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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한 송이처럼 보이시나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4.12.26 00:01
8월의 꽃 | 까치수염
8월은 야생화의 계절입니다. 우리네 산하 어디를 가든 꽃이 피어 있습니다. 피고 지는 꽃만 알고 있어도 계절을 알 수 있는 법이지요.



 우리네 야생화를 좇는 여행은 여느 여행보다 바른 몸가짐을 요구합니다. 우리네 야생화는 하나같이 잘아서 어지간히 눈길을 기울이지 않으면 바쁜 산행 중에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개 숙여 걸어야 하고, 쪼그리고 바라봐야 합니다. 사진이라도 찍으려면 무릎 꿇고 앉거나 엎드려야 합니다.



 혹여 다른 꽃 밟지 않을까 발아래 조심하며 용케 자리를 잡아도 카메라 뷰파인더에 야생화를 온전히 담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네 야생화는 하도 작고 약해서 산들바람 한 줄기 불어와도 이내 이리저리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눈을 맞추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들꽃 한 송이하고 눈 맞추는 게 이토록 어려운데 사람하고는 오죽할까 싶습니다. 그나마 여름 야생화가 봄 야생화보다 큰 편이어서 수고가 덜한 편입니다.



 여름에 피는 야생화 중에서 ‘까치수염’을 골랐습니다. 여름날 우리네 산야를 돌아다니다 보면 제법 자주 눈에 띄는 꽃입니다. 길쭉한 꽃 모양이 까치를 닮았고, 이삭은 수염 모양이어서 까치수염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까치수영’을 잘못 쓴 게 그대로 굳어져 버린 이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개꼬리풀이라고도 하는데요. 꽃모양에서 얼추 짐작이 되시겠지요.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름 산에서 나비를 보고 싶으면 까치수염을 찾으라고. 그만큼 나비가 좋아한다는 뜻이겠지요. 예뻐서일까요, 꿀이 많아서일까요. 나비가 아니어서 나비가 찾는 이유를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까치수염을 미쁘게 여기는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새끼손가락 손톱만한 꽃이 다닥다닥 붙어 마치 기다란 한 송이 꽃 모양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다시 보세요. 사진에 있는 까치수염 꽃은 한 송이가 아닙니다. 수십 송이입니다. 수십 송이 꽃이 모여 커다란 꽃인 양 보일 뿐입니다. 한여름 풀숲에서 만나는 까치수염이 더 반가운 까닭입니다.



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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