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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1등급 풍년 예고 … 수학·국어로 경쟁 쏠린다

중앙일보 2014.12.26 01:48 종합 5면 지면보기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의 도입은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대부분이 기초 영어만 익혀도 충분한데 모든 사람에게 아주 어려운 영역을 배우도록 강요하면 결국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고 개인에게도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실용영어 교육은 제대로 하되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기 위해 수능 영어 절대평가를 추진했다.


절대평가 도입해 학습 부담 줄여
수업도 문제풀이서 듣고 말하기로
학교서 영어교육 소홀해지고
수학·국어 사교육 '풍선효과' 우려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18조6000억원. 이 가운데 영어가 34%(6조3000억원)로 비중이 가장 컸다. 교육부 김도완 대입제도과장은 “절대평가 도입으로 학습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시험 대비를 위한 학습 부담은 확연히 줄어든다. 현행 상대평가에선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매겨지지만 절대평가에선 일정 성취 기준만 달성하면 똑같은 등급이 주어진다. 절대평가제 이후 수능 영어는 어떻게 바뀔지 전망했다.





 ◆1등급은 몇 명=현 수능에선 성적에 따라 1등급(상위 4% 이내), 2등급(4~11% 이내) 등 9개 등급이 나오기 때문에 백분위 점수가 중요하다. 같은 등급에서도 표준점수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므로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 평가하게 된다. 올해처럼 본인이 높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수능이 쉬워 고득점자가 많으면 등급이 떨어진다. 반면 절대평가에선 일정한 점수 이상만 받으면 백분위에 관계없이 동일한 등급이 부여된다. 올해 수능에서 영어가 쉽게 출제돼 만점자는 1만9564명(3.37%), 1등급은 2만6070명(4.49%)이었다. 절대평가제에서 수능 만점자나 1등급자는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등급 구분은 어떻게=기존의 ‘수우미양가’처럼 5등급으로 나눠 90점 이상이면 1등급, 60점 미만이면 5등급을 주는 방법이 있고 이를 9개 등급으로 세분화하는 방법도 있다. 미리 등급 분할을 정하는 고정식이 있고 시험에 응시한 집단의 특성과 시험 난이도를 감안해 등급을 구분하는 준거설정 방식이 있다. 교육부는 전문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등급 구분 방식을 내년 8월 결정할 예정이다.



 ◆시험은 쉽나=가장 핵심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1등급으로 볼 것인지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이를 성취기준이라고 한다. 성취기준은 국가 교육과정을 근거로 고교 수준에서 반드시 익혀야 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정해진다. 수능 영어출제진은 이 기준에 따라 적정 난이도를 유지해야 한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1등급으로 볼 수 있는 실력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구체적 수치를 제시할 순 없지만 현재 1등급(상위 4%) 수험생들의 실력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절대평가 1등급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과목은 어떻게=일단 절대평가에서 제외되는 국어나 수학 같은 다른 수능 과목으로 입시 부담이 쏠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의 한 사립고 영어교사는 “영어 비중을 줄이고 수학과 국어 학습량을 늘리는 학교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자칫하면 영어 교육 자체가 소홀히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자연계열 수험생이 응시한 수능에서 수학B가 너무 쉽게 출제되는 바람에 영어나 과학탐구 과목에서 합격·불합격이 갈렸다.



 ◆고교 수업은 어떻게=중학교와 고1, 2까지 문제 풀이 수업은 확 줄어들 것이다. 교육부는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학교 교육을 개편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어 절대평가 전환과 함께 다른 과목도 학교교육을 통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해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쉬운 수능, 절대평가 수능하에서 시험 부담이 줄어드는 건 분명하나 입시 경쟁 강도의 총량이 감소할지는 미지수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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