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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연기' 혹평 딛고 여기까지 … 저야말로 장그래

중앙일보 2014.12.26 08:00 종합 22면 지면보기
‘미생’에서 안영이를 연기한 강소라는 “영이와 달리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그만큼 독하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준 화제의 드라마 tvN ‘미생’이 끝난 지 사흘째인 23일. 서울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소라는 아직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극 중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경쟁에서 부장을 제칠 정도로 똑 부러지는 안영이 역을 맡았던 그다. 강소라는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만화 ‘미생’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작품을 하면서 힐링하는 기분도 느낄 것 같아서 욕심을 부려서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생' 똑부러진 영이 역 강소라
아버지·상사에 시달림 당하다가
계단 앉아 울던 장면 가장 기억 나

 드라마를 통해 이땅의 미생들에게 위로를 안겼지만, 정작 그 자신은 힘들었다고 한다. 강소라는 ‘미생’까지 연달아 세 편을 아버지와 불화를 겪는 젊은 여성을 연기했다. 지난해 SBS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에선 재벌가의 딸을 맡았고, 올해 SBS 미니시리즈 ‘닥터 이방인’에선 병원 이사장의 서녀를 연기했다. 출신 성분은 좋지만 아버지와 갈등 속에서 번민하는 인물이다. 그는 ‘닥터 이방인’이 끝난 뒤 한 인터뷰에서 “힘든 역할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속 끓이기로 치면 ‘미생’의 안영이나 앞선 두 작품의 캐릭터나 모두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는 늘 사업 자금 대달라 조르고 직장 상사는 “그래 가지고 시집이나 제대로 가겠냐”며 쏘아붙인다. 강소라는 “영이가 계단에 앉아서 울었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죽 울 데가 없었으면…. 하지만 자기 얘기를 남에게 할 땐 끝끝내 울지 않는다. 너무 질리고 지친 사람은 다큐에서도 담담하게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강소라의 연기 경력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열아홉에 스릴러영화로 데뷔해 2년 뒤 영화 ‘써니’로 큰 인기를 끌었다. 청춘드라마 주연으로 발탁되나 싶더니 ‘발연기’ 논란을 일으키며, 주연급 여배우들이 썩 내키지 않아 하는 일일드라마에 출연했다. 올해 들어 미니시리즈로 명예를 회복했고, 이번 ‘미생’을 통해 주목받았다. 그는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애정을 막 쏟다가 일방적으로 (종영) 통보를 받으니까 그러네요”라며 말을 잇기 힘들 정도로 눈물을 펑펑 흘렸다.



 강소라는 자신이야말로 “장그래였다”고 했다. 주연 배우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낙하산처럼 올라탄 데뷔작, 그리고 이어진 드라마의 연기 논란을 떠올리는 듯했다. 그는 “그땐 지금처럼 캐릭터 연구를 못했던 것 같다. 연기할 때마다 모든 선배님들이 (‘미생’의) 오 차장과 같은 역할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강소라는 스스로를 “처음엔 어리바리하고 적응 못하고 고지식한 면이 있지만 관계가 풀리면 술자리에서 압도하는 면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그런 점에서 강소라는 안영이와 딴 판의 인물이다. 그는 차기작에 대해 “다음 작품에선 표현도 많이 하고 주변인과 관계도 매끄러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실제 강소라가 많이 보이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바지와 흰 셔츠를 입은 그는 무채색 정장 차림의 안영이와 달리 싱그러워 보였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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