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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기자의 ‘앵그리 2030’⑦ 늘어나는 프리터족, 잃어가는 청년의 꿈 - 이러다 진짜 ‘알바천국’ 되겠네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4.12.26 00:01
한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가 목전입니다. 노인을 위한 사회적 준비와 배려도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래 세대를 키우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현실은 좀 다릅니다. 요즘 20~30대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대학 입시라는 높은 벽을 넘으면 취업이라는 일생일대의 장애물이 놓여 있습니다. 꿈 같은 취업을 하고, 서른이 돼도 삶은 여전히 팍팍합니다. 쥐꼬리 만한 월급에 집 한 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멀리 내다보며 살기에는 결혼·육아·승진 등 어깨의 짐이 너무 버겁습니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이들의 작은 목소리를 지면에 옮깁니다.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공간이 아닌 아버지 세대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이해되길 바랍니다.


[이코노미스트] 프리터족 200만 시대 첫 진입…불안한 청년층 소득·생계의 후폭풍 거셀 듯

일자리가 줄고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프리터족이 급증하고 있다. 1990년 초반 일본과 유사한 사회 현상이다.




요즘 신문 경제면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잃어버린 20년’입니다.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일본 경제의 침체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진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렸습니다. 침체가 길어지다 보니 용어도 바뀌어 20년이 된 거죠. 성장 밖에 모르던 일본은 스멀스멀 다가온 침체를 준비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했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고, 자산 가치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소비와 저축을 줄였습니다. 내수 부진과 장기적인 엔고는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죠. 자연히 고용 환경도 나빠졌습니다.



참다 못한 일본 아베 총리가 2012년 말부터 칼을 빼 들었습니다. 인위적으로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를 부양시켜보겠다는 이른바 ‘아베노믹스’였습니다. 잠깐 효과가 있었는데 얼마 못 갔습니다. 돈은 좀처럼 돌지 않았고, 사람들은 한번 닫은 지갑을 열지 않았습니다. 일본 경제의 침체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조만간 ‘잃어버린 30년’이라 부르게 될지도 모르지요.



남 얘기로 흘려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 어렵습니다. 일본이 장기 침체로 진입하기 직전 또는 시작 단계에서 나타난 징후들이 지금 한국에서 관측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성장과 저물가, 저금리, 자산가치 하락, 고용 악화, 소비 부진 등이 그 증거들입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어간다는 뜻이지요. ‘아닐 거야!’ 부정하고 넘어가기엔 이 징후들이 너무 뚜렷합니다.



50대 일자리 사상 첫 20대 일자리 추월







심지어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까지 닮았습니다. 걱정이 큽니다. 그래도 일본은 약 25년을 버텼습니다. 일본과 같은 급격한 버블 붕괴 가능성은 작지만 경제 체력만 놓고 본다면 1990년대 초 일본보다 지금의 한국이 낫다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계부채란 뇌관을 안고 있습니다. ‘일본처럼 되면 10년도 못 버틸 것’이란 걱정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닙니다.



어려운 경제지표 말고도 1990년대 초반 일본과 지금의 한국이 가진 공통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정규 직장이 없는 청년 숫자의 증가입니다. 일본에서 프리터족이 사회 문제로 부각 되기 시작한 건 1980년대 말입니다. 침체기 진입 직전이죠. 프리터(Freeter)란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로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장기간 실업 상태에 있거나 시간제·파견·용역·재택 노동자로 일하는 비정규직을 포함합니다. 처음 생겨나던 때만 해도 프리터는 집단에 소속되길 거부하고 자신의 꿈을 추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생계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다 범위가 점차 확대됐습니다. 일본이 장기침체에 따른 인력 감축과 저성장의 덫에 허덕이면서 어쩔수 없이 프리터가 된 사람이 늘어난 겁니다.



지금 한국의 모습이 딱 그렇습니다. 최근 들어 20~30대 사회 초년생은 물론 40~50대 중장년층 ‘프리터족’이 함께 늘고 있습니다. 생산 가능인구 중 약 200만명 정도가 프리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입니다.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2001년 1354만명이던 전체 임금근로자는 2014년 1877만6000명으로 늘었습니다. 이중 한시적 근로자 비중은 13.8%(186만 5000명)에서 18.7%(350만8000명)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한시적 근로자는 고용의 지속성을 기준으로 분류한 비정규직입니다. 근로 계약기간을 정했거나 계약을 갱신해 계속 일할 수 있는 근로자와 비자발적 사유로 일을 계속할 수 없는 근로자로 나뉩니다. 후자에 속하는 게 대표적으로 시간제 근로자입니다. 근로 시간이 짧은 파트타임 근로자를 뜻합니다. 이 숫자 역시 2001년 87만8000명(6.5%)에서 올해 203만2000명(10.8%)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 숫자를 프리터족의 숫자로 보면 될 듯합니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프리터의 삶을 선택했다면 나무랄 게 없지만 비자발적이라면 차원이 다릅니다. 최근 한국에서 프리터족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후자로 봐야 합니다. 경제 성장 속도가 저하되면서 취업 희망자가 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 거죠.



