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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다 수술실 나간 의사 정직은 정당

중앙일보 2014.12.26 11:37
서울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A교수는 지난해 10월 수술실에서 마취과 의사와 크게 다퉜다. 수술대 위엔 생후 4개월된 정모양이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누워있었다. 싸움은 마취의가 A교수가 요구한 튜브를 정양의 기도에 삽입하다 공기가 새면서 시작됐다. 마취의가 “다른 종류의 튜브를 사용해야한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된 논쟁은 A교수가 “이런 상태에서는 수술을 못하겠다”며 수술실을 박차고 나가는 것으로 끝났다. 수술 중단 소식에 달려온 마취과 교수가 “여기가 구멍가게인 줄 아냐”며 “차 한 잔 마시고 다시 수술을 하라”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기는 진정제를 맞은 상태에서 1시간 가량 수술실에 있다 병실로 돌아왔다. A 교수는 흉부외과 전공의에게 “보호자를 찾아 '집도의가 위경련이 나서 수술이 취소됐다'고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갓난아기 심장수술 중 싸우고 나간 의사…법원 “징계는 정당”
“감정 상했다고 일방적으로 수술 취소한 것은 징계 사유에 해당”

정양의 보호자는 “수술이 취소됐지만 진정제만 투여했고 기도삽관은 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화를 내자 흉부외과 전공의가 찾아와 수술중단 사태를 설명하고 “기도삽관까지 실시했다”고 털어놓았다. 보호자는 “더 이상 이 병원을 신뢰할 수 없다”며 “즉시 다른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아기는 4일 후 다른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A교수는 수술중단 사태로 정직 1월의 처분을 받자 ”최선의 조치를 취한 것이고 수술 중단이 아닌 마취 유도중단인데 정직 처분은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최주영)는 "징계는 정당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견 충돌로 감정이 상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수술을 취소한 것은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병원 이미지를 실추하고 금전적인 손해를 끼친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집도의로서 수술 취소를 결정했다면 마땅히 환자 보호자에게 현재 상태와 수술 취소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한다”며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도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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