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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은행장' 잘 할까 … 부정을 긍정으로 바꾼 권선주

중앙일보 2014.12.26 00:52 경제 4면 지면보기
한국 경제엔 2014년이 ‘혹시나’로 시작해 ‘역시나’로 끝난 해였다. 경제성장률이나 경기, 국민의 살림살이 모두 연초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위기를 기회로 바꾼 새뚝이들은 건재했다. ‘외유내강’ 리더십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이끈 권선주 기업은행장, 4번 창업해 그 중 3개를 국내외 대기업에 매각한 노정석씨, 삼성전자 최연소 임원이 된 프라나브 미스트리, 펀드 수익률 1위를 기록한 여성 펀드매니저 박인희 씨를 올해의 새뚝이로 선정했다.


2014 중앙일보 선정 새뚝이 ⑤ 경제



“가장 힘세거나 가장 영리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민감한 종이 살아남는다.” 꼭 일년 전인 지난해 12월 권선주(사진·58) 기업은행장은 취임식에서 찰스 다윈이 한 말을 꺼냈다. 모바일과 핀테크(Fintech·금융과 정보기술의 합성어) 같은 변화의 물결을 피하지 못할 거라면 앞장서 적응해나가자는 얘기였다. 그는 “기업은행은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지 아니면 거대한 변화의 파고에 휩쓸리며 어려움에 처할지 기로에 서 있다”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권 행장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올 한 해 금융가는 유난히 잦은 ‘사태’에 시달렸다.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태, KB금융지주 경영권 내분 사태, KT ENS와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은행 실적도 바닥을 향했다. ‘사상 첫 여성 은행장’인 권 행장이 이를 잘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일년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합격권이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리더십으로 차분히 위기를 돌파해 나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기업은행은 올 한 해 ‘모뉴엘 사태’ 외에는 큰 풍랑에 휘말리지 않았다. 전임 조준희 행장 때 기틀을 닦은 ‘전 국민의 은행’ 전략도 순항 중이다. 중소기업 지원과 기술금융 확대 같은 정책금융에도 앞장을 서고 있다.



권 행장은 “올해 금융권 전체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년엔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개통하고 생애주기별 고객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는 “언제나 생각의 중심을 ‘은행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에 두고 직원과 소통하려 노력했다. 조직의 에너지를 이끌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95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경기여고,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78년 기업은행에 입사해 35년 만에 행장이 됐다. 그 중 25년을 영업 현장에서 보냈다. 조준희 전임 행장에 이어 두 번째로 내부 출신 행장으로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모뉴엘 대출 사기 사건 등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지만 권 행장은 내년엔 위기보다 성장을 얘기할 계획이다. 취임식 때 했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성장 방향의 키워드다. 권 행장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도전이 거세지만 인터넷 전문은행과 같은 대응책을 모색하고 열심히 기반을 쌓아가겠다”고 밝혔다.



  조현숙 기자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연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 또는 단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경제·과학·스포츠·문화·사회 분야에서 참신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 이들을 새뚝이로 선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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