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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북한 인터넷을 절단내면 보복일까

중앙일보 2014.12.27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에 이어 북한 인터넷이 다운되며 미국의 보복 조치인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의 정례 브리핑. 역시 기자들의 북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중 하나가 다음이다.



 질문=“전직 당국자는 북한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게 훨씬 더 강력한 보복이자 억제의 신호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우리는 많은 옵션이 있다. 뭐가 들어 있고 뭐가 빠져 있다고는 밝히지 않겠다.”



 북한 인터넷이 마비된 것을 놓고 누구의 작품인지를 따지는 것을 보면 이상하기 그지없다. 미 국무부 브리핑룸에서 나왔던 질문을 직설적으로 바꿔 보자. 북한 인터넷을 마비시키는 게 과연 보복인가?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이 일제히 지적한 대로 북한 인터넷이 다운돼 봐야 북한 일반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북한의 IP 주소는 1024개에 불과한데 이는 뉴욕 안의 구역(block)들에 배정된 IP 주소보다 더 적다.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극도로 통제하는 북한에서 인터넷은 극소수 엘리트와 대남·대외 선전 부서, 그리고 평양 미림대(해커 양성소)에서 접촉이 가능할 것이다. 왜 그런지는 미국 언론보다 한국 국민이 더 잘 알고 있다. 외부 세계는 북한엔 ‘자본주의 날라리풍’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을 극도로 차단하는 북한에서 인터넷을 마비시키는 건 보복이 아니다. 북한은 인터넷이 없어도 살아가는 나라다. 미국 내 인터넷 전문가들이 “미국 정부가 이런 뻔한 공격을 했을 리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7일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발표하며 “쿠바가 자국민들에게 인터넷 접속을 확대키로 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믿는다”며 “그래서 미국과 쿠바 사이의 텔레커뮤니케이션 연결을 확대키로 승인했다”고도 강조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연구원이 밝힌 대로 북한과 쿠바는 “사과와 오렌지만큼이나” 다르다. 국제 사회에 참여하는 외양도 다른 데다 북한 핵 때문에 속까지 다르다. 하지만 인터넷에 관한 한 쿠바와 북한에 대한 조치는 다를 수가 없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외부 세계와 북한의 접촉을 넓히는 게 북한의 문을 여는 방법이자 통일에 대비해 남북 간의 심리적 격차를 줄이는 길이다. 북한은 한국과 전 세계를 상대로 사이버전을 벌이고 있는데 시야를 넓혀 보면 인터넷엔 무한대의 대북 사이버 전사가 있다. 예컨대 남한의 ‘최고 존엄’을 거리낌 없이 비판하는 무수한 댓글이 북한 주민의 생각을 흔들어 놓는 ‘사이버 MD(북한 미사일방어 체계)’다. 북한 인터넷을 절단내 봐야 얻을 것은 별로 없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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