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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대기업 회장님도 푹 빠져 버린 신주쿠 선술집

온라인 중앙일보 2014.12.26 00:01


신주쿠는 일본 도쿄의 심장부다. 그러나 신주쿠 거리에도 사람 냄새 물신 풍기는 추억의 장소가 숨어 있다. 추억의 거리라는 뜻의 ‘오모이데요코쵸(思いでよこちょう)’다. 네온사인 화려한 신주쿠 거리에서 오모이데요코쵸를 찾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선술집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신주쿠는 숨겨 놓았던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원보의 여행 친구 ① 도쿄 오모이데요코쵸



 신주쿠역 서쪽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200m 나아가다 보면 허술한 선술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이 나타난다. 이 골목이 오모이데요코쵸다. 냄새로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진득한 꼬치구이 냄새가 스멀스멀 골목에서 번져 나온다. 꼬치구이와 맥주 한 잔, 사케 한 잔과 어묵 한 조각. 오모이데요코쵸에서 즐기는 도쿄의 추억이다.



 일전에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만한 모 대기업의 회장님을 그 거리로 안내한 적이 있다. 다음 일정까지 약간 짬이 나서 구경이나 한번 해 보시라고 꼬치구이 연기 자욱한 골목 안으로 모시고 갔다. 최고급 주점과 호텔 레스토랑만 익숙할 것이라고 여겼던 그 회장님은, 그러나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내내 미소를 머금으며 골목 구석구석을 기웃거렸다.



 회장님은 원래 도쿄에서 내로라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거래처 사람과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회장님은 골목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회장님은 기어이 거래처 사람에게 연락해 약속 장소를 이 골목 안 선술집으로 바꿨다. 얼마 뒤 선술집으로 들어온 거래처 사람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혹여 무슨 실수라도 한 것이 아닌지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내 두사람은 이 허름한 선술집에 푹 빠져 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 추억을 이야기하며 허물없이 저녁 시간을 보냈다. 물론 계약도 깔끔히 마무리가 되었다.



 얼마 전에 회장님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날 저녁 명품 와이셔츠에 진하게 밴 꼬치 냄새처럼, 회장님과 그 거래처 사람은 지금까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 지인과 함께 도쿄를 방문 하면 오모이데요코쵸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추억의 거리가 정말 추억의 거리가 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영화배우 최강희 사건’. 어느 저녁 지인과 함께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오모이데요코쵸의 한 선술집에 들어갔다. 주문을 받으러 나온 한국인 유학생의 목소리가 영화배우 최강희와 정말 똑같았다. 그녀의 목소리에 반한 지인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줄곧 연락을 하며 지내다 지금은 평생 그 목소리를 듣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도쿄를 방문하면 한 번쯤은 오모이데요코쵸를 들러 보시라. 혹시 모르지 않는가. 당신만의 흐뭇한 추억이 생길지. 선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주인아저씨의 친절한 목소리만으로도 이미 추억은 시작된다. JAL항공, 2박 3일 일정, 항공권 29만9000원부터.



심원보 여행박사 홍보·마케팅 팀장

‘여행은 돌발’이라고 믿는 정처 없는 영혼. 해외여행 업계에서 16년째 굴러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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