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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셀카봉 여기저기 요우커 오나가나 충무공 …

중앙일보 2014.12.26 00:04 Week& 4면 지면보기
2014년은 여행 레저 업계에도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컸다. 국내여행의 타격이 컸는데, 특히 섬 여행과 단체 여행은 직격탄을 맞았다. 하반기 들어서는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으로 가는 여행이 다시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인은 좀처럼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중국인이 서울 거리를 장악했다. 레저 업계를 이끈 아웃도어 시장이 주춤했던 것도 눈여겨볼 만한 변화다. 2014년 여행 레저 부문을 상징하는 키워드 7개를 추렸다.


2014 여행·레저 키워드 7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 가평 쁘띠프랑스.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요우커 습격사건



가위 신(新) 인해전술이라 할 만했다. 밀물처럼 몰려온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로 국내 관광산업이 1년 내내 들썩였다. 요우커의 힘은 통계로 증명된다. 올 1∼10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은 524만 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이 1199만 명이었니까 길거리에서 만난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2명 중 1명꼴이었던 셈이다. 연말까지 방한 외국인은 1400만 명, 중국인은 6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방한 중국인은 지난해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3년 방한 중국인 숫자는 2012년보다 52.5% 증가했다. 그 덕분에 방한 중국인이 일본인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올해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39%였다.



올해 서울 명동·동대문 일대는 밤낮으로 중국인 천지가 됐다. 일본어 일색이던 명동 화장품 매장을 중국어가 접수했고, 동대문 쇼핑몰 ‘롯데피트인’ 6층에 마련된 외국인 전용층은 중국인 전용층처럼 운영됐다.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는 요우커로 몸살을 앓았다. 경기도 가평의 쁘띠프랑스는 지난해 3000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입장객이 올해 25만 명에 육박했다.



영도다리의 기적



지난해 11월 도개 기능을 복원해 재개통한 영도 다리가 부산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어찌 보면 참 별것 아닌 구경거리다. 매일 정오 다리가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도로의 자동차는 멈춰 서고, 다리 주위로 사람이 모여든다. 별것 아니지만, 그 모여드는 사람 때문에 이 다리는 별것이 됐다. 부산 명물 영도다리 얘기다.



우선 이름부터 분명히 하자. 영도다리의 정확한 이름은 영도대교다. 1934년 11월23일 국내 최초로 개통한 도개교(跳開橋)다. 처음엔 부산대교였다. 66년 도개를 중단했다가 지난해 11월27일 도개 기능을 복원해 재개통했다. 그리고 이내 부산 명물의 옛 명성을 회복했다.



개통 초기에는 평일 1만 명 주말 2만∼3만 명이 모였고, 요즘에도 평일 5000명 주말 1만 명 정도가 꾸준히 모인다. 불과 15분 만에 끝나는 영도다리 쇼를 보겠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추억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멀쩡한 다리가 한 번 들리면 애써 가라앉혔던 피난살이의 애환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영도다리 바로 앞이 자갈치시장이고, 길 건너가 국제시장이다.



영도도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대표적인 곳이 1953년 개업한 삼진어묵이다. 영도 봉래시장의 어묵 매장은 늘 사람으로 북적인다. 삼진어묵의 지난해 매출은 300억원이 넘는단다.



괌이 뜨거운 이유



2010년 괌 취항을 시작한 진에어 .
저가항공(LCC)이 뜨니 항공권이 싸졌다. 가격 부담이 줄어드니 여행자가 늘었다. 올해 대박이 난 해외여행지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중 하나다.



대표 사례가 괌이다. 한때 동남아시아 고급 휴양지에 밀렸던 괌이 인기 여행지로 변신했다. 오랜 시간 대한항공 단독 노선이었던 괌에 2010년 진에어, 2012년 제주항공이 취항하자 40만원대였던 항공료가 20만원 대로 떨어졌다. 2009년 괌을 찾은 한국인이 8만여 명이었는데, 지난해 24만여 명으로 껑충 뛴 까닭이다. 올해도 지난 10월까지 이미 25만 명 가까이 방문했다.



일본 오키나와도 상황이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이 단독 운항하다 2012년 진에어, 올해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 가세하자 30만원을 웃돌던 항공권 가격이 10만원 초반까지 뚝 떨어졌다. 올해 9월까지 오키나와를 찾은 한국인은 19만7000여 명. LCC 취항 이전인 2011년에는 7만5000여 명에 불과했다. 대만에는 2012년 티웨이항공, 지난해 싱가포르의 스쿠트항공도 연이어 취항했다. 그러자 2011년 24만여 명이었던 한국인이 2013년 35만여 명, 올해 10월까지 약 43만 명으로 폭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LCC의 국제선 점유율은 11.4%였다.



충무공의 힘



영화 ‘명량’의 인기가 여행 부문에도 통했다. ‘명량’은 올해 176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역대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이 관람한 셈이다. 1000만 관객 영화는 많았지만 ‘명량’만큼 여행 업계에 영향을 미친 영화는 없었다. 충무공 이순신의 힘이랄 수밖에 없다.



