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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서 처음 휘날렸던 태극기입니다

중앙일보 2014.12.26 00:16 종합 27면 지면보기
이동화 남경엔지니어링토건 대표가 남극에서 게양했던 첫 태극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섭씨 영하 40∼50도를 오르내리는 남극에서 모기가 살 수 있을까. 학술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1985년 11월 29일 우리나라 최초로 남극을 탐험했던 이동화(56) 남경엔지니어링토건 대표가 베이스 캠프를 날아다니던 모기 한 마리를 조심스레 잡았다. 그는 이 모기를 통에 넣어 밀봉한 채 지금까지 보관 중이다.

한국 첫 남극탐험대원 이동화씨, 29년 소장품들 해양박물관 기탁



 이 대표는 85년 11월 16일∼12월 9일 한국 첫 남극탐험대원으로 남극을 다녀온 이래 세종기지 건설대원(87년 10월∼88년 3월), 1차 월동대원(88년 3월∼89년 2월)으로 남극을 탐험했다. 그 후에도 장보고 기지 토목공사와 활주로 건설 기초조사를 위해 해마다 남극을 오가고 있다.



 그는 남극을 갈 때마다 일기를 쓰고 자료를 모은다. 남극 탐험 초기에 수집하고 기록한 자료가 1000여 점이다. 50여 대형 상자에 담아 29년간 보관해온 소장품을 국립해양박물관(부산시 영도구)에 이달 안에 기탁하기로 했다. 그동안 16번 이사하면서 숟가락 하나도 버리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신경 써 보관했다.



 남극에 첫발을 디딘 순간을 이렇게 기록한 일기장도 있다. ‘1985년 11월 16일 오후 2시33분. 앞으로 더 큰 감격이 있을까. 현재까지 나의 생에서 가장 감명깊은 순간이었다.’



 ‘오늘은 다른 대원 몰래 머리를 감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개운하다.’ 85년 11월 28일 이 대원은 남극 바닷속을 탐사한 뒤 소금기를 씻기 위해 머리를 감으면서 물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다른 대원들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한 내용이다.



 남극에 처음으로 휘날렸던 태극기와 탐험대 깃발도 있다. 당시 탐험대가 남극에 꽂아놓은 채 철수하다가 문득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한 이 대원이 배를 타고 30여 분간 되돌아가 가져 온 것이다. 남극의 두꺼운 얼음을 깨고 채취한 식물화석 20여 점은 태초의 비밀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월동대원 방풍 복, 대원들의 옷과 짐에 붙였던 패치(patch), 사진 1000여 장 등도 있다.



 해양박물관은 이 대표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내년 남극 진출 30주년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 방송들은 새해 첫 방송을 남극에서 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하자원뿐 아니라 미래자원 확보를 위해 우리도 남극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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