와 진혁, 대홍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런 설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무중 검사 피살사건 현장 가보려면



이무중 검사 피살사건 현장을 직접 가 보고 범인을 추리해 보고 싶은 친구들은 1월 2일~2월 28일 경기도 분당 야탑지하철역 인근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리는 ‘제2회 CSI/Profiling 체험전’에 참가하세요. 자세한 내용은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www.pyocsi.com, 031-284-4505)나 티켓몬스터(www.ticketmonster.co.kr)에서 확인하세요.





표창원 박사는… 1966년생. 범죄심리학자. 탐정 셜록 홈스에 매료돼 경찰대학에 진학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경험하고 전문적인 범죄수사를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 1997년 엑서터 대학에서 범죄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 최초 범죄심리분석관으로 활동하다 2001년 경찰대 교수로 임용, 2012년까지 재직했다. 퇴직 이후 표창원의 범죄과학연구소를 열고 범죄심리학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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