영화 ‘명량’의 촬영지는 크게 네 곳이다. 전남 진도와 광양 앞바다, 그리고 완도·고흥 세트장에서도 촬영됐다. 그러나 국민이 선택한 여행지는 촬영장만이 아니었다. 충남 아산 현충사, 경남 통영 이순신공원 등 충무공 관련 유적지에 더 인파가 몰렸다. ‘명량’이 극장가를 달궜던 8월 한 달 현충사에는 9만 명 이상이 입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가 넘는 숫자였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450명 정도였던 이순신공원은 8월에 하루 1200명 이상이 입장했다.



영화 ‘명량’의 효과로 44만 명이 몰린 명량대첩 축제 현장.
명량대첩의 실제 무대에서 열린 명량대첩 축제에는 역대 최다인 44만 명이 운집했다. 진도·통영·여수 등 충무공의 흔적이 서린 남해안 지역을 묶은 소위 ‘이순신 패키지’ 여행 상품도 절찬리에 판매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여행 업계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7월30일 ‘명량’이 개봉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충무공은 올해도 나라를 구했다.



여행 필수품이 된 셀카봉.
셀카봉 전성시대



셀카봉은 합성어다. 단어를 풀면, 셀프 카메라(셀카)용 막대기 정도 되겠다. 영어로는 ‘셀피 스틱(Selfie Stick)’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발명품으로 꼽았을 정도로 올해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 전 세계 여행지에선 여러 명이 긴 막대기 아래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 장면이 수없이 되풀이됐다.



막대기에는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DSLR 카메라도 장착할 수 있다. 원격조정 장치가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셀카봉이 기존의 셀프 카메라와 다른 건, 막대기가 만들어낸 거리에 있다. 셀카로 애용되는 휴대전화 화면에는 사람 얼굴 하나만 들어가도 꽉 찬다. 그러나 막대기가 결합하면서 여러 사람이 들어간 단체사진부터 넓은 배경을 담은 기념사진도 가능해졌다. 셀카봉을 이용해 찍은 사진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SNS에도 등록한다.



셀카봉은 이제 여행 필수품이 됐다. 동네 편의점에서도,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도 셀카봉을 판다. 셀카봉은 판매량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팔려나갔다. 인터파크는 지난 9월 셀카봉 출시 초기인 6월보다 매출이 6배 늘었다고 밝혔다.



꽃보다 파워



tvN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가 올해도 해외여행 시장의 판도를 좌우했다. 시작은 2013년 7월 방송된 ‘꽃보다 할배’였다. 프랑스·스위스·대만으로 떠난 할배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케이블 방송인데도 최고 시청률이 10%에 육박했다. 올해 방영된 ‘꽃보다 누나(터키·크로아티아)’ ‘꽃보다 할배(스페인)’ ‘꽃보다 청춘(페루·라오스)’도 인기를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원조 드라마 ‘꽃보다 남자’도 뉴칼레도니아 열풍을 몰고 왔다.



tvN ‘꽃보다 청춘’에 등장한 페루. 방송에 힘입어 여행 상품 예약률이 4배나 올라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해외여행자의 64.7%가 ‘꽃보다’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럽이 뜨거웠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유럽 여행 수요가 작년보다 37.1% 늘었다”며 “방송에 노출된 스위스와 터키가 유럽 성장을 견인했다”고 소개했다.



페루도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페루관광청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꽃보다 청춘’이 방영되고서 예약률이 4배 뛰었다. 방송 이전에 전무했던 페루 상품이 지금은 8개나 된다는 여행사도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방송에 소개됐어도 매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호텔·항공 등 인프라가 미비하면 반짝 인기에 그치고 말았다”며 지나친 반응을 경계했다.



객실을 할인 판매하는 숙박 예약 모바일 앱.
모바일 떨이 시장의 진화



지난 15일 부산에 사는 서민아(34)씨는 서울로 여행을 왔다. 숙소 예약은 안 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서씨는 서울로 오는 KTX 안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당일 예약이 가능한 호텔 상품을 검색했다. 상품 하나가 눈에 띄었다. C호텔 15만9000원. 정상 가격보다 65%나 쌌다.



올 한해 모바일 앱이 호텔 예약시장을 강타했다. 몇몇 호텔이 당일 취소가 된 객실을 절반 정도 가격에 내놓으면서 모바일 떨이 시장이 형성됐다. 처음엔 체크인 시간이 지난 오후에 할인 상품이 나왔지만, 요즘엔 오전 9시부터 할인 상품이 제공된다. 현재 국내 특급호텔 대부분이 모바일 떨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현재 구글스토어에 등록된 숙박 예약 모바일 앱 국내 업체는 18개다. 국내 업체 중에서 인터파크투어의 ‘체크인나우’ 방문자가 가장 많다. 체크인나우는 펜션부터 특1급 호텔까지 숙소 3000여 개를 판매한다. 이 중에서 호텔이 944곳이고, 서울시내 특1급 호텔은 25곳이다. 그러나 지난달 체크인나우 매출의 42%가 호텔에서 나왔다. 지난 19일 서울시내 특1급 호텔의 최대 할인율은 65%였다. 먼저 예약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 왔다.



글=week& 레저팀 ploveson@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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