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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장그래법, 계약직 양산" 경총 "기업부담 과도"

중앙일보 2014.12.26 02:30 종합 8면 지면보기
노동시장 개혁에 합의한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가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시작했다. 노사정은 29일까지 비정규직 문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후속 대책,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같은 사안별 자체 개혁안(요구안)을 내고 논의를 시작한다. 그런데 항목마다 입장이 크게 엇갈려 공통분모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마련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극과 극으로 맞선 형국이다. 지난 23일 노사정 합의서에 명시한 3개월의 시한 동안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보다 3일 앞선 26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개혁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안이 상당 부분 알려진 이상 기선 제압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개혁안은 정부안에 반기를 들었다는 공통점만 빼고 정반대다. 그러면서 저마다 23일 노사정 합의문에 부합한다는 해석을 달고 있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다급해졌다. 정부는 일단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취지에 동의를 얻어낸다는 전략이다.


노사 모두 정부안에 이견 커
노총 "직접 고용 의무화해야"
경총 "이직수당제 등 반대"
오늘 자체 개혁안 각각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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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컨대 35세 이상 기간제(계약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 더 늘리는 것(장그래법)은 현실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35세 이상이면 가정을 꾸리고 있고, 그 나이에 직장을 떠나면 비정규직 자리를 찾기도 힘들다. 여기에다 고용기간이 느는 만큼 근로자의 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다고 설득할 방침이다. 저성과자 해고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은 그동안의 판례를 종합 정리하는 수준이라는 점을 내세울 계획이다. 기준이 모호해 산업현장에서 불필요한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런 식의 대응 자료를 이미 마련해 29일 일부를 공개할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산업현장에서 노사정이 공동으로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도 밟을 계획이다. 이른바 여론을 통한 압박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안이 비정규직 채용을 양산하는 정책이란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기간을 늘리는 것은 정규직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파견제를 아예 폐지하고, 상시 업무에는 직접고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고규정 완화와 같은 노동시장 유연화는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의 또 다른 고민은 내부 반발이다. 당장 일부 노동계가 23일 노사정 합의 자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설령 정부와 경영계가 의견 접근을 이루더라도 섣불리 합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영계는 기업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난다는 게 불만이다. 3개월만 근무하면 퇴직금을 주도록 한 것이나 이직수당제를 신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다 도급을 규제하고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적용 같은 전 세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갈라파고스적인 제도 도입이 향후 경영상 어떤 걸림돌로 작용할지 몰라 주저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은 고용의 주체인 기업의 사정이나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차별시정 신청권을 노조에 주는 것이나 특수 형태 고용종사자 가이드라인과 같은 자칫하면 노사 분쟁을 부채질할 수 있는 것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결국 노동계가 감수해야 할 것과 경영계가 떠안아야 할 것을 빅딜하는 양보 정신이 합의에 이르느냐 좌초하느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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