우리나라는 30대의 고용률(73.9%)이 50대(74.4%)보다 낮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 고용률이 50대보다 낮은 건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입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0대 일자리(302만7000개)가 20대 일자리(300만1000개)를 추월한 것도 그렇습니다. 20~30대 대학 졸업자의 취업 한파가 전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죠.



그럴 만합니다. 2015년 신규 고용은 45만명(한국은행)에 그쳐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올해보다 5만명 적죠. 이와 달리 취업 준비생은 내년 역대 최대치에 도달합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고등교육기관(전문대와 대학원 포함) 졸업자 약 56만명 가운데 취업자는 절반 수준인 28만4116명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27만명 정도는 취업 재수생이란 뜻입니다. 비슷한 수준(약 55만명)의 내년 졸업생과 취업 삼수생, 올드 루키(경력직 신입사원)를 합하면 어림잡아도 100만명입니다. 절반은 내년에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겠죠.



마냥 기다릴 순 없습니다. 돈 벌 나이가 됐는데 소득이 없으니 생활이 불편할 수밖에요.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 생각하겠죠. 이 정도면 청년층이 취업난에 밀려 비자발적 프리터족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겁니다.



젊은 세대 전체에 번져가는 무기력증







노동의 연속성에 차이가 있을 뿐 아르바이트로도 먹고 살 만하다면 큰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르바이트와 같은 파트타임은 일단 소득의 절대액 자체가 크지 않습니다. 보통 정규직에 비해 일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죠. 시급이 같아도 총 소득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규직과 같은 시급을 받는 것도 상상 밖의 얘깁니다.



지난 9월 서울시가 꽤 흥미로운 통계 자료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서울 시내 아르바이트의 평균 시급을 조사해 발표한 건데 평균은 5890원이었습니다. 2014년 상반기 알바천국 사이트에 등록된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 약 69만건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법정 최저임금(2014년 5210원)보다 고작 680원 많습니다. 지방은 더욱 낮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죠. 영업·마케팅 직종이 평균 7895원으로 시급이 가장 높았고, 고객상담(7373원)·배달(6474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일반 주점(호프)의 아르바이트 시급은 6000원 정도였습니다. 하루에 6시간 동안 일을 한다고 해도 일당은 3만6000원, 월급은 90만원(25일 근무 기준)에 불과합니다.



노동 환경이라도 좋으면 다행이련만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르바이트생 중 상당수가 엄청난 감정노동에 시달리거나, 고도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정규 직원들이 꺼리는 일이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많아서죠. 그런데도 신분상 사장이나 상급자나 지시를 거부하기 힘듭니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도, 부당한 일을 겪어도 ‘왜 그래야 하느냐’고 반문 한 번 하기 어렵습니다. 폭언과 성희롱, 임금 체불에 시달리는 아르바이트생도 수두룩합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취업 준비 기간 중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경험 삼아서라도 해볼 만합니다. 사회 생활을 미리 배워보는 것도 나쁠 것 없죠. 제법 낭만도 있습니다. 월급을 모아 배낭여행을 떠나는 ‘열혈 청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생업으로 삼고 있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프리터의 증가가 고착화되는 상황입니다.



아르바이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용의 불안정입니다. 사람은 벌이가 일정해야 계획이란 걸 세웁니다. 거기에 맞춰 저축을 하고, 소비를 합니다. 기업처럼 투자를 하기도 하죠. 어느 날 갑자기 버는 돈이 없어지거나 줄면, 당황스럽습니다. 더구나 아르바이트는 업무가 단순하기 때문에 급여가 크게 오르길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장기간 프리터로 살게 되면 불안정한 생활이 노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프리터라면 그 가구는 계속 빈곤층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여유가 없으니 저축도, 소비도 덜 합니다. 청년층의 소득 불안정과 위태로운 생계가 훗날 한국 경제에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청년층 10명 중 2명이 취업 단념한 니트족







더 걱정스러운 건 젊은 세대 사이에 빠르게 퍼져가는 상실감입니다. “일본의 고도 성장을 이끌었던 아버지(단카이 세대 등)를 둔 요즘 젊은이들은 도무지 무언가 도전하거나 뛰어들려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도 아버지 세대의 성과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일종의 자괴감이다. 이런 생각이 젊은이를 더욱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인간으로 만들어버렸다. 내가 일본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일본 출장길에 만난 한 CEO가 제게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이런 무기력증이 한국 사회에도 점차 퍼져가고 있다는 생각, 과연 저만의 것일까요?



젊은 세대의 상실감은 ‘니트(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의 증가라는 또 다른 사회현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니트족은 15~29세 청년층 중 학업이나 취업을 하지 않고,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프리터보다 훨씬 어두운 개념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 중 니트족의 비중은 2012년 기준으로 18.5%에 달합니다. 10명 중 2명이 아무런 준비 없이 놀고 있다는 의미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보다 훨씬 높고, 독일(9.9%)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숫자로 환산하면 약 100만명 정도입니다.



이러다 대한민국이 진짜 ‘알바천국’이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청년실업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회의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결과물이 없었을 뿐입니다. 그만큼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라는 뜻일 겁니다. 고민을 이어갈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다음 번에는 ‘차고 넘치는 청년 일자리 정책, 왜 효과가 없을까?’를 주제로 지혜를 모아 보겠습니다.



글 =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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