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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 대출자들 부글부글

중앙일보 2014.12.26 00:39 경제 1면 지면보기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44)씨는 2012년 5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6900만원을 고정금리로 빌리는 데 연 4.8% 이자율이 매겨졌다. 정부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권장하는 데다 5%도 안 되는 금리면 좋은 조건이다 싶었던 김씨는 흔쾌히 대출을 결정했다. 2년7개월이 지난 지금 김씨 속은 타들어만 간다. “이후 금리가 계속 내려가길래 알아봤더니 같은 조건이면 3%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금융사에선 기존 계약자라 최대한 4.45%로 낮춰줄 수 있다고, 더 이상은 안 된다고만 답한다.”


[이슈추적] 가계부채 대책 후유증
시중금리는 계속 내리막인데 정부 권장 믿고 받은 대출 많아
변동금리 대출과 비교하면 1년간 이자 830억 더 낸 셈

 #지난달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계약한 조모(40)씨에게 큰 고민이 생겼다. 은행에서 불러준 주택담보대출 금리 조건 때문이다. 5년 만기로 고정금리형 이자율은 3.1%, 변동금리형은 2.7%로 차이가 컸다. 조씨는 “아파트를 계약할 때만 해도 당연히 고정금리형으로 대출을 받으려고 했다. 기준금리도 많이 내려가고 해서 ‘금리가 바닥일 때 대출을 받아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입주하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고 변동형이 아닌 고정금리형로 대출받았다가 시장금리가 또 낮아지면 어쩌나 싶어 쉽게 판단을 못 내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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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일찌감치 고정금리 조건으로 대출받은 사람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11년 6월 나온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지난 22일 ‘내년 경제정책 방향’까지 금융 당국은 4년째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동안 시중금리는 내리기만 해서다. 대출 금리를 책정하는 기준이 되는 은행연합회 코픽스(COFIX)는 2011년 6월 연 3.66%였지만 이달 15일 2.1%로 1.56%포인트 낮아졌다.



 새로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 마음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권장한 대로 고정금리형 대출을 선택하려 해도 내년 금리가 어떻게 될지 불투명해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내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지속하겠다”며 낮은 금리를 유지할 뜻을 밝혀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25일 금융소비자원 추산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추가로 부담한 이자는 830억원에 달한다. 변동금리 조건으로 대출받았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더 낸 이자가 그만큼으로 추정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장기적으로 보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는 쪽의 정책 방향이 맞지만 실행방법이 틀렸다. 금리 상승기라고 분명히 판단되는 시점에 시중은행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려 나가야 하는데 실적 채우기, 비율 높이기 식으로 은행에 강제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은행을 압박 중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은행들은 꼼수를 선택했다. 순수 고정금리형 대출 대신 일정 기간 고정금리였다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금리 대출을 늘리는 방법을 주로 썼다. 금융위원회와 한은 통계를 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은 2010년 12월 말 0.5%에서 올 9월 말 기준 20.9%로 늘긴 했지만 증가 폭 대부분이 혼합형 금리 대출이었다. 혼합형 대출은 금융 당국 집계에서 고정금리형 대출로 잡힌다.



  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일정 비율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강조하기보다는 대출 상품을 놓고 은행 간 자율 경쟁이 좀 더 활발하게 이뤄져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미시대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숙·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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